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호텔 프로젝트] ‘한달 살기’ 하기 좋겠네…‘거주권’ 이용객만 한해 5000명

서지민 2023. 8. 2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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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마을호텔 프로젝트] (5) 전남 목포 ‘괜찮아마을’ 호텔
지역 여행사·숙소 30여곳 뭉쳐
일·주·월간 단위 거주권 판매
식당·카페 등 상점 130여곳서
쓸 수 있는 충전식 카드 ‘눈길’

남들 다 가는 맛집, 복사한 듯 똑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 수박 겉 핥기 식으로 휙 둘러보는 여행에 질렸다면 ‘진짜 여행’에 도전해볼 차례다. 전남 목포 ‘괜찮아마을’을 찾으면 내 취향에 맞는 숙소를 추천해주고, 골목마다 숨은 특색 있는 식당·카페·기념품숍을 알려준다. 숙박객은 아침에 일어나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한식 뷔페에서 조식을 먹는다. 단 하루를 지내더라도 마을을 속속들이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마을호텔에 다녀와봤다.

전남 목포의 주요 관광명소와 식당·상점은 KTX역 반경 500m에 모여 있다. 측후동에 있는 마을호텔 프런트 ‘반짝반짝1번지’가 그 중심에 있다. 이곳에는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유 오피스·주방이 있다.

‘반짝반짝 1번지’라는 명칭의 건물은 목포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마을호텔 프런트 겸 공유주방·오피스 역할을 하는 곳으로 ㈜괜찮아마을목포 여행사가 운영한다. 30여년 전 병원 건물로 세워진 오랜 역사가 무색하게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한 입구와 인테리어가 세련됐다. 이곳에 상주하는 홍동우 대표가 “체크인하러 오셨어요?”라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괜찮아마을에선 하루·일주일·한달 단위 ‘거주권’을 판매한다. 거주권을 구매하면 여행사에서 내 여행 스타일에 맞는 숙소를 추천해주고 예약을 대행해준다. 목포 시내 30여곳 숙소가 연계돼 있어 선택지가 넓다. 가령 장기 투숙객은 공유오피스와 가까운 곳, 하루 이틀 짧게 여행 온 이들은 볼거리가 많은 ‘근대역사골목’ 부근에서 머물게 된다.

체크인하면 웰컴키트를 받게 된다. 웰컴키트엔 마을지도, 숙소 안내문, 엽서, 세면도구와 함께 카드가 한장 들어 있다. 식당·카페·책방 등 근처 130여곳 상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충전식 카드다. 갖은 혜택을 주고 쏠쏠한 적립까지 더해지니 요긴하다.

㈜괜찮아마을목포 여행사를 운영하는 홍동우 대표.

홍 대표는 “국내 여행 트렌드는 ‘장기간 머물기’와 ‘체험’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동네에 오래 체류하며 원주민들과 관계를 쌓고,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를 체득하며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니즈에 맞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원주민들과 협업해 마을 관광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 마을호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목포는 과거 전국 3대항 6대 도시로 꼽혔다. 항구 도시답게 오래전부터 여관 등 숙박시설이 많았다. 시간이 흐르며 시설이 낙후해 영업을 중단한 곳도 많지만, 마을호텔이 인기를 끌며 건물 리모델링 후 영업을 재개하는 곳이 늘어났다.

마을호텔 프런트 ‘반짝반짝1번지’ 모습.

40여년간 여관 ‘우진장’이 운영되던 건물은 ‘스테이카세트플레이어’로 탈바꿈했다. 숙소 로비에서 카세트테이프와 플레이어를 빌려 음악 감상을 할 수 있어 여유를 찾는 여행객이 많이 온다. ‘건해산물 거리’에 있던 여관 ‘왕산장’은 ‘건맥스테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했다. 이곳은 지역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숙소로 1층 펍에선 목포 바닷바람으로 말린 건어물 안주와 맥주를 판매하고, 2∼3층은 안락한 숙소로 활용한다.

건맥스테이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토요일마다 이 근방 골목에서 차를 막고 ‘맥주 축제’를 열었다”며 “맥주와 찰떡처럼 잘 어울리는 목포 건어물을 무한정 맛보고 즐길 수 있는 흥겨운 축제라서 젊은 친구들이 많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마다 젊은이들이 찾아 동네가 많이 활기차졌다”고 덧붙였다.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유 오피스·주방.

목포 시내 이곳저곳에 있는 숙소에서 짐을 푼 여행객들은 아침이면 죽동 ‘만인살롱’에 모인다. 단돈 7000원이면 든든한 가정식 백반을 먹을 수 있는 조식 뷔페가 열리기 때문. 이 살롱은 마을기업 ‘만인계’가 운영한다. 만인계란 ‘만명이 하는 계모임’이란 뜻으로 조선시대 땐 전국에 퍼져 있었다.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와해됐지만 목포에 있던 만인계만큼은 마을주민들의 협력으로 다시 뭉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목포 마을호텔에 투숙하면 받을 수 있는 마을지도와 충전식 카드.

거주권을 사용해 목포에 머무는 이들은 일년에 5000명이 넘는다. 20∼30명 단체 관광객도 연간 130회꼴로 자주 찾는다. 단체 특성에 맞게 팀워크·직무역량 강화나 청소년 진로체험, 환경 프로그램 등 교육과정을 짜서 워크숍 형태로 운영하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 괜찮아마을과 연계한 숙소를 모두 합하면 한번에 300명 이상 묵을 수 있다. 숙소·식당을 비롯한 주변 상점의 매출액은 해마다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해는 1억원을 기록, 올해는 3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파 캐릭터 ‘비팡이’. 비파나무는 목포의 시목(市木)이다. 목포=현진 기자

홍 대표는 “목포역을 중심으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숙소·식당·카페·상점을 한데 묶은 마을호텔”이라며 “원도심을 구성하는 관광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다. 그는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여행객들을 위해 야경 투어, 원도심 도보 투어 등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만난 이들과 새로운 연을 쌓는 것도 여행의 묘미이니 언제든 참여해보시라”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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