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2兆 시장 보고 진출했는데”...웃지 못하는 생수업체들
삼다수 대항마 농심 백산수, 성장 정체에 고민
생수시장 진출 10년째 시장 점유율 1% 생수도 수두룩
“맛·안전성 신뢰 쌓여야 사는 대표적 물품”
“시장 성장만 보고 뛰어들면 필패”
20년 전만해도 주말이면 동네 뒷산 약수터에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그러나 이젠 주말마다 배달원이 생수를 가져다주는 풍경이 더 익숙해 졌죠.
생수시장도 지속 커지고 있습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약 3900억원이었던 국내 생수 시장은 올해 약 2조3000억원으로 8배 정도 규모가 확대됐습니다.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늘고 있습니다. 작년 말 기준 환경부에 등록된 생수 제조사는 약 60여곳. 이들이 등록한 생수 브랜드만 약 300여개에 이릅니다.
생수업체 한 관계자는 “정수기는 관리 문제가 있어 생수로 돌아서는 소비자들도 꽤 많은 상황이라 생수 시장은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본다”면서 “기존 먹거리는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커지는 시장에 뛰어들 수 밖에 없어 속속 생수 브랜드를 내놓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생수시장, 과연 누구나 뛰어들어도 성공할 수 있는 블루오션(경쟁자가 적은 유망한 시장)인 걸까요? 시장 전망이 밝다지만 아직까지 생수시장에서 웃는 기업은 사실 제주 삼다수 뿐이라는 게 업계 분석입니다. 제주 삼다수는 생수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면, 다른 생수 브랜드들은 성장 정체, 시장 존재감 확보 실패 등 부침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심이 대표적입니다. 사실 농심은 제주 삼다수를 키운 장본인입니다. 하지만 제주시자치도개발공사와 유통 계약이 끝나면서 2012년 백산수를 새로 출시했습니다. 백두산 인근의 연변에서 생수를 생산해 한국과 일본, 중국 현지에 판매하고 있죠.
농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연변 농심 미네랄 워터 베버리지의 매출액은 약 689억원 수준. 전년도 매출액(474억원) 대비 45% 늘었습니다.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로만 봐도 농심 백산수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국내 생수 시장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목표치에 비하면 농심이 가야할 길은 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농심은 백산수를 출시하면서 “2017년에 2700억원, 2025년엔 매출 1조원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출시 이후로 백산수의 성장 속도는 꽤나 빠른 편이지만 2016년 이후로는 사실상 정체 수준입니다. 매출 500억원 전후로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 시장에 뛰어든 오리온이나 남양유업의 상황은 더 좋지 않습니다.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는 것조차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오리온은 2019년 제주 용암수를 선보이면서 미네랄워터로 유명한 에비앙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시장점유율은 1% 수준입니다.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않다보니 2018년 이후 꾸준히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남양유업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2014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수시장에 진출했지만 남양유업의 생수 브랜드 천연수도 아직 시장점유율 1% 수준입니다. 남양유업은 생수사업에서만 500억원의 매출을 내겠다는 포부를 밝한 바 있지만 아직은 목표액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강원 평창수와 휘오 다이아몬드, 휘오 순수 등 생수 브랜드를 가진 LG생활건강도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울릉도와 세운 합작사 울릉샘물에 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9년에 500억원을 투자하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다시 한번 지원사격에 나선 셈입니다.
LG생활건강은 울릉도에서 얻을 수 있는 생수가 다른 생수(땅과 암반에서 물을 추출하는 암반수)와는 달리 지하에서 치솟는 용천수라는 점을 활용해 생수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계획이었지만 생각치 못한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환경부가 수도법을 근거로 돌연 용천수 개발 허가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사업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직면한 것입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작년 8월 감사원이 용천수 사업에 나설 수 있다고 결론내면서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했지만 낙관하기엔 그 상황이 참 팍팍합니다. 이미 몇년간 수백억원의 투자금이 묶이고 적자를 본 상황인 데다가 경쟁이 치열한 생수시장에 이름 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흔히 무언가를 하찮거나 쉽게 생각할 때 ‘물로 본다’는 말을 쓰곤 하지요. 생수시장이 딱 그런 모양새입니다. 무조건 싸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사는 물품도 아니고, 오랜 기간 신뢰가 쌓여야만 승부를 볼 수 있는 시장이라 그렇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하지만 영원한 1위는 없습니다. 삼다수의 아성을 무너뜨릴 생수 브랜드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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