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회의 끝나자마자 오염수 방류 '속전속결'…한일관계에는?
국무조정실 "방류 계획상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지만 찬성 아냐"
방류 사실상 '묵인'하는 행보 보였지만, 여론 반발 의식한 듯
野 '총력 저지 투쟁' 예고…무리하게 회복했던 한일관계 영향은?
NYT "한미일이 최근 몇 달간 이뤄낸 진전을 복잡하게 만들 위협"
소극적으로 대응하자니 여론 반발, 반대하자니 미국 요구로 곤란
일본 정부는 22일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이르면 오는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기로 했다. 이 사안은 전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 또한 주목된다.
특히 방류 시점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인데다, 국제정치는 결국 국내정치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외교적 의미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국무조정실 박구연 1차장은 22일 오후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그간 일본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고, 각료회의에서의 방류 개시 결정 관련 사안에 대해서 사전에 일본 측으로부터 전달받았다"며 "정부는 일본 측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당초 계획대로 방류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였고, 오염수 방류에 계획상의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우리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오늘 우리 정부가 내린 판단의 대상은 일본 측의 방류계획이며, 실제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 이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해 일본 측에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긴 했다. 방류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생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 동안 정부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이 검증'되고 '국제법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다만 실제로는 비판론을 '괴담'으로 간주하는 등 사실상 이를 묵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4일 낸 포괄 보고서에서 도쿄전력의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며 방류에 따른 방사선 영향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안전성과 국제기준 등 우리 정부의 요구사항을 사실상 충족하는 셈이긴 하지만, 수산물 안전 등을 둘러싼 여론의 반발은 다른 문제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저녁 국회 본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계획하는 등 총력 저지 투쟁을 예고했다. 시민단체들도 22일 오후 기자회견에 이어 비슷한 식으로 저지 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윤석열 정부는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제동원 제3자 변제 '해법' 등 한일관계 회복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요구하는 한미일 안보협력 때문인데, '역사적'이라고 자화자찬했던 한미일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악재가 등장한 셈이다. 비록 정상회의 의제엔 오르지 않았다지만, 일본이 하필 이 시점을 고른 이유가 한미가 암묵적으로 방류를 동의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노린 측면 또한 있다고도 분석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서울발 기사에서 "이번 방류 계획이 역내, 특히 매우 양극화된 한국에서 반발을 촉발시킬 수 있다"며 한국 내에서 지속돼 온 논란이 "한층 강화된 삼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한미일이 최근 몇 달간 이뤄낸 진전을 복잡하게 만들 위협이 됐다"고 평가했다.
방류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자니 국민 여론의 반발이 심상치 않고, 그렇다고 해서 반대하자니 정권 출범 뒤 무리한 방법까지 동원해서 겨우 회복시킨 한일관계가 다시금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는 한일·한미일 안보협력을 원하는 미국의 요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한일관계를 관리해 나가면서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여론까지 포용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맡게 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에 갇힌 우리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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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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