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엄마 이미지 깬 '남남' 전혜진 "나를 내려놓고 연기"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19금 장면이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대본을 보고 감독님한테 '그 장면 어떻게 표현하실 거예요?' 하고 물어봤죠.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배우 전혜진은 지니TV·ENA 드라마 '남남'에서 이전까지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던 엄마 김은미를 연기했다. 은미는 집에서 야한 동영상을 틀어놓고 자위하다가 딸 김진희(최수영 분)에게 들키자 태연하게 "늦는다더니 왜 이리 일찍 왔어? 밥은 먹었어?"라고 묻는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혜진은 이 장면을 언급하며 "촬영장에서 제작진이 (연기를 보더니) '아 그렇게까지 하시면' 하고 오히려 당황하는 반응이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전혜진의 파격적인 연기에 오히려 제작진이 당황했다는 설명이다.
드라마에서 은미는 딸에게 민망한 모습을 들키고도 당황하기는커녕 "너는 들킨 적 없는 줄 아느냐"며 당당한 태도를 보인다. 딸과 화해한 뒤 성인용품 가게에서 쇼핑하는 모습도 비췄다.
은미는 어린 딸을 데리고 수영복을 입고 해변에서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면 "너무 잘생겼다"며 호감을 숨기지 않는다. 진희의 잘생긴 상사에겐 "형이나 사촌 형 없어요?"라며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진다.
전혜진은 "매회 에너지가 강한 장면이 많았고, 저를 내려놓아야만 하는 장면도 많았다"며 "매 순간 은미답게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 말처럼 전혜진은 스스로를 내려놓은 듯 거침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은미가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병원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춤추는 장면에선 전혜진이 제작진에게 "최대한 잘 추고 싶으니 연습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은미는 고교생 시절 친구 오빠이자 역시 고교생인 박진홍(안재욱)의 아기를 임신하고, 이후 진희를 홀로 낳아 키운다. 드라마는 진희가 성인이 돼 경찰 간부(경위)로 일하는 시점의 이야기를 다룬다.
친구처럼 티격태격하며 지내던 모녀 앞에 진홍이 나타나자 진희는 "내 딸은 오빠랑 상관없다"며 선을 긋는다. 보통의 드라마에선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연상케 하는 절절한 서사가 펼쳐질 상황이지만, 은미에게 진홍은 딸의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의 첫사랑이고 연인일 뿐이다.
이처럼 '남남'은 진희와 은미가 서로를 딸과 엄마이기 이전에 개인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그린다. 모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남남'이라는 제목을 쓴 이유다.
전혜진은 "어떻게 보면 은미는 전형적인 가족 관계를 겪지 못한 인물"이라며 "그런 은미가 아이 하나를 데리고 어떻게 살아갔을까 생각해보면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은미는 어머니가 도망치고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며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진희를 임신한 뒤 친구와 친구 부모님들의 보살핌 덕분에 무사히 진희를 낳는다.
전혜진은 "은미는 굉장히 독립적인 인물일 수밖에 없었다"며 "스스로를 지킬 만한 보호막이 별로 없었던 만큼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은미는 진희를 위해서 살아가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딸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 이선균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둔 전혜진은 "제 아이들만 봐도 같은 배에서 태어났는데도 성향이 다르다"며 "저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이들을 한 인격체로 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혜진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나 경찰 간부 등 고위 공무원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다.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와 영화 '더 테러 라이브' 등에서 총 다섯 번 경찰 역할을 맡아 '경찰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도 있다.
이 때문에 전혜진은 통통 튀고 색다른 매력을 가진 은미로 변신하게 해준 '남남'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제가 강직하거나 카리스마 있는 역할, 아니면 형사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그런 이미지가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갈증이 쌓였죠. '남남'에서 사랑스러운 은미를 연기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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