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성인용품 가게 가고 딸 앞에서 플러팅…'파격의 엄마' 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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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은미(전혜진)는 스물아홉 살의 딸 진희(수영) 앞에서 남자들에게 추파를 던진다.
"처음부터 '은미'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았어요. 은미는 '나 아직 죽지 않았어'라는 태도로 살잖아요. '이런 엄마도 있을 수 있구나' 했어요. 저도 엄마를 연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은미구나. 은미 아니고선 이렇게 못 하지' 했죠." 2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배우 전혜진(47)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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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은 모녀 관계로 가족의 의미 묻는 '남남'
특별한 엄마 은미 연기한 배우 전혜진 인터뷰
엄마 은미(전혜진)는 스물아홉 살의 딸 진희(수영) 앞에서 남자들에게 추파를 던진다. 성적 욕망까지도 애써 감추지 않는 엄마를 보며 딸은 친구에게 "네가 봐도 우리 엄마 좀 이상하지?" 하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이내 딸은 다정히 엄마와 함께 성인용품을 사러 나선다. 말 그대로 은미는 엄마지만 엄마처럼 굴지 않는다. "처음부터 '은미'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았어요. 은미는 '나 아직 죽지 않았어'라는 태도로 살잖아요. '이런 엄마도 있을 수 있구나' 했어요. 저도 엄마를 연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은미구나. 은미 아니고선 이렇게 못 하지' 했죠." 2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배우 전혜진(47)의 말이다.
은미란 캐릭터는 독특하다. 예컨대 딸의 생부인 진홍(안재욱)과 다시 연애하지만 그에게 아빠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홍에겐 "(진희는) 내 딸이다", 진희에게는 "너는 (진홍과) 아무 상관 없어"라며 선을 긋는다. "시청자들이 은미를 싫어할까 봐 걱정했었다"던 전혜진에게도 은미는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전혜진은 너무나도 능청스럽게 은미라는 옷을 입었다.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의 송가경과 같은 이지적인 커리어 우먼이나 '비밀의 숲2'(2020)의 경찰 최빛처럼 냉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그에게 볼 수 없었던 얼굴이다. "저를 깨부수는 게 필요했어요. 대본 속 은미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계속 이해해 나갔는데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밝고 강한 '은미다운 모습'은 결핍에서 나온 게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극 중 은미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견딘 생존자이자 미혼모다.
드라마 '남남'은 평범하지 않은 은미의 삶을 통해 가족의 진짜 의미를 묻는다. 은미와 진희를 함께 키운 건 은미의 절친한 친구 미정(김혜은)이었듯 남도 가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철없는 은미를 돌보는 진희를 보면서 엄마에 대해 가졌던 우리의 고정관념을 돌아보게 한다. 전혜진 역시 "딸과 엄마의 다양한 관계를 드라마 속에 녹여 좋았다"면서 "지지고 볶고 안 볼 듯 싸우다가도 또 아무렇지 않게 은미의 방식대로 딸의 속옷을 숨기는 것으로 복수하고 풀리는 것 등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엄마와 딸이 이렇게도 대화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후기가 반가웠다고도 했다.
"갈증을 느끼다 로맨스와 코미디가 함께 있는 은미를 만나 신나게 연기했다"던 전혜진의 연기 스펙트럼은 은미로 인해 더 넓어졌다. "저도 제 안에 (은미 같은) 그런 모습이 있는지 몰랐지만 좋은 동료들이 뒷받침해 줘서 신나게 연기했어요. 다음엔 코미디까지 가볼까 싶기도 한데, 좀 밝고 재미있고 누가 될지 모르지만 무언가 특별한 게 있는 캐릭터를 만나면 좋겠어요."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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