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J제일제당, 朴대통령 때 K스포츠재단에 낸 5억 돌려받는다

이민아 기자 2023. 8.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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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케이스포츠, 공익적 목적 설립으로 알고 출연”
CJ제일제당, 2018년에 “출연 행위 취소...5억원 돌려달라”
미르·케이스포츠에 766억원 출연한 대기업들, 돌려받을 선례 생겨

CJ제일제당이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였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K(케이)스포츠재단을 상대로 한 출연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CJ제일제당이 출연금을 낸 동기에 착오가 있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재단법인 케이스포츠는 CJ제일제당에게 5억원과 이 금액에 대해 2016년 2월 5일부터 올해 5월 25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도 케이스포츠가 부담하도록 했다.

CJ제일제당 본사 전경./CJ제일제당 제공

케이스포츠는 체육 인재 발굴과 지원 사업을 목적사업으로 해 지난 2016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은 재단법인이다. CJ제일제당은 케이스포츠단 발전을 위한 운영비 5억원을 기부했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0개 대기업의 매출액을 기초로 케이스포츠 출연 금액을 기업별로 할당했다. 이후 각 그룹 담당 임원들에게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체육 재단을 설립해야 하니 할당된 출연금을 납부하라’고 요청했다. 기업들은 그 해 2~8월 사이 288억원의 출연금을 케이스포츠에 납부했다.

법원은 이 같은 CJ제일제당의 출연 행위에 법률상의 하자가 있기 때문에 출연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8년 8월 케이스포츠는 CJ제일제당에 “귀사는 형사1심 재판에서 인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죄의 피해자인 바, 민법 110조 1항에 의거해 강박에 의한 출연 행위를 취소하고 출연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며 “반환받을지 받지 않을지 여부를 회신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같은 달 CJ제일제당은 케이스포츠에 “재단에 대한 출연 행위를 취소하고 출연한 5억원의 반환을 요청한다”는 내용증명을 회신했다.

CJ제일제당은 “케이스포츠가 실제로 대한민국의 문화 융성과 스포츠 발전을 위해 스포츠 업무를 관장하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설립된 재단인 것으로 알고 출연했다”며 “그러나 실제로 최서원이 각종 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받아 설립한 다음, 정부의 예산 사업을 그가 운영하는 더블루케이가 수주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CJ제일제당은 “그럼에도 당시 최서원, 안종범, 전경련 담당자들은 CJ제일제당에 그러한 내용을 전혀 알리지 않아 이를 알지 못했다”며 “실질을 알았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케이스포츠에 대한 출연은 사기에 의한 의사 표시이므로, 이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CJ제일제당은 “케이스포츠 설립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출연 요구를 거절하면 불이익을 입는다는 공포심으로 인해 이 사건에 출연했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게다가 케이스포츠는 위헌적이고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설립된 것이어서 위법성 정도가 중대하다”며 이는 ‘반사회적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기부금 출연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CJ제일제당이 케이스포츠에 낸 출연금을 반환받아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케이스포츠와 그 ‘쌍둥이’ 형제 미르에 기부금을 출연했던 다른 대기업들도 이를 돌려받는 사례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21년 KT가 케이스포츠에 출연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2016년 당시 케이스포츠와 미르 두 재단이 공시한 출연금 내역에 따르면 미르는 30개사에서 총 486억원을, 케이스포츠는 49개사에서 288억원을 받았다.

이때 두 재단에 10억원 이상을 출연한 기업은 ▲삼성 204억원 ▲SK 111억원 ▲현대차 82억원 ▲LG 78억원 ▲포스코 49억원 ▲롯데 45억원 ▲GS 42억원 ▲한화 25억원 ▲KT 18억원 ▲LS 16억원 ▲CJ 13억원 ▲두산 11억원 ▲대한항공 10억원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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