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日 물량공세에, 中 "더 싸게 팔게요"…저가 철강재 공습경보

김도현 기자 2023. 8. 23.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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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를 무기로 한 일본 철강업계의 물량 공세로 국내 철근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다.

업계는 부동산 침체 여파로 중국 철강업계가 한국 시장에 눈을 돌리고 일본보다 싼값에 물량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근 등 건설자재, 조선용 후판, 차량용 강판에 이르기까지 엔저에 따른 일본산 철강재 물량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업계 전체가 가격경쟁력 약화에 따른 판매량 감소와 수익성 감소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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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를 무기로 한 일본 철강업계의 물량 공세로 국내 철근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다. 부동산 위기를 겪는 중국에서도 값싼 철강재가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의 철근생산 개시, 국내 건설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국내 주요 제강사 수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철근시장에서 촉발된 공급과잉 우려가 후판·강판 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4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철근 유통가가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4월 톤당 998달러던 철근 유통값은 5월 985달러, 6월 954달러, 지난달 907달러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원인은 값싼 수입 물량의 확대다. 4월 3만8958톤이던 수입량이 지난달 4만7690톤을 기록했다.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엔저를 무기로 일본산 철강재가 대량 들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산 철강재 수입량은 4월 1만6763톤, 5월 1만2197톤, 6월 1만7308톤, 지난달 2만8721톤 등을 나타냈다. 5월 이후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 단가도 톤당 4월 672달러에서 지난달 575달러까지 줄었다. 업계는 부동산 침체 여파로 중국 철강업계가 한국 시장에 눈을 돌리고 일본보다 싼값에 물량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중국이 국내서 가격 경쟁을 벌인다면 단가가 높은 국내 기업은 시장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내부적으로도 수요가 줄고 경쟁이 더해진단 점이다. 국내 건설경기도 침체일로를 겪는 가운데 최근 부실아파트 논란으로 수요가 더욱 위축되는 상황이다. 7대 제강사가 주름잡던 철근시장에 최근 포스코가 등장했다. 7대 제강사 가운데 현대제철·동국제강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이다. 포스코 측은 포스코이앤씨 등 그룹 건설계열사 중심으로 납품하겠다 밝혔으나, 도매시장을 통해 유통되는 철근 특성상 시장 물량 확대로 인한 단가 및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철근을 넘어 철강 시장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단 점이다. 앞서 일본 철강업계는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철강 수요 확대를 예상하고 생산량을 늘렸다. 이후 도쿄올림픽이 연기됐을 정도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철강 소비량이 급감했다. 일본 철강업계는 재고 관리를 위해 국내 조선사에 싼값에 후판을 납품하게 된다. 주요 철강사는 조선용 후판 납품량이 급감했고 조선사와 상·하반기 연 두 차례 실시하는 후판 공급가격 협상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엔저효과가 장기화하면 이런 상황이 굳어질 수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근 등 건설자재, 조선용 후판, 차량용 강판에 이르기까지 엔저에 따른 일본산 철강재 물량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업계 전체가 가격경쟁력 약화에 따른 판매량 감소와 수익성 감소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담합으로 비칠 수 있어 철강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가격·공급망 등을 논의하지도 못한다"며 "최소한 업계 전체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상생과 공생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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