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없는 SD 소름끼쳐"…374억의 기적, 괜히 '역사적'이라 하겠나

김민경 기자 2023. 8. 23.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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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성 ⓒ 스포티비뉴스DB
▲ 만루홈런을 터뜨린 김하성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김하성(28)이 없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몇 위일지 생각하니 소름 끼친다."

김하성의 역사적 시즌을 지켜본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의 샌디에이고 담당 기자 AJ 카사벨의 말이다. 샌디에이고는 23일(한국시간) 현재 시즌 성적 60승66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물러 있다. 지구 우승 가능성은 일찍이 사라졌고,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도 기적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샌디에이고는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마지노선인 3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65승60패)와 5.5경기차가 난다. 남은 시즌 한번 길게 연승 흐름을 타지 않는 이상 판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

샌디에이고가 선수들에게 투자한 것만 고려하면 올해도 우승 경쟁을 해야 했다. FA 시장에서 유격수 대어 잰더 보가츠를 11년 2억8000만 달러(3747억원)에 사들이고, 내야수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7년 8000만 달러(1070억원)에 연장 계약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매니 마차도(10년 3억5000만 달러),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3억4000만 달러), 조 머스그로브(5년 1억 달러), 다르빗슈 유(6년 1억800만 달러) 등 장기 계약한 고액 연봉자들이 수두룩하다.

김하성은 이들과 비교하면 염가도 이런 염가 계약이 없다. 김하성이 2021년 빅리그에 도전할 때 샌디에이고는 4년 2800만 달러(374억원) 계약을 안겼다.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크로넨워스 등 내야에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이 많았고, 김하성은 뎁스 강화 차원의 영입이니 이 정도 몸값이 당시에는 당연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김하성은 올해 샌디에이고를 먹여 살리고 있다. 베이스볼레퍼런스와 팬그래프가 산정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모두 김하성이 팀 내 부동의 1위다. bWAR는 수비 2.0으로 2위, 공격 4.4로 8위에 올라 있다. 공격과 수비를 종합한 야수 bWAR는 6.0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3위에 올라 있다. 카사벨이 "김하성 없는 샌디에이고가 어디 있을지 생각하면 소름 끼친다"고 말한 이유다.

▲ 흥겨운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는 김하성

김하성은 22일 마이애미 말린스와 홈경기에서 샌디에이고 역대 최초의 역사를 쓰며 한 단계 더 성장한 사실을 증명했다. 1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6-2 승리를 이끌고, 팀의 2연패를 끊었다. 연패가 더 길어지면 샌디에이고의 가을은 정말 더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김하성은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첫 타석부터 마이애미 선발투수 라이언 웨더스를 두들겼다. 우익수 오른쪽으로 뚝 떨어지는 2루타를 쳤다. 다음 타자 타티스 주니어가 볼넷을 얻어 무사 1, 2루가 된 가운데 후안 소토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날 때 김하성과 타티스 주니어가 이중 도루에 성공했다. 김하성의 시즌 28호 도루였다. 김하성은 1사 1, 3루에서 마차도의 좌익수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1-0으로 앞선 2회말 2번째 타석에서는 메이저리그 커리어 첫 만루 홈런을 쳤다. 웨더스가 1사 후 루이스 캄푸사노, 개릿 쿠퍼, 트렌트 그리샴까지 3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며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김하성은 웨더스가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온 탓에 2스트라이크까지 몰렸지만, 3구째 시속 96.6마일(약 155.5㎞)짜리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맞자마자 만루 홈런을 예상하게 하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시즌 17호포. 샌디에이고는 순식간에 5-0으로 달아났다.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388경기 만에 나온 첫 만루 홈런이자, 개인 통산 300번째 안타였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역대 5번째 만루 홈런을 친 타자가 됐다. 김하성에 앞서 추신수(4개), 최희섭(1개), 강정호(2개), 최지만(2개) 등이 기록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역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만루 홈런과 2루타, 도루를 모두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샌디에이고에서 슈퍼스타로 불리며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김하성이 해냈다.

▲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김하성 ⓒ연합뉴스/AP통신
▲ 김하성을 비롯해 샌디에이고 선수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은 대기록을 작성했다는 말에 "기록을 작성하는 건 늘 기분 좋은 일"이라면서도 팀 승리에 더 무게를 뒀다. 개인이 빛나는 것보다 팀의 가을 야구가 더 절실하다는 뜻이었다.

김하성은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매 경기가 마지막 경기라는 각오로 나서고 있다. 진짜 매 경기가 중요하다. 그게 지금 우리의 마음가짐이고, 내일도 그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그런 김하성이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멜빈 감독은 경기 뒤 미국 현지 취재진이 김하성이 최근 팀 내에서 얼마나 큰 존재인지 묻자 "최근이요?"이라고 반문하며 "시즌 내내 정말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멜빈 감독은 "김하성이 리드오프로 연속해서 안타를 치고, 홈런은 올해 몇 개를 쳤나? 17개를 쳤나? 김하성은 이제 2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됐다. 득점하고,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고, 출루도 잘하고, 리드오프의 임무를 잘 이해하고 경기에 나선다. 수비를 잘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정말 좋은 선수가 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멜빈 감독의 말대로 김하성이 20홈런을 치면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새 역사를 또 쓴다.

▲ 밥 멜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감독.

MLB.com은 '샌디에이고는 지난 2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패한 뒤 '길고 비참했던 하루'라고 이름을 붙였고, 이번 주에는 반등이 필요했다. 점점 희박해지는 플레이오프 희망이 사실상 이번 주에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올해 불꽃이 필요한 순간마다 그 불꽃을 팀에 종종 전달한 사람이 김하성이었다'고 평했다.

멜빈 감독은 이와 관련해 "때때로 우리 팀 분위기가 떨어졌다고 느끼지만, 김하성이 플레이하는 방식은 절대 그렇지 않다. 김하성은 항상 우리에게 핵심적인 인물이다. 김하성이 가져오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MLB.com은 '공정하게 말하면,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함께한 지난 3시즌 내내 그 정도의 에너지를 가져다줬다. 최근에 김하성이 그의 레퍼토리에 파워(장타력)를 더했을 뿐'이라고 했다.

김하성은 올해 팀 내 저연봉자로서 기적을 쓴 자신처럼, 샌디에이고도 가을 야구로 향하는 기적을 쓸 수 있도록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하고자 한다.

김하성은 "타자들의 방망이는 한번 뜨거워지면 계속 뜨겁게 유지된다. 지난 2개월이 그랬다. 내 타격감은 뜨거웠고, 그 뜨거운 타격감을 가능한 길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나는 이제 시즌이 끝날 때까지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생애 첫 만루 홈런의 기운을 시즌 끝까지 팀과 나누고 싶다고 강조했다.

▲ 김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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