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미래 물 부족량, 환경부 전망보다 2배 심각”
하천 유량 토대로만 예측…‘기후변화 시나리오’ 땐 2배 넘어
“농식품부의 농산물 수급·어획량 예측도 수정 필요” 지적도
감사원은 22일 미래 물 부족 규모가 정부 예상치보다 2배를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미래 기후변화를 고려한 중장기 위험 예측 없이 과거 하천 유량을 토대로 전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해외 수입에 의존 중인 식량의 미래 수입 규모가 현재 대비 최대 5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식량안보 위기도 내다봤다.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1(물·식량 분야)’ 감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30일간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 등을 실지감사한 결과다.
감사원이 한국수자원공사·농수산대학교 등 전문기관의 예측 모델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결과 2031∼2100년 물 부족량은 연간 5억8000만∼6억2600만㎥로 나타났다. 환경부 계산의 2배를 넘는 수치다.
앞서 환경부는 2021년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오는 2030년 국내 최대 물 부족량이 연간 2억5600만㎥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감사원은 종전 환경부 추산이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과거 52년 동안의 하천 흐름 양상 등을 분석해 한계를 지녔다고 지적했다.
상습가뭄재해지구 지정을 담당하는 행안부와 농촌용수개발사업지구를 선정하는 농식품부도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가뭄 위험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 가뭄 피해 이력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감사원 시뮬레이션에선 농업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지역이 112곳으로 나타났는데, 현실에선 이 중 96곳이 재해지구로 지정되지 않았다. 농촌용수개발사업 대상에서 빠진 곳도 최근 10년간 54곳이었다.
물 수급 예측 실패는 공장들이 자리 잡은 산업단지 운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감사원은 올 초 여수·광양 산단 상황을 예로 들었다. 해당 산단은 광주·전남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인근 댐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든 결과 공업용수 공급이 줄었고 공장 가동 자체를 축소해야 했다.
감사원 분석 결과 별도 산단이 없어도 생활·공업용수 부족이 예측되는 지역이 21곳, 산업단지가 44개였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향후 산업단지 신규지정 시 미래 물 부족 위험을 고려하는 내용으로 관련 지침 개정방안 등을 마련하고 물 부족 예상 지역에 조성될 산업단지의 물 부족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농산물 수급 및 어획량 예측도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농식품부에 대해 “기후변화가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예측이 미비했다”는 지적을 내놨다. 단기적 곡물 가격 위기에 대응할 뿐, 기후변화에 따른 곡물 수급 위기 대응 시나리오는 준비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국내 쌀 생산량은 2020년 10에이커당 457㎏에서 2060년 10에이커당 366㎏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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