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반도체 절대 강자’ ARM… 나스닥 상장 시동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3. 8. 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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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 위한 신고서 제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로이터뉴스1
그래픽=백형선

‘모바일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인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 나스닥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S-1)를 21일(현지 시각) 제출하면서 상장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상장에 성공할 경우, ARM은 지난 2021년 700억달러(약 93조5000억원) 규모의 자본 조달에 성공한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이후 2년 만에 IPO 시장 ‘최대어’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ARM이 정확한 주식 매각 조건을 공개하지 않아 기업가치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600억~700억달러(약 94조원) 규모일 것”이라며 “ARM의 최종 가치는 투자자들이 최근의 인공지능(AI) 열풍에 얼마나 투자하길 원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RM은 3월 31일에 마감한 지난 회계연도에서 전년 대비 1% 정도 하락한 매출 26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가(街) 일각에선 ARM의 실제 매출을 고려한 적절한 기업가치는 320억~430억달러 수준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최근 사업 분야를 클라우드 서버·AI프로세서 등으로 확장하려는 ARM이 AI 열풍을 타고 높은 기업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역대 셋째 규모 자금 조달할 듯

ARM은 반도체의 기본 설계도(아키텍처)를 만들어 삼성전자,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 1000여 개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에 판매한다. 반도체 기업들은 ARM의 아키텍처를 밑그림 삼아 변형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만큼, ARM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이다. 이날 ARM은 증권신고서에서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두뇌 반도체(AP) 시장에서 수년간 9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고, 2022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산업용 및 사물인터넷(IoT) 반도체 시장에서 64.5%, 자동차 시장에선 40.8%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야를 막론하고 반도체 업계에서 ARM의 IP를 쓰지 않고 제품을 설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ARM은 이번 IPO를 통해 80억~1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ARM은 정확한 주식 발행 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에 상장되는 주식이 전체의 10%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ARM이 원래 계획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할 경우, 지난 2014년 250억달러를 조달한 중국 알리바바 및 2012년 160억달러를 조달한 메타(페이스북)에 이어 셋째로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휘청거리던 손정의, 다시 일어나나

블룸버그는 “ARM의 성공적인 데뷔는 작년에 비전 펀드에서 3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소프트뱅크 창업자에게 횡재(windfall)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RM은 현재 소프트뱅크그룹이 75%, 그룹 산하 기술 투자 전문인 비전펀드가 25%를 소유하고 있다.

첨단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비전펀드는 고금리 환경,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 투자 손실 등으로 지난 2년간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일각에선 ‘손정의 신화가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경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ARM을 미 엔비디아에 400억달러에 매각하려 했지만, 지난해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후 상장에 온 힘을 쏟아 왔다. 손 회장은 ARM의 상장을 앞두고 애플이나 삼성, 엔비디아 등을 앵커 투자자(대규모 지분을 사들여 IPO 흥행을 유도하는 투자자)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AI 분야에서 ARM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것을 약점으로 꼽는다. ARM이 AI 시장도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아직까지 생성형 AI와 관련된 경쟁력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문사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 재팬의 커크 부드리 애널리스트는 로이터 통신에 “대형 언어 모델(LLM)의 출현으로 AI 시장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달아 올랐지만, ARM은 사실 이것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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