'정신건강' 화두된 병무청...문신, 비만보다 기준 높여 왜

김지훈 기자 2023. 8.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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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따른 현역 면제자가 급증한 것은 장병의 정신건강에 대한 병무청과 군 당국의 관심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과 1함대사령관을 역임한 천정수 해양대 초빙교수는 병무청의 정신건강 관련 검사와 관련해 "해군의 경우 바다로 나아가기 때문에 더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정신건강에 대해 제대로 검사를 하는 것이 베스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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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 24시]
(논산=뉴스1) 김기태 기자 = 2022년6월29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관에서 열린 22-37기 26교육연대 2교육대 신병 수료식에서 장병들이 베레모를 던지고 있다. 이번 수료식을 마친 2개 교육기수 훈련병 총 1701명은 18개월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2022.6.29/뉴스1

우울증에 따른 현역 면제자가 급증한 것은 장병의 정신건강에 대한 병무청과 군 당국의 관심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군 내에서도 병사와 장교를 막론하고 스트레스 관리가 부대장의 중요한 과업으로 떠오를 만큼 정신건강이 현안이 되고 있다.

"정신건강 관리, 지휘관 부담 가중"
22일 병무청에 따르면 2022년 '우울증'을 사유로 신체등급 4급(보충역) 또는 5급(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은 수검자는 모두 2150명으로, 2013년(223명) 대비 약 10배로 늘었다.

군 내에서는 SNS(소셜미디어)의 발달과 맞물려 이른바 '헬리콥터맘(자녀를 과보호하는 엄마)이 장성한 자녀에 대해서까지 과보호에 나서고 있다는 지휘관들의 호소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병사들의 정신건강 문제까지 불거질 경우 조직 관리 차원에서 부담이 커진다. 한 장교는 "현역병으로서 국가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의무이지만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지휘관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입대 전 정신 건강에 대한 점검은 계속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병무청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정신건강의학과 병역판정검사의사를 검사반별 1명에서 2명으로 단계적으로 증원하고,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임상심리사를 증원해 정신건강 전문가를 총 75명(병역판정검사의사 22명, 임상심리사 53명)으로 꾸렸다. 병역판정검사대상자 전원에게 인성검사(271문항)와 인지능력검사(89문항)를 실시해 정신질환 뿐만 아니라 집단생활 부적응 및 대인관계 문제와 관련된 심리적 취약요인, 저지능 등 인지능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도 실시 중이다.

전신을 문신으로 뒤덮은 3대 독자라도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신건강에 대해선 병무청이 오히려 입대 요건을 까다롭게 한 셈이다. 일례로 병무청 심리검사는 인성검사(271문항)와 인지능력검사(89문항)를 실시해 정신질환 뿐만 아니라 집단생활 부적응 및 대인관계 문제와 관련된 심리적 취약요인, 저지능 등 인지능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우울증검사(PHQ-9, 9문항)만 실시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신건강검사보다 더 많은 심리적·정신적 문제를 체크하고 있다.

"나 문제 있어요" 말하는 게 더 강한 사람
(논산=뉴스1) 김기태 기자 =2021년8월 19일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에서 군장병이 입영 대상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2021.8.19/뉴스1
우리나라는 1990년대 2대 이상 독자 등에 허용된 6개월 방위 근무 제도가 폐지됐고 2021년엔 보충역 대상에서 전신 문신이 제외되는 등 정신건강이 아닌 사유로 인한 입대 기준은 점점 완화돼왔다.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과 1함대사령관을 역임한 천정수 해양대 초빙교수는 병무청의 정신건강 관련 검사와 관련해 "해군의 경우 바다로 나아가기 때문에 더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정신건강에 대해 제대로 검사를 하는 것이 베스트"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월남전 이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돌아간 것처럼 장기적으론 제도적 차원에서도 접근을 해볼 문제"라고 했다.

병무청은 2020년부터 심리취약자 등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대상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협업해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상담·치료 등 정신건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살률을 낮추는 등 정신건강을 살피는 제도가 국가적으로 강화되는 것이 튼튼한 안보와 직결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병무청의 검사 능력 강화, 사회 시설과의 연계 활성화 등을 위한 지원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한국심리학회장)는 "우리나라는 정신건강과 관련해 중증 고위험군 중심의 정책을 했지만 효과적이지 않았고 경증 질환자도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20~30대 청년들에 대한 심리 상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나서야 하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신건강이 취약한 계층에 대한 편견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하고 더 강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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