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 치료 어려운 시신경척수염… 조기 발견-재발 방지 가능해졌어요”[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환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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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어떻게 진단받고, 진단받은 질환을 또 어떻게 이겨나가고 있을까? 환자 입장에서 질환을 알아보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알려주는 '따뜻한 환자 이야기'를 시작한다.
"1996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 달 앞둔 19세 때 처음으로 증상을 경험했다. 많은 희귀 질환 환자분이 겪는 것처럼 바로 시신경척수염으로 진단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제때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지 못해 초기에 여러 번 재발을 경험했다. 초기에 거의 3개월마다 재발을 겪으면서 이미 20대 때 뇌, 척수, 눈 부위에 전반적으로 심각한 신경 손상을 겪었다. 이후 급격한 시력 저하로 인해 결국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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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 줄이는 신약 국내 도입
연구 통해 안전성-유효성 입증
―현재 앓고 있는 시신경척수염은 어떤 질환인가?
“시신경척수염은 말 그대로 시신경, 척수 등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 질환이다. 뇌, 시신경, 척수 어디에 병변이 생기냐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시신경에 발생하면 시력 손상이, 척수에 발생하면 팔이나 다리에 감각 이상이 나타나면서 신경 손상을 겪는다. 문제는 재발이다. 시신경척수염 환자 대부분이 재발을 겪는데 재발하는 동안 이런 신경 손상들이 누적돼 결국 장애로 이어진다. 상당히 무서운 질환이다.”
―발병은 언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려달라.
“1996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 달 앞둔 19세 때 처음으로 증상을 경험했다. 많은 희귀 질환 환자분이 겪는 것처럼 바로 시신경척수염으로 진단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제때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지 못해 초기에 여러 번 재발을 경험했다. 초기에 거의 3개월마다 재발을 겪으면서 이미 20대 때 뇌, 척수, 눈 부위에 전반적으로 심각한 신경 손상을 겪었다. 이후 급격한 시력 저하로 인해 결국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아무래도 시신경척수염이 여러 부위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특성상, 원인을 찾으려고 초기에 여러 병원을 방문한다. 특히 시신경척수염이 다발성경화성이라는 질환과 상당히 유사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이 두 질환 구분이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시신경척수염을 진단할 수 있는 특정한 항체(아쿠아 포린-4)가 발견돼 시신경척수염도 이제 조기 진단이 가능해졌다.”
―심적으로 가장 힘들 때는?
“초기에 제대로 재발 방지 치료를 받지 못해 신경 손상이 누적된 것을 생각하면 ‘그 당시 적절한 치료를 빨리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다. 장애로 인해 신체적으로 많은 제약이 생기면 사실 많은 악순환이 생기는 것 같다. 사회생활이나 경제적 생활을 할 수는 없는데 치료는 계속 받다 보니 경제적인 부담도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또 일반 여성들은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것들을 포기하다 보니 심적으로 좌절감이 컸다.”
―현재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시신경척수염 치료는 급성기 치료를 지나고 나면 재발을 막는 유지 치료가 주로 이뤄진다. 최근 몇 년 사이 시신경척수염 재발 방지에 도움을 주는 신약들이 국내에도 도입됐다. 모두 해외에서 다수 연구를 통해서 재발 방지에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약제다. 특히 피하주사로 간편하게 직접 집에서 투여할 수 있는 치료제도 있어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들도 많다. 다만 이 약제들은 비용이 고가라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으면 사실상 환자들이 사용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정부가 급여를 검토 중인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 하루빨리 건강보험이 적용돼 실제 환자들이 경제적인 부담 없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또 지방은 시신경척수염 환우들에게 필수적인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적절히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좋겠다.”
―같은 시신경척수염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지금은 조기 진단도 가능하고 재발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들이 많이 나왔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장애로 이어지지 않게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신경척수염이라는 생소한 질환을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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