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이 “본격적으로 다루면 좋겠다” [시사IN 독자위원회]

이은기 기자 2023. 8. 23.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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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제15기 독자위원회의 두 번째 리뷰 회의가 열렸다. ‘킬러 문항’을 겨눈 대통령의 지시를 분석한 제824호부터 극한 기후와 극한 노동을 다룬 제827호까지 네 권을 살폈다.
8월5일 변영애, 이준희, 권오재, 이재정(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 독자위원이 두 번째 리뷰 회의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8월5일 제15기 독자위원회 리뷰 회의가 〈시사IN〉 편집국에서 열렸다. 독자위원 권오재씨(44), 변영애씨(56), 이재정씨(29), 이준희씨(35)가 모인 두 번째 자리다. 〈시사IN〉 제824~827호 네 권에 담긴 기사의 제목부터 사진까지 꼼꼼한 피드백이 나왔다. 〈시사IN〉이 더 다뤘으면 하는 주제에 대한 제안도 여러 차례 나왔다.

■ 제824호 대통령의 출제 지침

권오재:이번 커버스토리 기사(수능 5개월 전에 ‘킬러 문항’ 겨눈 대통령)를 보면서 〈시사IN〉답다고 생각했다. 요즘에 신문을 잘 안 보게 되는 이유가 어떤 신문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뻔해서다. 이 기사는 취재를 많이 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한 게 느껴졌다. 다만 많은 내용을 한 기사에 담다 보니 정리가 잘 안 된 것 같다.

이재정:매번 느끼지만 한 기사가 분량이 너무 많으면 아무리 양질의 기사라도 상당한 에너지를 들여야 해서 읽기 부담스럽다. 주간지 특성상 어쩔 수 없기는 한데, 기사 분량에 대해서는 고민해보면 좋겠다.

변영애:이번 호에 좋았던 기사가 많았다. 지면에 소개된 책 〈노회찬 평전〉과 〈녹색평론〉은 사서 읽었다. 영화 〈수라〉도 극장에서 봤다. 기사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느껴졌다.

이재정:감사원 기사(호랑이냐 사냥개냐, 논란의 감사원과 유병호)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영향력과 관심도가 막대하다는 걸 최재해 감사원장의 검색량과 비교해 보여준 게 신기했다.

■ 제825호 뉴스 댓글의 종말

이재정:표지가 아쉬웠다. 〈시사IN〉 표지가 사진일 때 말고는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 없기는 한데 이번 건 좀 심했다(웃음).

변영애:댓글에 별로 관심이 없고 오히려 외면하는 편이라 시의성도 그렇고 〈시사IN〉이 왜 이 기사(댓글의 시대 저물어가나)를 커버스토리로 꼽았는지 궁금했다.

권오재:필요하다면 시의성과 관계없이 〈시사IN〉이 커버스토리로 한번 짚어두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앞으로 더 첨예해질 문제라 다루지 않았을까?

이재정:복지 시장화 기사(복지 시장화 발언에 숨겨진 맥락들)가 좋았다. 단순히 시장에 돌봄 서비스를 맡기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돌봄 전반에 대한 공급과 수요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 대통령과 정치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하는 기사였다.

이준희:의대 증원 기사(지연된 의대 증원 그리고 반대자들)를 감탄하며 읽었다. 쟁점이 매우 꼬여 있는 주제인데 잘 다뤘다. 그런데 이어지는 기사(독일 의사들의 외침 “의사 수를 늘려라”)에 들어간 3개 사진은 전부 기사와 별 관련이 없어 보였다. 자리를 때우려고 넣은 거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다. 이럴 땐 필요한 그래프를 넣거나 아예 페이지를 줄이는 게 낫지 않을까.

변영애:김예지 의원 기사(해야 할 일, 늘 하던 노력, 김예지 의원의 3년)를 읽으며 비례대표제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느껴졌다. 아동의 살 권리 기사(아동의 살 권리는 어떻게 보장하나)에 잠깐 나오긴 했지만 2019년 헌재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왜 국회가 4년 이상 관련 입법을 뭉그적거리는지도 본격적으로 다루면 좋겠다.

■ 제826호 극장으로 돌아올까

이재정:영화관에 안 간 지 정말 오래됐다. 최근에 친구들과 OTT, 티켓 가격 때문에 영화관을 찾지 않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커버스토리 기사(영화관의 계절, 극장으로 돌아올까)가 두 부분 다 자세히 다루면서, 영화산업이 위축됐을 때 다양성이 고갈된다는 점을 짚어줘 좋았다.

변영애:커버스토리 기사만큼이나 뒤에 나오는 짧은 인터뷰 기사(“창작의 자유, 여유에서 나온다”)가 좋았다. 영화감독 대부분이 제작사에 종속돼 있고, 감독에게 저작권이 제대로 보장돼 있지 않다는 걸 처음 알았고, 충격적이었다.

이재정:글로컬 대학 기사(‘글로컬 대학’ 논쟁이 놓치고 있는 것들)가 눈에 띄었다. 기사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충실히 담겨서 좋았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갖는 의미도 기사를 통해 처음 생각해보게 됐다.

변영애:동남아 가사도우미 기사(동남아 가사도우미 관리·감독 자신 있나)를 읽으며 당장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 이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만약 동남아 가사도우미가 온다면 쓸까? 동남아 가사도우미에게 국내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면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준희:지금은 한국인과 교포라는 두 계층으로 가사도우미 시장이 안정화돼 평형을 이루고 있다. 동남아 가사도우미라는 ‘제3계급’이 생기면 들어오는 이들뿐만 아니라 이미 평형을 이루었던 한국인과 교포 도우미에게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후속 기사에서 다뤄주면 좋겠다.

■ 제827호 극한 기후 극한 노동

변영애:커버스토리 기사(뜨겁고 불안하고 숨 막히는 2023 여름 노동 이야기)에서 한여름 노동 현장의 생생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온도기록계에 습도는 담기지 않아 아쉬웠다. 대한민국은 온도보다 습도가 더 문제다.

권오재:커버스토리 기사 마지막 한국도로공사 노동자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이었는데 직고용 과정에서 현장 지원직이 되면서 기존 최하 직군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게 된 노동자다. 폭염은 그것대로 문제고, 형식적인 직고용·정규직 전환이 실제 노동자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었는지 물음이 남았다. 이어지는 기사(‘폭염 노동’ 대책은 용광로에만 해당)에서는 결국 근로감독관이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끝나는 것 같아 허무했다.

이준희:잡지를 받으면 편집국장의 편지를 제일 먼저 본다. 가끔은 재미가 없기도 하고, 편집국장이 힘들게 짜내서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호 편집국장의 편지(온도기록계와 영수증)는 좋았다. 뒤에 나오는 기사들이 어떤 내용일까 기대하게 만드는 멋진 ‘인트로’였다.

권오재:〈시사IN〉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특히 이번 호에서는 어렴풋이 알거나 잘 모르던 내용을 공부시켜주는 기사가 많았다. 양평 고속도로 기사(서울-양평고속도로는 대통령 처가로 향한다?)나 검찰 특수활동비 기사(영수증이 들춰낸 검찰의 ‘내로남불’?)를 읽으면서 그냥 문제라고만 피상적으로 느끼던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있어 좋았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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