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동맹 파괴하려 호주 정치·경제인 포섭”
“한국이 중국에 대해 정상적인 외교만을 유지한다면 정치전(political warfare)에 희생될 것이다. 보복과 고통을 감수할 각오로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맞서 장기전을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
가짜 뉴스 유포와 선거·정책 개입, 친중(親中) 여론 형성 등 중국의 영향력 공작을 연구해온 세계적 석학들은 22일 한반도선진화재단·한국세계지역학회가 ‘중국의 정치전과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주최한 회의에서 이같이 입을 모았다. 중국이 호주·캐나다 등 자유·민주 진영 국가들에서 자국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정치전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이웃 국가인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호주는 2020년부터 코로나 발원지 조사, 홍콩보안법 등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클라이브 해밀턴 호주 찰스스터드대 교수는 “중국의 목표는 경제를 무기로 호주를 자국 영향력 내로 흡수하고 미국·호주 동맹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력 정치인, 기업인, 법조인, 학자, 언론인 등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중국 여행이나 고급 와인 같은 향응(饗應)을 제공해 포섭한 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같은 현안에 대해 친중 여론 확산을 유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보안정보국(ASIO) 수장이 “호주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스파이 행위와 영향력 공작에 노출돼 있다”고 말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최근에는 익명의 관계자가 중국의 돈을 받은 언론인 명단을 폭로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해밀턴 교수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과 관련, “광산업 등 중국에 막대한 경제적 이해가 걸려 있는 기업을 통해 정부가 중국에 양보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일부 기업인은 자신이 소유한 언론을 통해 중국 편향적인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해밀턴 교수는 “공산당은 담론장을 지배하기 위해 소셜미디어(SNS)에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데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고도 했다. 2020년 12월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호주 병사가 아프가니스탄 소년을 흉기로 공격하는 듯한 합성 사진을 올렸다가 호주 국민이 격분하는 일도 있었다. 해밀턴 교수는 “중국이 외교적으로 깡패짓을 했지만 국민들이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며 정부와 함께했기 때문에 잘 대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캐나다도 지난해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카메라 앞에서 설전을 벌였을 정도로 중국과 갈등의 골이 깊다. 그랜트 뉴샘 미 안보정책연구소 연구위원에 따르면, 중국 외교관인 영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선거 활동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친중 정치인에게 자금과 선거 유세를 지원했다. 뉴샘 연구위원은 “중국은 캐나다의 경제 의존성을 증가시키고 캐나다에 대한 직간접적 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제고하는 전술을 전개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정치전’ 등을 집필한 케리 거샤넥 대만국립정치대 교수는 “중국이 태국에서 정치전을 성공적으로 전개해 친중 군부 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대만의 경우 2019년 홍콩 접수 사태 이후 역외 정치세력이 정계에 자금을 대지 못하는 ‘반침투법’을 제정해 2020년 총통 선거에서 선거 무결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중국이 한국에서도 비슷한 정치전을 전개하려 한다는 점을 한국 사회가 시급히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세계지역학회장인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현재 외국인이 간첩·선전 활동을 해도 조사·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중국이 반간첩법을 개정해 우리 국민의 활동을 자유롭게 검열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것처럼 우리도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용 계명대 교수도 “국가정보원 등 안보기관의 국내 방첩 기능을 유지하는 한편, 안보·공안 기관들이 이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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