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주범들이 '친환경' 남발…차라리 일회용 컵이 낫다"
엠디 상품·리유저블 컵 남발
한정적인 범위, 솜방망이 처벌로는 한계 뚜렷
소비자들도 기업 행보 감시하고 비판해야
'친환경'의 홍수시대다.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되자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친환경을 표방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가짜 친환경'이라 불리는 그린워싱 기업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환경보호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 기업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겠다며 개인컵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할인을 해주고 일회용 컵 없는 매장을 운영하는 등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잦은 MD 출시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타벅스는 머그컵과 액세서리류 등을 제외한 텀블러만 연평균 448종을 판매했다. 2019년 404종, 2020년 373종, 2021년 557종이다.
또한, 스타벅스는 기념일 혹은 계절마다 엠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엠디 상품은 이른바 '굿즈'로 불리기도 하는데, 머그잔과 텀블러뿐 아니라 가방, 돗자리, 모형인형 등 다양한 종류가 출시된다. 지난 7~8월 두 달 사이에만 캠핑 컬렉션, 마린프렌즈 엠디, 서머2 프로모션 엠디, '블랙핑크+스타벅스' 콜라보레이션 엠디, 광복절 기념 엠디 등 다섯 종류의 엠디를 내놓았다.
이에 '환경', '녹색제품'이라는 이름으로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지갑을 열던 소비자들도 이제 스타벅스를 그린워싱 기업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스타벅스는 지난 2018년 국내 커피전문점 중 가장 먼저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하지만 도입한 종이 빨대도 실제로는 액체에 쉽게 녹지 않도록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PE)을 활용해 빨대 내부를 코팅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2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회용 컵 소비를 줄이고 개인 컵 사용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텀블러 사용을 장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 53개 매장에서 일회용 컵 없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내놓는 엠디 상품부터 줄이는 게 친환경 노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굿즈 마케팅 자체가 전반적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촉진시킨다"며 "불필요한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마케팅은 그린워싱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리유저블'(reusable)이라는 용어를 남발한다"며 "독일에서는 리유저블 컵으로 명시하기 위해서는 일단 컵 사용에 보증금이 붙고 회수되어서 재사용으로 이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 '디저트39'는 모든 고객에게 음료를 다회용 컵에 제공한다. 이 다회용 컵은 일회용 컵보다 두꺼운 재질의 플라스틱이어서 더 문제다.
홍 소장은 "고객들이 그 컵을 받아서 집에서 재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회용 컵이라고 할 수 없다"며 "그런 식으로 낭비할 바엔 차라리 얇은 플라스틱인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게 낫다"고 했다.
기업의 기만적인 상술에 맞서 국회 차원의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22일 그린워싱 기업의 광고 규제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을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에서도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해 거짓 과장 광고나 기만적인 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의 대상이 '제품'에만 한정돼 있어 한계가 있다. 홍 소장은 "현행법이 다루는 부당 환경 광고의 규제 범위가 모호하고 처벌도 권고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에 개정안은 부당한 표시·광고행위 규제대상의 범위에 기업의 서비스 제공 과정이나 사업수행 과정까지 포함되도록 해 '가짜 친환경 홍보'를 폭넓게 금지했다.
이소영 의원은 "기후위기 주범인 기업들이 '친환경'으로 불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지적하며, "개정안은 소비자가 기후위기 대응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진짜 친환경' 기업들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돕고 지원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아울러 홍 소장은 "소비자들도 그린워싱 기업을 구분할 역량을 길러야 한다"며 "기업들이 발표한 ESG 경영 계획을 실제로 실천했는지 감시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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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류효림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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