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52] 통영 청각초무침
처음 청각을 만났던 곳은 고향 마을 장독대다. 그 옆에는 토란대와 참깨가 자리를 잡았다. 그즈음 앞마당에는 마늘과 고추가 가을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렇게 할머니는 추워지면 먹을 거리를 늦여름에 챙겼다. 다른 재료는 모두 논과 밭에서 쉬 볼 수 있었지만 청각만큼은 그 실체를 알지 못했다. 아니 어렸을 때는 청각마저 밭에서 뜯는 채소로 알았다. 그런 청각을 초무침으로 만났다. 경남 통영의 벗이자 통영음식문화 연구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지난여름에 맛보았다. 그 뒤로 초도, 거문도, 안도 등 전남 여수 섬에서 냉국으로, 경북 포항 구룡포에서는 고추장을 더한 붉은 청각냉국을 만났다. 청각은 통영뿐만 아니라 포항, 거제, 여수 지역에서 여름철에 냉국과 초무침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곤 했다.
청각은 갯바위나 돌에 붙어서, 봄에 자라 여름에 많이 채취한다. 대부분 말려서 겨울 김장철에 사용하지만 양식이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고 있다. 자산어보에 ‘맛이 담백해서 김치 맛을 돋운다’고 했다. 김치가 쉬 쉬지 않도록 젖산 발효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예로부터 김치를 담글 때 더하는 재료로 이용했다. 막 채취한 싱싱한 청각은 초무침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좋은 청각은 줄기가 통통하고 색깔이 짙고 윤기가 흐르는 것이 좋다. 이런 청각을 볕이 좋은 날 하루에 말려야 향이 좋다.
생청각이 없을 때는 마른 청각을 물에 불려서 사용하기도 한다. 청각을 바락바락 주물러 씻은 다음 거친 뿌리를 제거하고 살짝 데친다. 청각 자체가 수분을 많이 품고 있어 반드시 물을 넣지 않고 데쳐야 한다. 데친 청각은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맛이 있다. 여기에 양파, 파, 고추, 깨소금, 설탕, 다진 마늘, 젓갈, 된장 등 갖은 양념을 더한 새콤달콤한 청각초무침이 여름에 좋다. 통영에서는 청각초무침에 홍합을 볶아 넣는 것이 특징이다. 청각냉국은 식초를 넣은 물에 설탕과 소금을 녹인 다음 생강즙을 넣어 데친 청각에 부어 차게 먹으면 좋다. 시원한 청각냉국이나 청각초무침으로 더위를 날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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