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도, 정부는 ‘반대’하지 않았다[일본 오염수 24일부터 방류]
정부 자체 검증·정상회담 중 언급 등 사실상 방류에 동조
한국 정부는 그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에 한 번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일본에 시찰단을 보내는 등 방류 위험성을 자체 점검했지만 과학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국민 다수의 반대 여론을 외면한 채 일본 정부 방류 계획에 사실상 동조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22일 일본 정부의 ‘24일 오염수 방류 시작’ 결정에 대해 “오염수 방류 계획상의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줄곧 방류에 사실상 찬성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해양 방류 결정은 일본의 주권 사항이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자체 검증 움직임은 일본의 방류 결정을 정당화하는 들러리로 활용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지난 5월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 시찰단이 지난 5월21~26일 일본을 방문해 원전 방류 시설 등 현장 상황을 둘러봤다. 시찰단에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정부의 소극적 태도와 일본 정부 측 반대로 무산되는 등 시찰 투명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IAEA가 지난달 4일 일본 정부에 오염수 방류 계획이 안전하다는 최종보고서를 전달하며 방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정부는 “IAEA가 국제적으로 합의된 권위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결론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부는 IAEA 최종보고서 발표 3일 뒤인 지난달 7일 자체 검증 결과를 발표하며 일본의 방류 계획이 “IAEA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초읽기에 돌입한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우려가 커지자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방류 전 과정 모니터링 정보 실시간 공유 등 세 가지 조치를 요청했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윤 대통령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IAEA 점검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며 방류가 계획대로 처리되는지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윤 대통령이 오염수 방류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이 한·미·일 군사협력을 급속도로 강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본과 전격적인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대가로 강제동원(징용) 피해 배상 문제와 오염수 방류 문제를 양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운전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 6월15일부터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겠다며 매일 방류 관련 브리핑을 열었지만,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을 대신 전달하는 데 그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해양 방류 방식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 6월 “현재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일본 정부를 두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는 오히려 국민 우려와 반대 주장을 두고 “괴담”이라고 강하게 대응해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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