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단 한번 ‘탁’ 빚은 막걸리…따라잡을 수 없는 산미를 품다

박준하 2023. 8. 23. 05: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막걸리 빚기 고수라도 '단양주'만큼은 담그기 까다롭다고 한다.

단양주란 딱 한번 빚는 술이다.

"가령 쌀을 1이라고 했을 때 '탁132'는 쌀1, 물3, 누룩 0.2를 의미해요. '탁112'는 쌀1, 물1, 누룩 0.2죠. '탁132'보다 '탁112'가 더 진한 술이란 걸 알 수 있겠죠? '탁100'은 물을 추가하지 않고 원주 그대로의 맛을 살린 술이에요."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 술 답사기] (63) 인천 ‘탁브루’
단양주로 만들어 특유의 청량한 맛 살려
강화섬 찹쌀 사용…가벼운 목넘김 장점
“뭐하는 사람이길래” 감탄할 제품 준비 중
서기준 탁브루 대표가 발효 중인 술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막걸리 빚기 고수라도 ‘단양주’만큼은 담그기 까다롭다고 한다. 단양주란 딱 한번 빚는 술이다. 시중에 나온 술은 두번 세번 빚는 이양주나 삼양주가 대부분이다. 단양주가 빚기 어려운 이유는 술맛이 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술을 여러번 빚으면 상대적으로 발효가 안정적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단양주를 주력 제품으로 상업화한 양조장이 있다. 인천 부평구에 둥지를 튼 ‘탁브루’다.

“단양주 특유의 산미와 청량한 느낌을 사랑해요. 현재 3종의 제품이 있는데 모두 단양주죠.”

탁브루의 서기준 대표(32)는 23세 때 양조를 처음 시작했다. 원래 맥주에 관심이 많아 독일 유학까지 꿈꿨지만 어린 나이에 독일로 훌쩍 떠나기엔 장벽이 높았다. 그는 대신 전국 곳곳에 있는 양조장을 찾아다녔다. 여행 중 만난 막걸리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본격적으로 양조장과 전통주점을 다니며 양조를 배웠다. 그때 그에게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월향이라는 당시 인기 있던 전통주점에서 5년간 일하며 하우스막걸리를 만든 일이다. 단양주만 5년을 꼬박 빚은 것이다.

“당시 새로운 막걸리를 빚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했어요. 안 다뤄본 재료가 없었어요. 진심을 다해 일했죠. 그런데 월향이 여러 이유로 갑작스럽게 폐업 수순을 밟게 됐어요. 급여의 일부를 받지 못한 채로 일을 그만뒀을 땐 다시 술을 빚을 수 있을까 싶은 절망감까지 들었어요.”

‘내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서 대표는 월향을 나와 2021년 탁브루를 세웠다. 그는 1년 만에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는 데 성공했다. 그는 어떤 막걸리가 소비자에게 먹힐지 알고 있었다. 과거 ‘온더탁’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다양한 브랜드 막걸리를 소개한 경험, 또 여러 전통주점에서 접객해본 경험이 주효했다. 그는 가볍고 무난하게 접근할 수 있는 막걸리를 택했다. 그의 답은 단양주였다. 대신 단양주는 술을 망치면 이양주나 삼양주처럼 덧술로 다시 살릴 기회가 없어 버린 술도 참 많았다.

왼쪽 두번째부터 인천 탁브루가 만든 막걸리 ‘탁100’ ‘탁132’ ‘탁112’. 이름의 숫자는 쌀·물·누룩의 배합 비율을 나타낸다. 인천=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그렇게 탄생한 게 ‘탁132’(6도), ‘탁112’(12도), ‘탁100’(10.5도)이다. 막걸리 옆 숫자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무슨 뜻일까. 서 대표는 재료의 ‘배합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술 빚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재료가 가진 ‘균형감’이라서다.

“가령 쌀을 1이라고 했을 때 ‘탁132’는 쌀1, 물3, 누룩 0.2를 의미해요. ‘탁112’는 쌀1, 물1, 누룩 0.2죠. ‘탁132’보다 ‘탁112’가 더 진한 술이란 걸 알 수 있겠죠? ‘탁100’은 물을 추가하지 않고 원주 그대로의 맛을 살린 술이에요.”

탁브루 술은 강화섬 찹쌀로 고두밥을 짓고, 강화쌀로 만든 입국을 넣어 발효한다. 도수와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목넘김이 가벼워 물처럼 넘어가는 술이다. 단양주가 가진 톡톡 튀는 산미가 매력적이다. 감미료 없이 쌀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부각되며 입안에 텁텁하게 남는 뒷맛이 없다. 끝에서 조금 느껴지는 쌉싸래함이 술에 재미를 더한다. 꿀떡꿀떡 막힘 없이 넘어가는 술이 좋으면 ‘탁132’를 추천한다. 양념 강한 안주엔 ‘탁112’가 낫다. ‘탁100’은 안주 없이 술만 마셔도 좋다.

서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좋은 재료, 빚는 정성, 무감미료로 승부하는 양조장은 이미 많다고 평가한다. 이제 그 이상을 보여주는 술이 나와야 할 때라는 의미다. 그는 빠르면 이달말, 늦으면 9월초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남들이 함부로 따라 할 수 없는 술을 선보이는 게 그의 목표다.

“지금까지 탁브루가 보여주지 않던 술을 곧 공개할 예정이에요. 아직은 비밀이랍니다. 앞으로 나올 신제품을 보고 ‘쟤는 뭐하는 사람인데 이런 술을 만들지?’라는 반응이 나오면 좋겠어요. 탁브루의 새로운 행보에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인천=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june@nongmin.com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