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아니었어?… 연속혈당측정기, 제도적 관리체계 필요하다
의료 아닌 복지용품으로 분류돼… 환자가 개인적으로 구입해 사용
인슐린펌프와 병용하는 경우 많아… 오류 땐 당뇨환자 위험 처할수도
의료 영역서 의사 상담 받게 해야
인터넷 검색창에 연속혈당측정기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쇼핑 카테고리가 열린다. 각종 쇼핑몰과 소셜 커머스는 물론 일부에서는 커뮤니티 안에서 공동구매 형식으로도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신체에 부착하는 의료 기기지만 환자가 인터넷으로 주문해 알아서 몸에 붙여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문 교수의 환자가 중고 거래로 샀다는 패치는 소모품으로 한 번 부착하면 15일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 일주일가량 사용한 것을 사용 기간이 남았다고 중고 장터에서 사고팔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한 배경은 단순하다. 연속혈당측정기가 ‘의료’가 아닌 ‘요양’의 영역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 등과 같은 사실상 복지용품과 같이 분류된 셈이다. 환자가 알아서 연속혈당측정기를 사고 기준에 맞을 경우 정부에서 환급받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환자가 사용법을 숙지하고 부착과 관리를 모두 알아서 해야 한다. 의료 기기지만 의료 기기가 아닌 무언가 허술한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은 “연속혈당측정기는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혈당값을 확인할 수 있고 추가적인 데이터 입력으로 혈당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당뇨병 관리에 유용하다”라며 “하지만 사용법 등 환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대개 인슐린펌프와 같이 사용하게 된다. 측정된 혈당치에 따라 인슐린펌프에서 인슐린이 몸 안으로 주입되는 방식이다. 문 교수는 “간혹 혈당측정기에 문제가 발생해 인슐린펌프에서 적절한 인슐린양이 주입되지 않아 고혈당이나 저혈당에 환자가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라며 “환자에게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슐린 주입량에 문제가 생겼을 때 판매 업체에서 대응하고 있지만 환자는 이미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된 후일 수 있다. 또한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환자는 감염, 출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환자가 기기를 들고 의사를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의사 입장에서도 아무런 대가 없이 30분 이상이 걸리는 교육을 공짜로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프라에 여유가 있는 병원 등은 자체적인 교육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또한 운영에 한계가 있다. 환자는 몰려들고 이러한 교육은 아무런 보상이 오지 않으니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는 알아서 기기를 사고 유튜브나 기타 채널을 통해 혼자 공부하며 연속혈당측정기를 부착하고 관리하는 상태다. 의사들도 안타깝지만 도와줄 방법이 딱히 없다. 의료 기기지만 ‘의료’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딜레마다.
원 이사장은 “의사들도 연속혈당측정기나 인슐린펌프 처방을 잘 하지 않으려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일부는 요양비 지원을 받아서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하고도 활용 방법과 결과 상담을 의료진이 아닌 기기 판매 업체 직원에게 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당뇨병학회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등 최신 기술을 적극 활용할 것을 의료 현장에 권고하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당뇨병 관리에 ‘게임 체인저’라고 불릴 만큼 획기적인 제품으로 인정받는 의료 기기 중 하나다. 전 세계 학자들이 이에 대한 확대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관리의 유효성은 숱한 연구를 통해 이미 확립됐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 관리에 획기적 기술 혁신이라는 평가에도 의료의 영역에 들어오지 못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려고 하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 |
연속혈당측정기는 손끝에서 채혈하는 과정 없이 몸에 패치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혈당을 감시할 수 있는 의료 기기를 말한다. 패치에 부착된 센서에서 측정된 혈당값을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하고 24시간 동안의 혈당 통계를 보여준다. |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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