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해촉과 류희림 위촉, '비정상적' 방통심의위

윤유경 기자 2023. 8. 2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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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촉 후 하루만에 이뤄진 위촉, 심의위 내에서도 절차적 정당성 문제제기
류희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부적절 권고안 낸 법무부 감찰위원 전력
방통심의위 공정 심의 가능할까 우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에 대한 해촉안을 재가한 다음날인 18일 류희림 미디어연대 대표를 후임 방심위원으로 위촉했다. 류 신임 방심위원은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징계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인물이다. 그는 YTN플러스 대표로 재직 당시 방송 사유화 논란으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선정한 방송 장악 언론인으로도 꼽혔다.

22일 위원장 호선을 위해 열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는 해촉·위촉 절차의 정당성을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정연주 전 위원장의 해촉 절차가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류희림 위원을 이미 위원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회의 비공개를 주장하며 공개를 주장하는 위원들을 두고 '의도적으로 회의를 비정상적으로 운영한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심의' 업무에 대한 감사 실시 여부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류희림 위원이 위원장으로 호선된 이후 정치 심의와 편파 심의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류희림 신임 방심위원.

해촉 후 하루만에 이뤄진 위촉, 해촉과 인사 절차는 정당할까?

정 전 위원장과 이 전 부위원장에 대한 해촉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고, 주의 수준의 지적이 나온 방송통신위원회의 회계 검사 결과만을 가지고 해촉안을 재가했다. 황성욱 국민의힘 추천 상임위원도 업무 시간과 업무추진비에 대한 경고 처분과 주의 요구를 받았지만, 황 위원은 해촉되지 않았다.

위촉 절차도 통상적이지 않다. 방통심의위 심의위원들은 총 9명으로,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이 3명, 국회 상임위에서 3명을 추천한다. 취합된 추천 위원 명단은 인사혁신처로 넘어간다. 인사혁신처는 인사검증 절차를 거친 뒤 검증 결과를 대통령실에 보고한다. 이후 대통령이 결재하면 최종 위원 위촉이 되고, 방통위로 공문을 보낸다. 방통위는 방통심의위에 공문을 전달한다.

방통심의위 내부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인사검증 절차는 적어도 한 달은 걸린다. 보궐로 위촉하는 경우엔 공석이 생긴 이후 추천과정부터 똑같이 진행한다. 하지만 류 위원에 대한 위촉은 정 위원장에 대한 해촉안을 재가한 지 하루만에 이뤄졌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22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18일 오후 5시41분에 해촉 공문을 받았고, 그다음날 새로운 위원이 대통령 지명 위촉됐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사검증 절차를 제대로 진행했는가에 대한 의혹과 더불어 류 위원을 이미 내정해놓고 정 위원장에 대한 해촉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류 위원은 지난 20일 인사검증 절차에 대해 묻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방송 관련 공직에 추천될 가능성이 있으니 (인사검증을 받았고), 어떤 자리를 할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방통심의위원은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통령실에서 한 50명쯤을 미리 은행에 저금해놓고 사람 빠진데마다 바로 나사 끼우듯이 끼워놓는다는 이야기와 똑같다. 위원 9명이 그대로 있는데 언젠간 갈아치울 걸 예상하고 어디다 넣을지 모르지만 미리 인사검증을 했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작전이고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해촉·위촉 절차 정당성 문제 제기된 방통심의위

22일 열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도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윤성옥 위원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해촉된 과정과 해촉 사유가 이해되지 않는다. 9인 중 2인이 결원됐으면 2인을 신속하게 충원해서 위원장을 호선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날 8명의 심의위원 중 야권 추천 위원들은 회의 공개를 주장했지만, 황 위원장 직무대행은 회의 공개 여부를 결정할 의결을 진행하지 않았다. 방통위설치법에 따르면, 방통심의위 회의는 공개가 원칙이다. 다만, 과반수 이상이 동의할 경우 비공개로 전환할 수 있다. 국민의힘 추천 위원들은 그동안 인사 문제는 비공개로 진행했다는 관례와 회의를 공개하면 개인의 명예가 훼손된다며 회의 비공개를 주장했다.

황 직무대행은 “대통령께서 지금 후임 위원을 위촉하신 마당에 내가 실질적으로 정당 상임위원으로 추천받은 입장에서 위원장 직무 계속한다는 건 직무유기”라며 “정 전 위원장 후임으로 위원이 위촉되셨고 여러 관점에서 내가 직무대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공개를 요구하는 위원들을 두고 “의도적으로 위원회 파행으로 끌고가려는 이유가 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위원장 후보가 결정된 것으로 느껴질 정도의 발언을 했다. 위원장, 부위원장을 해촉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비정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위원장을 선출하자고 8인 체제에서 모인 것도 비정상”이라며 “우린 공식적으로 위원장 후보에 대해 거론을 한 바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윤성옥 위원도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이 당연히 위원장인 것처럼 언급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회의 공개 여부에 대한 공방만 벌이다 끝났다.

류희림 위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부적절 권고안 낸 법무부 감찰위원 전력

류 위원은 KBS와 YTN 기자를 거쳐 YTN DMB 이사, YTN 플러스 대표,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류 신임 방심위원은 지난 2017년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표한 '정권 언론 장악 부역 언론인 50인'에 꼽힌 인물이다. 방송 장악 언론인으로 꼽힌 인물이 방송을 심의하는 심의위원 자리로 오른 셈이다. 류 위원이 최근까지 공동대표로 활동한 언론 시민단체 미디어연대는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등을 비판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YTN플러스 대표로 재직할 당시엔 극우 성향 인터넷언론 폴리뷰에 YTN 노동조합 비방 자료 등 사내 정보를 전달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논란이 됐다. 당시 소훈영 전 폴리뷰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김백 YTN 상무와 류희림 YTN 플러스 대표를 만났다”며 “2012년 류 대표는 쇼핑백 하나만큼 노조(언론노조 YTN지부)에 대한 정보를 줬다. YTN 빌딩에 가서 내가 직접 받아왔다”고 했다.

당시 류희림 대표는 미디어오늘에 “2012년 KBSMBCYTN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갔을 때 소 기자가 요청해서 김 상무와 만난 적이 있다”며 “노조가 과거 이러한 활동했다는 자료 및 성명을 회사가 낸 자료와 담아 서류 봉투에 넣어주고, 회사에서 나오는 수첩과 함께 쇼핑백에 넣어서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 소훈영 전 폴리뷰 기자는 2016년 2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2013년 당시 YTN 간부가 흘린 사내 정보를 빼곡히 기록한 수첩을 보여줬다. 그는 “사내 성추행 등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정보들을 제공받았다”고 했다. 그가 지목한 YTN 간부는 류희림 YTN 플러스 대표였다. 사진=김도연 기자.

언론노조 YTN지부는 2015년 YTN이 보도를 통해 류씨 배우자가 교장으로 있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와 누나가 운영하는 '버들식당'을 홍보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YTN플러스는 “이 시대의 착한 맛집”, “수익 증대만을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 오래된 맛과 신뢰로 승부” 등 문구를 쓰며 '버들식당'을 극찬했다. YTN사이언스는 벤자민학교를 수차례 홍보했다.

YTN지부가 관련 사실을 공개한 이후 류씨는 입장을 내고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다양한 활동과 교육적 성과들을 소개함으로써 대안교육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이뤄졌던 것이고, (버들식당은) '한국을 대표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곳'에 포함될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것으로 YTN 품격을 손상하는 기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지난 20일에도 미디어오늘에 “YTN 노조는 학교 홍보 기사가 20건이 넘게 나왔다고 했지만, 과장한 것이다. 실제 보도는 얼마 되지 않으며 공익적 목적의 뉴스 가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족 식당 홍보 논란에 대해서도 “이미 유명한 식당이고, 평일에도 번호표를 뽑을 정도다. 식당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2015년엔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으로 선출됐는데, 류 위원은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 수사의뢰에 모두 부적절 권고안을 냈던 법무부 감찰위원 중 한 명이다. 류 의원은 전 법조인클럼 회장 자격으로 참여했다. 2021년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윤석열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취소 소송에서 추미애 장관이 내린 정직 2개월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류희림 신임 방심위원은 최근까지 언론비평 시민단체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등 여권 비판 단체를 비판했다. 미디어연대는 지난해 5월 <언론노조, 윤석열 정부 공격보다 반지성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문재인 정권의 무리한 탈원전 강행, 울산시장 선거공작 청와대 개입 의혹 등 국민을 도탄에 빠트린 치명적 실정에 대해선 보도를 축소, 외면하고 오로지 보수 야당의 흠만 잡고 침소봉대해왔던 게 바로 언론노조의 행보였다”고 했다.

미디어연대는 “지금도 KBS MBC YTN 등 방송사 내부에서는 전 정권 아래 벌어진 보도파행, 인사참사, 정치보복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깨어있는 언론인들의 성토가 계속되고 있다”며 “현실이 그런데도 언론노조는 아직까지 '족벌 언론' '재벌' 타령으로 자신들의 모든 잘못을 가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 심의 전반 자료수집 시작…방통심의위, 공정한 심의 가능할까

감사원은 21일 방통심의위에 대한 공익감사를 실시할지 판단하기 위해 현장에서 자료수집에 착수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날 직원들을 방통심의위에 보내 심의 규정 위반, 심의 지연, 방통심의위 주요 직위자 근태 등에 관한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공정언론국민연대가 주요 공영언론에서 발생한 불공정 방송 사례를 적발해 방통심의위에 제재를 요청했으나 방통심의위가 심의를 무기한 연기하거나 노골적으로 봐주기 심의했다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에 따른 감사다. 이런 가운데 류희림 위원이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정치심의와 편파심의에 대한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제기된다.

류희림 위원은 22일 미디어오늘에 “방통위에서 나에게 연락이 왔다. 나에 대한 여러 검증을 거쳐 추천을 한 것 같다. 최종(적으로) 나에게 방통위에서 위촉 동의서를 내라고 해서 낸 게 (지난주) 목요일 오전이었다”며 “이전에 (법무부에서 연락이 와) 방송 관련 공직에 필요한 검증을 한다고 했고, 나는 어떤 자리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가진 여러 가지 경력 등이 방통위에서 볼 때는 심의위원에 적합하다고 판단을 한 것 같다. 내가 자격이 된다, 안된다 어떻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편파 심의 우려에 대해 묻는 질문엔 “(방송 장악) 의혹에 대해선 나는 그 당시 노조가 했던 것에 대해 상세히 밝혔고 회사에서도 공식 조사를 통해 과장과 왜곡이었던 게 다 드러났던 이야기다. 특정인을 음해하기 위해 얼마나 과장하고 악의적으로 왜곡할 수 있는지 안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모든 자료를 정리해 보내주겠다. 보면 억울할 수 있겠구나 생각될 것”이라며 “내가 YTN 경영기획실장일때 노조가 대척점에 서서 일하다보니 내가 한 것에 대해 과장한 것들이 많지만, 나는 심의를 위반한 적도 없고 지금 여기와서 혼자 결정하게 되겠는가. 호선을 거쳐야하는거고 내가 위원장이 되고 안되고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심의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심의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하게 심의를 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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