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같은 싱크탱크로 전경련 탈바꿈시키겠다”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총회를 열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추대했다. 이날 전경련은 한경연(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합해 ‘한국경제인협회’로 출범하는 정관 변경을 의결하면서, 4대 그룹도 한경협 회원사로 가입하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 정관 변경은 다음 달 초 산업부의 승인을 얻으면 완료된다.
한경협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날 류진 신임 회장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류 회장은 “늘 뒤에서만 일하다 앞에 나서는 건 처음”이라며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 2016년 최서원(최순실) 사태 이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전경련 신임 회장을 맡은 류 회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미국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를 롤모델로 한 글로벌 싱크탱크로 전경련을 탈바꿈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20년간 전경련 부회장을 해왔기 때문에, 과거 잘못이 반복되지 않게 할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류 회장이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
Q. 전경련을 ‘글로벌 싱크탱크’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현재 미국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 이사를 맡고 있는데, 이곳이 전경련의 방향에 맞을 것 같다.(CSIS는 미국 대표 민간 연구기관으로, 보수성향의 헤리티지 재단이나 진보 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와 달리 중립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류 회장은 2020년부터 이사를 맡고 있다.) 상당히 많은 분야를 매우 ‘뉴트럴(중립적)’하게 다루고, 국가의 ‘넘버원’ 문제가 무엇인지 연구한다. 특히 북한 문제처럼 한국 관련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 파트너로서도 좋을 것 같다. 또 외부의 연구원과 협업하고 해외에서 필요한 정보를 취합해, 보고서만큼은 제일 좋은 보고서를 만들 생각이다. 양보다는 질이다.”
Q. 회장의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제가 일본이나 미국 쪽을 많이 아는 만큼 그동안 없었던 창구를 만들고자 한다. 전경련이 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매칭 서비스 역할을 하려 한다. 400여 개 회원사 중 규모가 작은 기업은 미국 회사를 만나서 상담도 하고 싶어 하는데, 이런 부분을 제가 앞장서서 도와주겠다.”
Q.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변신해도 여전히 정경 유착을 우려하는데.
“전경련 부회장을 20년간 해왔기 때문에 당시 그 사태(전경련의 미르재단 모금)가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매우 안타까웠다. 당시 잔소리도 많이 했는데, 결국 내부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사건이 터졌다는 게 제일 부끄럽고 아쉽다. 그런 과정을 직접 봤기 때문에, 그런 사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 자신이 있다.”
Q. 취임사에서 말한 윤리위원회 신설은 어떤 의미인가.
“과거 잘못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 만들기로 했다. 윤리위원장 등 위원들을 실망 안 하실 인사로 (외부에서) 모실 거다. 윤리위를 완벽하게 만들고 모든 중요한 결정은 윤리위에 맡긴다. 4대 그룹도 이것을 보고 재가입한 것으로 안다.”
Q. 일각에선 정경 유착 우려가 여전하다.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누구나 한번은 잘못할 수 있다. 앞으로 미래 지향적으로 열심히 하겠다. 잘못을 막는 장치를 둔 점을 잘 설득해서 ‘한번 더 기회를 주세요’ 라며 설득해보겠다.”
Q. 향후 회원사를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운영 방향은.
“기업들이 가입하고 싶은 단체로 만들려 한다. 다음 총회(2월)까지 IT 기업 등을 회원사로, 젊은 기업인을 부회장으로 모시려고 노력 중이다. 회비 시스템도 개선할 계획이다. 과거엔 주요 그룹 중심으로 운영됐는데, 다른 회원사들의 참여를 늘려서 상생하겠다.”
Q. 4대 그룹 회장들과 어떻게 소통했나.
“그냥 다 ‘같이 잘해봅시다’라는 공감대였다. 제가 부친들을 잘 안다. 최종현 회장(SK), 이건희 회장(삼성)…. 이분들이 일군 전경련은 우리나라의 한 역사인데, 이제 국민들이 기대할 수 있는 초심의 경제인 협회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나라를 위해, 경제를 위해 함께 다시 해보자’는 취지에 모두 공감했다.”
Q. 상근 부회장에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는 어떤 의미인가.
“산업부에서 정관 변경 승인이 나면, 간판 바꾸는 것도 보여드리고 부회장을 포함해 모두 발표하겠다. 그동안 경제계에서 주로 맡아왔는데, 이것도 상당히 큰 변화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Q.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은 상근 고문으로 선임되나? 정치인이 한경협 고문을 맡는 것에 비판이 있는데.
“김병준 대행은 너무 고생하셨다. 6개월간 일해보면서 굉장히 아이디어도 좋고 지혜가 많아 존경하게 됐다. 고문으로 모시고 자문하려고 한다. 나는 사람을 본다. 배울 만하다고 해서 하는 거다. 정치했다, 안 했다 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Q. 풍산그룹이 재계 순위가 70위권이라 재계 대표를 하기엔 규모가 작다는 의견이 있다.
“저는 50대 그룹 이런 것보다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저희가 큰 재벌이 아니라서 큰 회사와 작은 회사들을 연결시키는 데 플러스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할 말씀이 있다면.
“그동안 늘 뒤에서만 일했고, 앞에 나서서 일해보는 건 처음이다. 부족하더라도 이해해주시고, 앞으로 많이 도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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