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변국에 충분한 조치"…시민단체 연합 "환경범죄 동조 말라"

홍주형 2023. 8.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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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 “일본측에서 사전 통보”
주변국에 충분한 조치 취했다 판단
尹이 요구한 ‘韓 전문가 참여’는 무산
당정, 23일 오염수대응 TF긴급회의
시민단체 연합 “환경범죄 동조 말라”
野, 23일 국회 본관 앞 촛불집회 예고
방류 이후 과제 산적
방사능 검사 강화 후 대중수출 34%↓
홍콩·마카오, 日 10곳 수산물 수입금지
ALPS 거친 오염수 물 100배 섞어 희석
도쿄전력, 2024년 3월까지 3만1200t 방류
일본 정부가 24일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22일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서 사전에 전달받았다”며 “방류에 과학·기술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거나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염수 방류 검증에 우리 전문가를 파견하는 문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정보를 공유받는 간접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 “과학·기술적 문제 없어”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브리핑에서 “일본 측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당초 계획대로 방류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고 오염수 방류에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그간 일본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고, 각료회의에서의 방류 개시 결정 관련 사안에 대해서 사전에 일본 측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차장은 “우리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 이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해 일본 측에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본이 방류 계획 고지와 관련해 주변국에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방류 검증에 우리 전문가가 참여할 것을 일본 측에 제시했다. 이는 IAEA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우리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IAEA 후쿠시마 원전 현장사무소를 방문하고, IAEA가 최신 정보를 우리 정부와 공유하는 형태다. 박 차장은 “우리 전문가 파견에 준하는 실효적 모니터링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양국 규제 당국과 외교 당국 간의 신속한 정보 공유를 위한 ‘2중 핫라인’도 구축된다.
“방류”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뒷줄 왼쪽 두 번째)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박 차장은 여전한 국내의 안전성 우려에 대해 “공해상까지 검사 정점을 늘리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할지라도 그 기간이 길 것”이라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민 안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방류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열린 ‘일본 오염수 방류 규탄 대회’에서 “윤석열 정권이 국민의 안전과 영토 수호를 포기했더라도 우리 민주당이라도 앞장서서 싸우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까지 국회 본청 앞 촛불집회와 장외집회 등 ‘100시간 긴급행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을 향해 “또 다시 괴담 정치에 사활을 걸었다”며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먼저 생각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23일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태스크포스)’ 긴급회의를 열고 오염수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반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앞줄 오른쪽 두 번째)과 소속 의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결의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대사관 측 수령 거부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시민단체 연합체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 대통령은 환경 범죄 동조 말고 일본을 당장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라”고 촉구했다. 제주 지역 농수산업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일본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및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저지 제주범도민운동본부’도 성명에서 “국민이 이해하고 인정할 과학적 검증이 이뤄질 때까지 오염수 해양 투기는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 경남행동’ 역시 경남 창원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목소리는 듣지 않고 일본 정부만 두둔하며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구경만 하는 그런 대통령은 필요없다”며 정부를 규탄했다.

서울 시내에서 만난 시민 정모(28)씨는 기자에게 “만약 악영향이 생긴다면 전문가들이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과학이 정치에 이용당하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 안모(57)씨도 “국민 불안이 큰데 인접 국가로서 더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피해보전 약속에도 자국어민들 거부감… 日 수산물 최대 수입국 中 반발도 부담

일본 정부가 22일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이르면 24일 시작하겠다고 결정했지만 여전한 국내외 반대 여론 등 방류 개시 후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모습. AP연합뉴스
◆일본 어민 거부감·중국 거센 반대 부담

2015년 8월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오염수를 처리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일본 정부에 어민들의 반대는 가장 큰 부담이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직접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간부들과 만나 “수십년에 걸쳐서라도 책임지고 대응하겠다”며 강조한 건 그래서다.

하지만 전어련 등 어민단체들은 “방류 반대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후쿠시마의 한 어민은 NHK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방류 후 다른 이유로 평소보다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와도 처리수(오염수의 일본식 표현) 때문이라고 해 고기잡이를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오염수 방류로 인한 어민 피해 보전을 위해 일본 정부는 수산물 수요 감소 대응, 새로운 어장 개척 등을 위한 800억엔(약 7300억원) 규모의 기금을 확보해 두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농수산물 가격 하락이나 관광객 감소 등에 대한 배상 기준을 마련했다.
22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 일정을 발표한 뒤 홍콩 일본 영사관 앞에서 최대 노동 단체 홍콩공회연합회(FTU) 회원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염수 방류가 현실화되면 피해 대책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민들이 정부 결정에 한사코 반대하기만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어민단체는) 정부와 결정적으로 대립하는 반대 운동, 항의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국제사회 여론은 일본에 나쁘지 않지만 일본 수산물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거센 반대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 강화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식품 안전과 중국 인민의 건강을 지키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달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해 전면적인 방사선 검사를 개시한 바 있다. 홍콩과 마카오 역시 24일부터 도쿄를 포함해 일본 10개 도(都)·현(県)으로부터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키로 했다.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전면적인 방사능 검사에 나선 지난달 중국의 수입액은 2억3451만위안(4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류가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종합보고서를 토대로 협의를 요청 중이지만 중국 정부가 응하지 않고 있어 양국의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염수 처리, 방류 과정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매일 100t가량 발생하는 오염수를 1000기 정도의 탱크에 보관 중이지만 이미 98%를 사용 중이고 내년 6월쯤에는 100%를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오염수 해양 방류는 이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다.

오염수에 포함된 세슘, 스트론튬, 트리튬 등 다양한 방사능물질을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농도를 낮춰 방류 기준에 맞추고 바다로 내보낸다. ALPS를 거쳐도 남는 트리튬은 오염수의 100배 이상 물로 희석한다.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방류할 오염수량을 전체의 3%에 해당하는 3만1200t으로 예상했다. 오염수 보관 탱크 약 10기를 줄일 수 있는 양이며 트리튬은 5조㏃(베크렐·방사능물질 측정 단위)이 바다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전력은 두 단계로 나눠 방류를 진행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첫 단계에서는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를 수조로 옮겨 트리튬 농도를 직접 확인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설비의 안전성과 운용 절차를 파악하기 위한 방류를 실시한다.

우선 가장 먼저 바다로 보낼 오염수 약 7800t 가운데 1t을 바닷물 1200t과 혼합한 뒤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할 계획이다. 별다른 문제가 확인되지 않으면 매일 약 460t씩 방류하게 된다. 도쿄전력은 진도 5 이상의 지진, 높은 파도에 따른 주의보 발령 등의 변수가 발생할 경우에는 해양 방류를 중단한다고 덧붙였다.

홍주형·조병욱·김승환·윤준호 기자, 제주·창원=임성준·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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