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구리·삵·참달팽이… 돌아온 멸종위기종
지난 17일 오전 경북 영양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증식장 곳곳에 쌓여 있는 똥 무더기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까만 곤충 10여 마리가 달라붙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환경부가 멸종 위기 생물 2급으로 지정한 소똥구리다. 국립생태원은 1969년 이후 우리나라 야생에서 자취를 감춘 소똥구리 복원에 최근 성공해 다음 달 중순 자연 방사를 앞두고 있다.
생태원의 어류 증식장 수조에선 몸길이 5~10㎝인 황갈색 꼬치동자개 수십 마리가 삐죽이 돋아난 수염을 흔들며 한가로이 헤엄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낙동강 수계 중상류 여울에만 서식했는데, 수질 오염으로 자취를 감춰 멸종 위기 생물 1급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국 고유종 민물고기다. 생태원 관계자는 “현재 500여 마리까지 늘었다”며 이르면 올해 안에 하천에 방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오염으로 서식지를 잃고 사라졌던 멸종 위기 생물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국립생태원의 증식 프로그램이 성과를 거두며 ‘토종(土種)의 귀환’이 잇따를 전망이다.
소똥구리 살리기 작전은 2019년 시작됐다. 소똥이나 말똥을 지름 1.7㎝ 정도의 둥근 경단 모양으로 굴리는 소똥구리는 과거 전국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도심 개발과 농약 사용 등으로 사라졌다.
생태원은 몽골에서 소똥구리 200마리를 들여와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몽골 소똥구리는 우리나라 토종 소똥구리와 유전적으로 같지만, 서식 조건이 까다로워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생태원 연구진은 소똥구리가 이름과 달리 소똥보다 말똥을 선호하고, 갓 배설된 뒤 햇볕을 쬔 따끈따끈한 똥을 즐겨 찾는다는 것을 파악했다. 은퇴한 경주마 한 마리를 분양받아 매일 아침 분변을 거둬 소똥구리에게 나눠 먹였다.
지난해부터는 연구실에서 키우던 소똥구리를 야외 증식장에 풀어놓았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 먹이에 적응한 소똥구리를 700마리까지 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황 국립생태원 복원연구실 연구원은 “축사에서 농약 친 건초를 먹이는 지역을 피해 방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설물에 농약 성분이 있으면 소똥구리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다. 소똥구리는 10월쯤 동면(冬眠)하는데 봄이 오는 내년 4월쯤 몇 마리가 자연 상태에서 살아남을지도 관건이다.
국립생태원은 멸종 위기 2급으로 지정된 고양잇과 동물인 삵(살쾡이)과 참달팽이 증식에도 성공해 조만간 방사할 계획이다. 삵은 고양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집이 더 크고 몸에 불분명한 반점이 더 많아 구별된다. 과거 한반도 전역에서 볼 수 있었던 삵은 1970년대 ‘전국 쥐 잡기 운동’ 등으로 먹잇감이 감소하며 개체수가 급감했다. 최근 인공 증식으로 태어난 삵 암컷 두 마리가 현재 축구 경기장 3분의 1 크기의 복원센터 방사장에서 자연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쥐 같은 작은 설치류나 새, 물고기 등 살아있는 동물을 먹이로 바꿔주며 사냥 본능을 일깨우고 있다.
참달팽이(Koreanohadra koreana) 20여 마리도 오는 29일 방사한다. 전남 신안군 일대의 섬 지역에만 분포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참달팽이는 멸종 위기 2급으로, 학명에 ‘코리아(korea)’가 붙어 있다. 홍도에서 구한 5마리를 최근 31마리까지 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과거 남해안이나 제주도에서 발견할 수 있었지만 무분별한 채취 등으로 사라진 나도풍란(멸종 위기 1급)도 자연 이식을 앞두고 있다. 최승운 멸종위기종복원센터장은 “토종 생물이 방사 후 어떻게 자생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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