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데이터 뜨자 메모리도 진화..판이 바뀐다[미래기술25]

이다원 2023. 8. 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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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시장, 데이터 용량 늘며 진화
글로벌 메모리 기술 전쟁터 된 D램 시장
AI 발전에 “더 똑똑하고 빠른 D램 찾아라”
HBM 앞서는 SK하이닉스 vs. PIM 붙인 삼성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판이 바뀌고 있습니다. 저장·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은 방대해지고 이전보다 연산 속도는 빨라야 하며 쓰는 전력은 줄어들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성능을 끌어 올리기 위한 ‘초격차’ 기술 경쟁도 치열합니다. ‘꿈의 기술’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반도체 회로. (사진=게티이미지프로)
메모리 반도체는 이름(Memory·기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보를 기억하는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입니다. 사람이 기억해 둔 정보를 활용해 어떤 일을 처리하듯이 컴퓨터도 연산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메모리 반도체에서 꺼내 사용해야 하죠. 이 과정에서 정보를 기억, 즉 저장하는 역할을 메모리 반도체가 맡고 있는데요.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휘발성 메모리와 비휘발성 메모리입니다. 저장한 데이터가 휘발하는 대표적 메모리는 램(RAM)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주요한 제품이 바로 D램입니다. 전원을 끄면 저장한 정보나 데이터가 날아가지만 대신 용량이 크고 처리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특성이 있어 모바일 기기나 컴퓨터에 주로 적용하는 제품이죠.

정보가 날아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로는 플래시 메모리가 있습니다. 대표 제품은 역시 낸드플래시로, 짧게 ‘낸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기술 ‘전장’ 된 D램…AI 주도로 판 뒤집혀

최근 치열한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차세대 D램 시장입니다. 그간 D램 시장은 한국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와 미국 마이크론이 과점해왔습니다. 모바일, 컴퓨터, 서버 등 활용처가 많은 가운데 조금 더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기술 경쟁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차세대 D램으로는 더블데이터레이트(DDR) D램이 있습니다. 5G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처리해야 할 용량이 점차 커지면서 용량은 늘고 전력 효율성은 높아진 D램이 필요해졌는데요. 이에 따라 DDR 제품이 등장한 거죠. 앞에 저전력(LP) 또는 그래픽(G)을 붙인 제품, 즉 LPDDR이나 GDDR 제품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생성형 AI ‘챗(Chat)GPT’가 등장하면서 고성능·고효율 차세대 D램을 찾는 곳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챗GPT 등장 이후 구글과 아마존이,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일제히 생성형 AI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AI가 똑똑해질수록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총량은 늘어납니다.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불러와 처리하고 AI가 답을 내놓게 하려면 전보다 빠른 반도체가 필요하겠죠. 현재까지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쓰이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기 위해 엔비디아, AMD 등 GPU 제조 기업들은 연산 속도는 높이면서도 소비하는 전력량은 적은 D램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DDR 제품으로는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HBM, 2024년 공급량 105%↑…기술 차별화 나선 삼성·SK

‘구원투수’ 역할을 맡은 차세대 D램이 바로 고대역폭메모리(HBM)입니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만들었습니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혁신적으로 빨라졌고 처리할 수 있는 용량도 많이 늘어났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쓰는 전력량은 기존 D램 대비 낮습니다. 따라서 AI용 GPU에는 HBM이 대거 탑재되고 있습니다.

HBM은 사실상 국내 D램 제조기업 두 곳이 양분한 시장입니다. 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입니다. HBM 역시 성능에 따라 1세대(HBM)부터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 5세대(HBM3E)까지 나뉘는데, 현재 두 기업은 4~5세대 HBM에서 치열한 기술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HBM을 가장 먼저 개발한 곳은 SK하이닉스입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HBM을 개발한 데 이어 5세대 제품인 HBM3E 제품까지 개발해 2024년 상반기부터 양산할 예정입니다. 5세대 HBM의 경우 초당 최대 1.15테라바이트(TB) 이상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데요, 5GB 짜리 고화질 영화 230편 이상을 1초 만에 처리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전 세대 제품 대비 발열도 10% 개선했고요.

삼성전자는 HBM3 제품을 중심으로 먹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4세대 HBM3 제품을 주요 AI 시스템온칩(SoC) 기업에 공급 중이고, 클라우드 기업에도 납품하며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는 것이죠. 올해 말부터는 4세대 후속 제품인 HBM3P 24GB 제품도 양산합니다. 이에 더해 D램을 촘촘히 겹칠 수 있는 기술과 생산능력(캐파)까지 갖췄다는 자신감도 드러냈습니다.

삼성전자 HBM-PIM.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내놓은 차별화 HBM 제품도 있습니다. AI 가속기를 HBM에 붙인 ‘HBM-PIM’입니다. D램에 AI 가속기를 더해 데이터 처리 시 병목현상을 막고 전력 소모량은 절반 가까이 줄였습니다. AI용 메모리 시장을 저격한 제품인 셈이죠. 성능은 두 배 늘었고요.

AI 산업이 커질 수록 HBM 시장도 더욱 성장할 전망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추산한 올해 HBM 수요는 2억9000만기가바이트(GB)이나 내년에는 30% 추가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렌드포스 측은 “올해와 내년은 AI 개발의 중추적인 해가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서 HBM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내년까지 HBM 공급량이 연간 105%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양 사의 선두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지난해까지 HBM 시장의 선두는 SK하이닉스로 점유율 50%를 차지했습니다. 삼성전자가 40%, 마이크론이 10%를 각각 차지했고요. 하지만 최근 나온 전망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6~49%의 점유율을 놓고 다툴 것으로 보입니다. 첨단 기술이 이끄는 미래 D램 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다원 (d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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