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가 된 예술...에르메스 재단, 박미나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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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전시장 벽을 채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줄무늬가 빛난다.
박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3m 폭의 대형 연작은 기존의 방식과 마찬가지로, 캔버스에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자주색, 흰색, 회색, 검정 등 9가지 물감을 종류별로 사용해 색띠를 칠하고, 아래에 실제 가구 이미지(다이어그램)가 받치는 형태로 구현됐다.
'색칠하기' 대가인 작가는 캔버스를 통해 실제 공간에서 가구와 그림이 어울려 배치된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경쾌하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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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도산대로 아뜰리에 에르메스서
검은 전시장 벽을 채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줄무늬가 빛난다. 그림을 받치는 가구도 빛난다. 설치 미술 같기도 하고 인테리어 제안서 같기도 한 작품들을 가득 채운 색띠에는 '선원의 꿈'이나 '행복의 추구'라는 시적인 이름이 달렸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의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리고 있는 중견 작가 박미나(50)의 개인전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에 등장한 작품들은 색띠의 조합인 듯 보이지만 단순한 칠이 아니다. 가정용 페인트, 색연필, 볼펜 등 다양한 안료를 망라해 사용하는 작업을 선보여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총 1,134종 물감을 이용해 높이 2m가 넘는 대형 연작을 선보였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미술대 회회과 출신인 작가는 2003년 리움 미술관 '아트스펙트럼 2003' 전시에 참가해 주목받았다. 20년간 시판되는 물감 등 재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특유의 그래픽적인 디자인에 기반한 회화로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를 테면 시중에 유통되는 오렌지색 물감을 모두 모아 유행하는 2인용 소파 크기에 맞춰 오렌지 줄무늬 회화를 완성하는 식이다. 작품은 중산층이 선망하는 강남 브랜드 아파트의 표준 천장 높이인 2.3m에 맞췄다. 단순해 보이는 디자인이나 색상 팔레트 이면에 인지 심리학부터 유행, 주거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 문화적 요소를 함축하는 점이 가장 큰 포인트다.
박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3m 폭의 대형 연작은 기존의 방식과 마찬가지로, 캔버스에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자주색, 흰색, 회색, 검정 등 9가지 물감을 종류별로 사용해 색띠를 칠하고, 아래에 실제 가구 이미지(다이어그램)가 받치는 형태로 구현됐다. 최고급 아파트 층고에 맞춰 높이를 30㎝ 높였다. 럭셔리 잡지에서 찾은 고급 가구 이미지를 차용한 작품은 실제 아파트 동선을 참조해 전시장에 차례로 배치했다고 한다.
작가는 물감을 거듭 칠하는 노동집약적인 붓질로 가구 디자인을 위트 있게 은유한다. 빨강 물감 154개와 TV, 노랑 물감 234개와 옷장, 파랑 물감 202개와 침대가 짝을 이뤘다. 실제 '빨강-소파' 작품 하나를 만들기까지 노고가 만만치 않은데 국내에서 유통되는 빨강 계열 물감을 전부 수집해, 제조사 알파벳 순서에 따라 1㎝ 폭의 띠로 칠한 뒤 물감의 규모에 맞는 크기의 가구를 그래픽처럼 그려낸다.
수천 개의 물감과 호기심, 열정이 보여 주는 것은 결국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것은 예술'이라는 메시지다. '색칠하기' 대가인 작가는 캔버스를 통해 실제 공간에서 가구와 그림이 어울려 배치된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경쾌하게 나아간다. 아뜰리에 에르메스 측은 "이번 연작은 작가의 대표작으로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 있다"면서 "각 캔버스가 회화의 특성을 지키면서도 실제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처럼 하나의 설치 작품으로 확장되는 부분이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8일까지.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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