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BYD에도 밀렸다..현대차, 열도의 마음을 공략하라[조은효의 FN 모빌리티]

조은효 2023. 8.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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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난해 11년 만에 전기차, 수소차만 들고
일본시장 재진출했지만...중국 전기차 BYD에도 밀려
전략 재수정 필요...가격, 차체 사이즈, 디자인, 판매망 등
브랜드 경쟁력 강화 전략 지속...日전기차 시장 초기단계
지난해 5월 일본 도쿄 오테마치 미쓰이홀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 간담회에서 아이오닉 5(왼쪽), 넥쏘가 전시된 모습. 현대차 제공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5는) 굉장한 차다"라는 일본 자동차 평단의 찬사 속에 지난해 11년 만에 일본에 재진출했지만, 판매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 심지어 올해 상반기에는 현대차보다 1년 늦게 일본시장에 진출한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에도 판매가 밀렸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의 선전 속에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 판매에 오른 현대차지만, 일본시장만은 여전히 철옹성이다. 재진출 1년여를 맞아 일본시장 공략을 위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현대차의 판매대수는 244대다. 특히, 7월 한 달간엔 15대 밖에 팔지 못했다. 현대차가 렌트나 리스 차량쪽으로 판매를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반 소비자들의 구입은 이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반해, 올해 2월 일본에 처음 진출한 중국 BYD는 같은 기간 655대(7월 78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올 가을, 코나 전기차를 일본에 투입한다. 코나가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지 않는 한 일본 시장 재공략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현지에선 현대차가 초장에 승기를 잡지 못한 이유에 대해 크게 몇 가지 이유를 지목하고 있다. 가장 큰 핵심은 브랜드 신뢰도와 가격대다.

■테슬라식 온라인 판매 日에선 '시기상조'
지난해 5월 일본 도쿄 오테마치 미쓰이홀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 간담회에서 우라베 타카오 HMJ 연구개발(R&D)센터 디자인팀장이 아이오닉 5 앞에서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재진출과 동시에 일본에서 별도의 딜러망을 구축하지 않고, 100% 온라인 직접 판매 방식을 취했다. 마치, 과거의 현대차를 잊으라는 듯, 일체의 내연기관차를 배제한 채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만 들고 입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테슬라를 연상시키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일본 사회의 반응은 여전히 반신반의다. 일본에 매장 등의 오프라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어, 여차하면 다시 나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5월 재진출 발표회 당시 일본의 한 기자는 "테슬라와 같은 방식을 취하겠다는 것인데, AS등의 문제에 있어 소비자들이 불안을 느낄 수 있다"고 반응했다.

일본 간사이대 박태훈 교수

자동차 전문가인 박태훈 일본 간사이 대학 교수는 "원인은 명확하다"면서 "수리라든가 향후 애프터서비스의 관점에서 대리점, 딜러가 없다는 것은 일본 소비자들이 봤을 때 불안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대차가 11년 만에 돌아왔지만 일본 시장에서 (한 번 붙어보겠다는 자세보다는)여전히 '탐색전'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BYD는 5년 내 일본에서 승부를 보겠다며 일본 전역 100곳에 매장을 구축하고 있다. 미쓰비시차와 폭스바겐 재팬을 거친 BYD 재팬의 토후쿠지 아쓰키 사장은 과거 딜러망 등을 총동원해 BYD의 거점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日길은 좁은데 차는 크고, 차값도 비싸..."기아 EV6 동반진출했더라면"

아이오닉5는 일본에선 제법 사이즈가 있는 차인데다 디자인도 튀는 편에 속한다. 가격대도 낮지 않다. 보다 작은 사이즈에 부담없는 가격대로 접근했다면 초기 안착이 수월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아이오닉5의 가격은 479만엔~599만엔(일본 정부 보조금 85만엔 차감 전)이다. 경쟁차인 닛산 아리아 539만엔과 비슷한 수준이고, 440만엔인 BYD ATTO 3보다도는 높다. 전기차 시장 초기 '전기차 한 번 타볼까'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전략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디자인도 의외로, 일본 현지에선 "미래지향적이다"라는 지적이 많다. 바꿔말하면 '튄다'는 얘기다. 경쟁모델인 BYD의 ATTO는 로고만 떼면 일본차인지, 중국차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무난하다는 평가다. 박 교수는 "기아 EV6가 일본 현지에서 더 받아들여지기 쉬운 디자인"이라며 "현대차 재진출 초기, 기아도 함께 진출하지 않은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오른쪽)이 지난 6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의 다카하시 야스노리 CCC 대표이사 사장과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 티사이트(T-SITE) 쓰타야 서점 내부에서 아이오닉 5와 옆에서 기념 촬영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日전기차 수요 미미...이대로 가면 '장기전'

사실, 이 모든 얘기의 귀결점은 △일본의 전기차 시장 규모 △현대차의 브랜드력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지난 6월 기준 일본의 전체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2% 밖에 되지 않는다.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한국이나 이미 전기차 신차 비중이 15% 수준까지 올라온 유럽 등 선진국보다 더딘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고가의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만 들고 일본에 들어갔으니 '예고된 결과'나 다름없는 것이다. 안팔리기로는 도요타의 전기차 bZ4x나 닛산 전기차 아리아도 마찬가지다.

같은 수입 전기차 브랜드로서 BYD가 우선,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잘 파는데 집중했다면, 현대차는 선(先)브랜드 이미지 강화, 후(後)판매 확대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수입차 시장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인 만큼, 테슬라처럼 고급화 전략으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전기차 보급 확산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분명한 한계점이 있는데다, 브랜드 강화 전략 자체가 장기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지금과 같은 구도 하에서는 현대차가 일본에서 조기에, 반전의 기록을 쓰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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