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새로운 시대…국익 최대공약수 찾아 실행 옮겨야”

윤정훈 2023. 8.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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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①]신각수 전 주일대사
외교부 1·2차관, 주일대사 거친 ‘외교 전략통’
한미일 협력의 범위 확장, 제도적 틀 완성
외교안보 무대, 한반도서 인도태평양으로 확장
한미일 국력·국익·입장의 최대공약수 찾아 실행해야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이번 ‘캠프데이비드 회담’은 협력의 대상과 범위를 확장하고 제도적인 틀을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한미일 삼각협력체제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신 전 대사는 외교부 및 과거 외교통상부 시절을 통틀어 1·2차관을 모두 지낸 몇 안 되는 ‘외교 전략통’으로 꼽힌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전 주일대사)(사진=김태형 기자)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3국 정상은 ‘캠프데이비드 원칙’과 ‘캠프데이비드 정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개의 공식 문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한미일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는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공급망과 신흥기술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3국 협의체를 대거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신 전 대사는 “그동안 한미일 협력체제는 한일관계 부침에 따라 영향을 받아왔고, 주로 북한의 안보위협에 대한 대응 기제로 작동해왔다”며 “이번엔 독자적인 소(小)다자 기제로 출발을 하면서 협력의 대상 범위를 확장했고 제도적 틀을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 전 대사와의 일문일답

-한미일 정상회의를 총평한다면.

△인도태평양에는 제일 오래된 안보 협의체가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이고, 그 다음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인데 그것보다 더 강력해질 잠재력이 있는 기제가 만들어졌다. 물론 채택된 세 개의 문서가 현실적으로 지탱되고, 이행되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둬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일단 그런 의도가 세 문서에 체계적으로 구체화됐다. 나아가 한국이 내년 정상회의를 유치하려고 한다. 미국·한국·일본 순으로 정상회의가 열리게 되면 탄력을 받아서 북한의 핵위협이나 중국의 공세적인 외교안보 정책으로 인한 지역 내 전략 환경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한미일 협력체제는 북한 위협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한반도라는 좁은 범위, 안보라는 일부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인도태평양과 글로벌이라는 지역 범위에 안보는 물론 경제, 기술, 경제안보, 인적교류 등 다영역으로 확장됐다. 그전에는 한미일 정상회담도 다자회의 계기에 임의적으로 만났는데, 정례화가 됐다. 협의 채널도 정상·장관·실무급 회담으로 삼국협력을 추진하는 채널이 짜임새가 생겼다.

-한미일의 국력·국익·입장·지향에 편차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다른 건 앞으로 조정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중국에 대한 이해관계 면에서 미국, 일본, 한국은 다 차이가 있다. 이를 조정해 가면서 최대 공약수를 찾아내고, 찾아낸 최대 공약수를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과정이 전개돼야 한다.

-한국의 국익이 적다는 평가에 대한 의견은.

△꼭 그렇게 볼 필요가 없다. 우리가 안보면에서만 협력체제를 보는데 경제, 첨단산업 등 다양한 측면에서 다양한 채널이 만들어지고, 공동이익을 추구하도록 규정돼 있다. 서로 이익을 주고 받으면서 협력체제가 운영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 핵위협에 관해 비핵화 교섭이 재개될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디터런스(전쟁억지)’와 ‘디펜스(방위)’ 측면에서 다양한 대응방안이 들어 있다. 한미일 간의 미사일 정보 공유, 잠수함 공동훈련, 사이버 실무그룹 출범 등은 북한을 억지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북한 핵 분야에서는 미국과 일본에 도움을 받는거고,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도움을 주는 상황이다. 이런 것이 이익의 균형, 가치의 균형, 책임의 균형이다. 우리도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구축해 나가는데 있어서 한국이 우리 국력에 걸맞는 책임분담을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미국만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은 옳지 않다. 일본에서는 자민당뿐 아니라 야당인 입헌당도 지지한다. 이런 맥락에서 캠프데이비드 회담 성과를 해석해야 한다.

-대만, 남중국해 문제에 한국이 관여하게 되는게 부담이라는 해석도 나오는데.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가 가동하려면 서로 간의 이익과 책임의 공유가 필요하다. 그래야 지속성을 갖고 실효적으로 작동한다. 대만이나 남중국해 문제는 미국,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중요한 이익이 있다.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는 한국이 무역국가이고 자원의존국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우리 원유의 80%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통과해서 들어오고, 수출물자도 동남아, 유럽으로 갈 때는 북극항로가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그쪽으로 간다. 남중국해에 있어서 항행의 자유는 엄청난 이해가 걸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만해협도 중요한 해로다. 중국을 너무 의식하니깐 이해당사자라는 점을 잊기 쉬운데 현실은 그게 아니다. 우리도 이해당사자로서 남중국해와 대만의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를 반대하는데 동참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일관계는 회복국면이지만 과거사 문제는 여전한 상황이다.

△한일 관계는 회복 궤도에 올라갔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안정화 단계까지 조기에 가야한다. 강제동원문제의 완전한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과거사 해결과 경제·안보협력은 별도로 가야한다. 문재인 정부도 ‘투트랙’이었고, 지금 정부도 투트랙이다. 반면 우리가 지난 3월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제3자 변제’라는 해법을 제시하면서 ‘원트랙’이었던 일본도 투트랙이 됐다. 이후 한일 재무장관 회의가 7년만에 열리고,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것도 투트랙이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 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제재 위주의 대북정책이 대북관계 해결에 해법이 될 수 있나.

△우리는 담대한 구상 등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북한이 응하지 않는 것이다. 한미는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여 위협이 커지면서 NCG(한미핵협의그룹)를 만들고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인도적 지원해도 안받는다고 한다. 우리가 북한을 다룰 때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다. 물가로 몇 번을 끌고 가도 모두 안됐다.

-자위대의 영해 침범 제한 등 한일 간 첨예한 사항을 문서화하자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이 들어오려고 하지도 않는데, 미리 그런 얘기를 무엇때문에 하느냐. 들어오려고 할 때 하면 된다. 공동 훈련은 공해에서 하면 된다.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가상의 상황을 전제로 어려운 얘기를 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한미일 협의, 국민 설득 어떻게 하면 좋을까.

△국민과는 소통하고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 미국에만 치우치고 중국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근거없는 불안감이 있다. 중국 시장은 한국 무역수출의 19%를 차지할만큼 여전히 중요하다. 우리 정부도 상호존중과 상호이익의 기반 위에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가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중국 측에 메시지를 지속 발산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언론을 통해 소통하고, 국민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윤정훈 (yunr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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