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모도 터지는 데 오래 걸렸는데… ‘온리 원’ 이의리의 어깨, KIA-AG 대표팀 긴장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근래 들어 잦은 부상에 발목이 잡히고 있기는 하지만, 구창모(26‧NC)는 ‘건강하게 던지기만 하면’ 리그 최고의 좌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운 폼에서 나오는 강력한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완성도까지 훌륭하다.
구창모는 2019년 23경기에서 10승7패 평균자책점 3.20, 그리고 2020년 15경기에서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74, 2022년에는 19경기에서 11승5패 평균자책점 2.10의 호성적을 거뒀다. 특히 부상을 당하기 전인 2020년 전반기의 모습이 너무나도 놀랍고 압도적이었다. 구창모가 모든 이들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한 시점으로 기억된다. 이제는 국가대표팀에서도 에이스급 대우를 받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런데 구창모는 2015년 NC의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다. 구창모가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것을 대략 2019년 정도로 계산하면, 적어도 3~4년 정도의 기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구창모는 아직 미필로 이 기간 군 복무를 한 것도 아니었다. 류현진이나 김광현과 같은 선수들이 특별할 뿐, 유망주들은 성장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구창모 어린 시절 공을 받아본 포수들은 “구위 하나는 어릴 때부터 좋았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다만 만드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고 이야기한다. 현재는 KIA로 이적한 김태군 또한 “내가 군대에 가기 전에 구창모와 2년 정도를 같이 했다. 사실 그때는 직구밖에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KIA의 차세대 에이스로 각광받는 이의리에 대해 “어렸을 때 창모와 비슷한 것 같다. 팔 스윙이나 팔이 나오는 느낌이 딱 그렇다”고 비교했다.
이의리도 구창모 못지않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좌완으로 크지 않은 폼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의리로 시속 150㎞를 넘나드는 공을 가졌다. 패스트볼 구위만 놓고 보면 리그 좌완 중 최고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구속도 최고, 수직무브먼트도 최상급이다. 김태군은 “패스트볼 구속으로만 따지면 구창모보다는 한 단계 위에 있는 친구”라면서 공의 힘은 진짜라고 증언한다.
이의리의 공을 받아본 많은 포수들은 이의리 패스트볼의 힘을 ‘극찬’한다. 지금은 LG로 이적한 박동원 또한 지난해 트레이드 후 이의리와 호흡을 맞춘 뒤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볼 배합을 짰다. 힘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구속만 놓고 보면 KBO리그에 이런 좌완도 없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의리는 지난 5월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최고 시속 152.9㎞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4월 2일 인천 SSG전 당시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8.6㎞, 6월 10일 잠실 두산전 패스트볼 평균은 148.8㎞에 이르렀다. 경기마다 다소간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선발로 평균 148㎞ 이상의 패스트볼을 때릴 수 있는 국내 투수는 아직까지는 이의리 딱 하나다. ‘스페셜 원’도 아니라, ‘온리 원’인 셈이다.
기대치가 워낙 커서 그렇지 데뷔 2년 반 만에 24승을 거둔 고졸 좌완을 찾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지금까지의 성적만 봐도 이의리는 충분히 훌륭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감히 구창모의 이름이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 건강한 구창모의 완성도 만큼은 아니다. 제구와 커맨드가 더 동반되어야 한다. 많은 팬들은 구창모보다 더 빨리 완성형 선수가 되길 바라고 있다.
구창모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김태군은 “(제구에 대한) 자신만의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그 부분만 잘 헤쳐 나가면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그리고 이의리는 전반기 제구난에서 벗어나 후반기에는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다. 조금씩 터널을 빠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피안타율은 조금 높아졌으나 4사구 비율이 줄어들었다. 아주 세게 던지지 않아도 147~149㎞가 나오는 신의 어깨를 가진 이의리는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던지면서 완급 조절에도 눈을 떠갔다. 하지만 터널을 탈출하는 그 과정에서 부상이 찾아왔다. 22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한 이의리는 4회를 마치고 왼 어깨 통증을 호소해 경기를 마쳤다. 곧바로 병원을 수소문해 검진을 받았다. 단순 근육통 수준은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다.
조짐은 3회부터 있었다. 이의리는 1회 145㎞ 이상의 패스트볼이 총 15개에 이르렀다. 최고 구속은 트랙맨 기준 149.7㎞까지 찍혔다. 컨디션은 정상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3회 안치영 타석부터 구속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안치영 타석 때 패스트볼 구속은 차례로 137.6㎞, 141.2㎞, 141.1㎞, 140.9㎞였다. 직전 이닝 마지막 타자인 김상수에게 던진 패스트볼 구속은 147.7㎞였다. 대략 7㎞ 이상이 갑자기 떨어졌다.
즉, 3회부터 뭔가가 좋지 않았고 결국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하다 4회에도 구속을 회복하지 못하자 교체가 결정됐다고 볼 수 있다. 그 와중에도 실점하지 않은 것이 대단했지만 이날 경기 결과가 문제는 아니었다. 부상이 심각하지 않기를 바라야 할 상황이 됐다.
이의리는 자기공명영상(MRI) 기계 등이 구비된 병원을 찾아 22일 밤 검진을 받았고, 23일 오전에 다른 의료기관에서 한 차례 더 검진을 한 뒤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다. 23일 오후가 되면 정확한 부상 부위와 정도의 발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KIA는 시즌 내내 선발 투수들의 들쭉날쭉한 투구 내용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확고부동하게 대기하고 있는 6선발 자원이 풍족한 것도 아니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다 하더라도, 이의리가 로테이션을 1~2번만 걸러도 타격이 크게 나타나게 되어 있다. 가뜩이나 경기가 많이 남아있는 KIA로서는 투수 운영이 더 부담스럽다.
부상 정도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촉각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의리는 이미 대표팀 최종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왼손 에이스인 구창모의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의리까지 빠지면 전력 누수가 막심하다. 이의리의 부상 정도가 그렇게 심하지 않다고 해도 소집이 9월 중순임을 고려하면 사실 지금 시간이 별로 없다. 이의리의 경력, 그리고 KIA와 대표팀의 운명을 가를 검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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