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명안 표결 45분 전, 김남국은 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나
가상자산(암호화폐·코인) 투자·매매 논란을 빚은 김남국 의원(무소속)이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의원에 대한 국회의원 제명안 표결이 약 일주일 뒤로 늦춰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의원의 결단을 고려해야 한단 의견과 함께 원칙대로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비판 여론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22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 1소위원회(소위)는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회의를 열고 김 의원 제명안에 대해 무기명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위원 이견으로 한 차례 정회 끝에 결국 표결이 8일 뒤인 이달 30일로 미뤄졌다.
표결이 불발된 것은 김 의원이 이날 오전 회의가 열리기 약 45분 전인 10시14분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영향이다.
김 의원은 이날 SNS에 "제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제 징계안에 대해 현재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심의 중에 있다. 저는 심의 결과와 관계없이 22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 신인에 불과했던 청년정치인에게 국회에서 일할 기회를 주신 안산 단원을 유권자 여러분께 은혜를 갚고 성과로 보답하고자 했으나 실망을 안겨드려 마음이 무겁다"며 "제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저를 믿고 응원해 준 안산시민을 위해 임기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김 의원이 이같은 선언을 한 것은 일차적으로 본인이 밝혔듯 21대 국회의원으로서의 임기를 마치겠단 바람을 전달, 의원으로서 도중 하차하게 될 제명안만큼은 피하게 해달란 마지막 호소로 읽혔다.
실제로 김 의원 선언 이후 오전 소위에서 민주당 위원들은 김 의원의 선언을 이유로 들어 표결을 일주일 미룰 것을 국민의힘 위원들에 요청했다. 김 의원이 선언이 적어도 제명안 표결을 늦추는 데에는 성공한 셈이다.
윤리특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결론적으로 다음주 8월30일 오후 1시30분에 소위원회를 재개해 그 때 표결키로 했다"며 "저희로서는 김남국 의원 불출마 선언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평가할 건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 숙고의 시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리특위 여당 간사 겸 1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의원 건이 윤리특위에 회부된 후 긴 시간을 보내고 있어 오늘은 소위에서 결론을 내고자 했으나 송 의원이 정중하게 시간을 요청했고 다음주에 하는 것이 좋겠단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요청했기 때문에 (표결을 미루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가 윤리특위 간사 뿐 아니라 양당의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 제안이나 이런 것을 허투루 들을 수 없다"며 "저희가 김 의원 건이 좀 더 늦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민주당 입장을 수용해 (표결을) 일주일 순연키로 했다"고 했다.
윤리특위 소위는 여야 위원 3명씩 총 6명 위원들로 구성되는데 안건이 가결되려면 과반, 즉 4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윤리특위 소위에서 통과된 안건은 이후 윤리특위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각각 거쳐야 한다.
만일 이날 여당 위원들이 표결을 강행했다면 야당이 표결에 불참할 가능성도 존재했다. 이 경우 표결은 '불성립' 상태로 소위에 계류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측 제안을 받아들이는데 이같은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민주당 내 김 의원을 향한 일부 동정 여론을 확산, 제명안 통과의 마지막 관문인 국회 본회의에서 동정표를 확산시키려는 의도란 의견도 있다.
김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은 지난 5월 초부터 이어졌으며 이후 국회 회의 중 매매했단 의혹이 겹치면서 김 의원이 윤리특위에 제소됐다. 이 과정에서 진술 번복의 문제나 소명 성실도 문제도 불거졌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대국민 신뢰를 크게 잃은 점 등을 들어 중징계가 불가피하단 의견과 김 의원 투자건에서 '불법성'이 밝혀지지 않았고 국민의힘에서도 십 수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코인을 보유한 의원이 있단 점을 들어 중징계가 형평성에 맞지 않단 의견도 맞섰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김 의원이 그동안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었지만 민심이나 의원들 내부 여론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단 평가들이 있었다"며 "'총선 불출마'라는 나름 큰 결단을 내린 만큼 김 의원을 향한 동정표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윤리특위 1소위 민주당 위원들이 표결을 일주일 미뤄달라 요청한 것이 마냥 김 의원 사정을 봐준 것이 아니란 의견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국회 본회의에서 김 의원 제명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늘어나 제명안이 결국 부결된다면 민주당 의원 전체를 향해 민심 역풍이 있을 수 있다"며 "윤리특위 민주당 위원들로서는 1주일간 그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명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하므로 이것만으로도 가결 요건을 맞추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윤리특위 소위 단계든, 국회 본회의 단계든 김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신속히 처리되지 않으면 민주당을 향한 민심이 더 크게 이탈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민주당의 온정주의는 내로남불"이라며 "김 의원 입장문과 윤리특위 징계 유보는 별건이다. 민주적 원칙과 절차 존중이 곧 국민적 신뢰회복의 길"이라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의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은 21대 김남국 코인 거래 사건과는 별개 문제"라며 "21대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그 자체로 엄밀하게 평가돼야 하며 그 평가속에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느냐 마느냐가 판단의 핵심이다. 불출마선언이 현재의 문제를 희석화할 수 없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원칙대로 가야 민주당이 사는 길"이라며 "이 건으로 민주당이 혁신위원회까지 띄웠던 것 아닌가. 결론이 흐지부지된다면 그 순간 민주당은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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