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해 현장서 “정말 틀려 먹은 것들”… 김덕훈 내각 질타
간석지 제방 붕괴 ‘식량난 악영향’
“경제사업 말아먹어” “용서 불가”
간부 잘못 일일이 나열하며 격노
경제난 화살 돌리기 의도 분석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덕훈 내각 총리를 겨냥해 “국가 경제 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총리 등에 대한 대규모 문책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가뜩이나 심각한 식량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21일 평안남도 안석간석지 침수 피해 복구 현장을 찾아 직접 물속에 들어가 현지 지도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 실패를 침수 원인으로 지목하며 김덕훈 내각 총리를 강하게 질타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신문 1면에는 김 위원장이 신발과 바지가 다 젖은 채 잔뜩 분노한 얼굴로 간부들을 질책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실렸다. 또 하반신이 다 잠기는 침수 현장에 간부들을 끌고 들어가 비를 맞으며 관계자들을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며칠 전 침수 보고를 받고 당 중앙위 비서를 파견해 복구사업 지휘를 지시하고 군대까지 동원했는데 어떻게 내각과 성(省), 중앙기관의 책임 일꾼(간부)들은 현장에 얼굴도 내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내각 총리는 관조적 태도로 현장을 한두 번 돌아보고, 부총리는 현장에 나와 연유(기름) 공급원 노릇이나 했으며, 간석지 건설국장은 자기는 크게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돌아가겠다고 했다”며 잘못을 일일이 나열했다.
김 위원장의 질책은 특히 김 총리에게 집중됐다. 그는 “김덕훈 내각의 행정 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의 무책임한 일본새로 국가 경제 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경종을 경종으로 받아들일 줄 모르는 지적 저능아들, 인민의 생명 재산 안전을 외면하는 관료배들, 당과 혁명 앞에 지닌 책무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하겠다고도 했다. 김덕훈은 2020년 북한에서 젊은 축인 59세 나이로 경제를 총괄하는 총리에 올랐다.
통일부 당국자는 “(역대 사례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위”라며 “워낙 비난 강도가 높아 어떤 형태로든 인사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을 내각에 전가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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