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진출 반세기 현대해상···해외 매출 중 절반 日열도서 번다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져 있다. 고금리, 고물가에 이어 미국과 유럽에 연이어 발생한 은행 파산은 '뱅크데믹' 충격을 남겼다. 새로운 금융 질서가 만들어지는 지금, 'K-금융'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을 꿈꾼다. 코로나19로 영업확장이 어려운 시기에도 국내 금융회사는 꾸준히 글로벌 영업을 확대했다. K-금융의 글로벌 성공 전략을 현지에서 직접 보고 왔다.
일본 지점 설립 이후 현대해상은 중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는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에도 법인·지점·사무소 등을 열고 해외 진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해외에서 42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42% 가량인 1759억원이 일본에서 거둔 성과였다.
한동안은 재일교포를 대상으로 한 보험 상품이 주력이었다. 도쿄 외에도 재일교포가 가장 많은 오사카에 사무실을 두고 화재보험·배상보험·상해보험 등을 판매했다. 재일교포 사회 내의 지역별 상공회의소가 현대해상 일본지사의 대리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일본 내 재일교포 커뮤니티가 3~4세로 접어들면서 점차 과거에 비해 한국과의 연결고리가 희석되고 있었다. 대신 문화적 현상인 '한류(韓流)'의 영향력이 일본 내에서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정희권 현대해상 일본지사장은 "재일교포 관련 실적이 계속 줄면서 대안 필요성이 커졌다"며 "일본 로컬(현지)에서 할 수 있는 계약이나 물건들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해상 일본지사는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 강화와 함께 일본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프론팅 계약(Global Account)'으로 영업 주력을 돌렸다. 프론팅 계약은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 등이 특정 외국 보험사에 재보험을 대부분 출재할 것을 조건으로 국내 보험사와 체결하는 보험계약을 지칭한다.
지난해 기준 현대해상 일본지사의 프론팅 계약은 45%로 늘어났다. 반면 주력이었던 한국계 기업 및 재일교포 관련 계약은 16%, 일본 현지 계약은 39% 정도다.
프론팅 계약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었던 건 일본 현지 고객들과의 오랜 신뢰 관계가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대부분의 외국계 보험사들이 본국으로 잠정철수한 상황에서도 현대해상은 도쿄와 오사카에 그대로 남아 손해 접수 및 보험금 지급 업무를 했던 걸 현지인들도 기억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재난 상황에서도 철수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면서 현대해상은 고객과 약속을 지키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쌓였고, 신뢰는 덤으로 따라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같은 해 베트남 호치민에도 사무소를 개소해 베트남 손해보험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으며 2016년 6월엔 수도 하노이에 사무소를 추가했다. 2019년 6월, 베트남 손해보험사 'VBI(VietinBank Insurance Joint Stock Corporation)'의 지분 25%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신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싱가포르에선 재보험 브로커사를 운영 중이다.
동남아 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일찌감치 진출했다. 1994년 현지 한국계 기업들에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미국 뉴저지에 지점을 내고 영업 중이다. 2000년대부터는 서비스 확장도 시도했다. 2006년 9월 미국 투자법인을 설립해 보험영업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을 통한 투자 수익 확대에 나섰다. 미국 동부에서 축적한 영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5년 4월 캘리포니아에 사무소를 설치했다.
이 외에도 현대해상은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도 뉴델리 등에 사무소를 두고 현지 시장정보 수집, 네트워크 관리를 하며 지속적인 현지 진출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도쿄(일본)=김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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