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로 '맹모삼천'…김해 구도심 '썰렁', 미어터지는 신도심 초등학교

송보현 기자 2023. 8.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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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장유·율하 신도시에서도 간극 매년 심화
장유 삼문초 1/3로 격감, 율하 수남초 15년 새 38배 급증

[편집자주] ‘소멸의 시대’에 매년 학생 수가 줄고 있다는 소식은 전혀 새롭지 않은 사실이 된 지 오래다. 문제는 그에 따른 교육환경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소와 과밀 학급의 문제가 그런 것이다. 콩나물 시루와 텅빈 학교 간의 간극은 점차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은 제자리 걸음을 하는 현실을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해보는 기획을 2회에 걸쳐 싣는다.

김해 장유 1동의 한 초등학교. 2023.8.21 뉴스1 ⓒ News1 송보현 기자

(김해=뉴스1) 송보현 기자 = 어떤 학교는 학생이 매년 줄고 어떤 학교는 교실이 미어터진다. 경남 김해시의 구도심은 물론 신도시 안에서도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김해시 장유·율하지역이다. 같은 ‘신도시’ 안에서도 과소와 과밀이 공존한다. 교육 관계자와 학부모들은 “정부나 교육청에서 내놓는 통계로는 이른바 ‘콩나물 시루 교실’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처럼 비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도심의 아파트와 고속도로 사이에 건립돼 있는 장유 신도시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아이들 서너명이 뛰어놀고 있었다. 기자가 이 학교 학생인지 묻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한 반에 몇명 정도 있는지”를 묻자 서로 경쟁하듯 말을 꺼낸다. 신모군(12)은 “5학년 기준으로 제일 많은 반은 25명이고 적은 데는 23명 정도”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조모군(12)은 “다른 학교에 비해 학생수가 적은 편인데, 점심은 2개 학년씩 묶어 3부제로 운영돼 쉬는 시간이 짧다”고 했다. 친구들의 말을 유심히 듣던 한 친구는 “바로 근처 율하 쪽으로 전학 간 친구들이 많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학생들 얘기처럼 장유지역 초등학교 학생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KESS)에 따르면 장유 삼문초는 전교생 수가 2008년 33학급 1073명에서 2023년 19학급 373명으로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주변 학교 사정도 비슷하다. 주석초(40학급 1357명→31학급 709명), 석봉초(31학급 962명→27학급 621명), 월산초(36학급 1157명→26학급 573명), 장유초(36학급 1131명→27학급 575명) 등이 모두 2008~2023년 사이 학생 수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인근의 한 주민은 “구도심이나 시골이 더 심각하겠지만 장유에서 율하 ‘신도시’ 아파트로 이사가는 경우도 잦다”며 “계속 신입생도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인근 율하 신도시 학생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소규모 학교에서 통폐합으로 율하에 들어선 수남초는 2008년 6학급 40명에서 2023년 63학급 1523명으로 38배 급증했다. 2013년 개교한 관동초는 현재 62학급 1660명으로 인근 학교 중 학생 수가 가장 많다. 이어 율하초 53학급 1246명(2010년 개교), 율산초 49학급 1163명(2020년 개교), 모산초 46학급 1094명(2019년 개교) 등이다.

이와 관련해 김해교육연대는 정부·도교육청 자료만 살펴보면 장유 신도시 등 일부 지역은 과밀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비춰지지만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선희 교육연대 대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수가 줄고 있으니 학교와 교사를 줄인다고 했다가 택지개발로 아파트를 짓고 인구가 모여드니 급하게 해결책을 내놓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교육부 등에서 제시한 ‘모듈러(이동형) 교실’ 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모듈러 교실은 학교 신설이나 증축 공사 없이 공장에서 제작해 학교 현장에서 조립이 가능하고 철거가 용이하다. 학생 수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과대·과밀 학교들에서 도입하고 있다.

그는 “김해지역 과밀학급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듈러(이동형) 교실’을 활용하는 곳이 많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체 조사한 ‘김해지역 학교 학급당 학생수 분석 데이터’를 공개했다.

김해교육연대는 김해지역 학급당 학생수를 조사·분석했다. (김해교육연대 제공)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경우 삼계, 장유·율하, 주촌이 25명 웃돈다. 중학교는 내외동, 삼계, 장유·율하, 진영 모두 27명 이상이다. 고등학교는 장유·율하가 31명을 넘었고 진영은 28명을 초과했다.

이에 대해 한 초등교사는 “시설은 한정돼 있는데 학생들이 많다보니 아이들 입장에서 활동하기 비좁고 불편할 것”이라며 “교사들도 교과·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장유의 한 초등학교 교사이자 학부모라고 밝힌 A씨는 “과밀학급 문제는 지금도 개선된 점은 없다고 본다”며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은 여전히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 현재 추세로 볼 때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작년에 27명을 맡았다가 올해 24명 학급을 담당하게 됐는데 3명 차이가 크다. 발표시간이나 첨삭 지도 등 수업에서 큰 차이를 느낀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당시 반 인원 절반씩을 나눠 그룹별(13~14명)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기억이 또렷하다”며 “아이들의 수업 참여도도 현저히 높았다. 학급당 인원수가 20명 이하면 더 확연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이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 즉 ‘교사 수’와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김지성 경남 전교조 정책실장은 “최근 서울 서이초 사건 등으로 교권 문제가 이슈화 되는데 그 중심에는 ‘과밀학급’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 교육부는 전국 신규 교사 정원을 낮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데 이렇게 되면 학급수를 더 늘릴래야 늘릴 수 없다”며 “2022년 기준으로 전국 교사 인원이 3000명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전교조가 내건 학급당 학생수 20명 상한제 제안을 도교육청이 받아들여 1학년 반을 23명 이하로 낮춘 것은 고무적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w3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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