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개발 핵심은 글로벌 파트너십… 치료제 연구에 한계 없어”[만나러 갑니다]
최상의 암 치료제 찾기 위해 열린 태도로 다양한 기전 검토
최근엔 면역항암제가 대세
탄탄한 인프라-유망한 인재 갖춘 한국 바이오산업의 미래 밝을 것
최근 한국MSD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함께 국내 기업과 MSD 간의 임상 연구 협력 활성화와 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리서치 데이’를 진행했다. MSD는 매년 글로벌 매출의 약 25%를 투자한다. 국내도 매년 평균 20건을 웃도는 새로운 국내 임상 시험을 승인받아 가장 활발히 임상 연구를 진행한다. 현재 국내 580여 개 병원과 기관에서 140여 개의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웨인스톡 MSD 연구개발 부사장을 만나 MSD의 연구개발과 파트너십 방향과 항암제 추세에 관해 물었다.
―오늘 리서치 데이와 파트너링 세션이 있었다. 어떠했나?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리서치 데이는 여러모로 성공적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기업에서 MSD와의 협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파트너사에서 준비한 발표 자료도 유익했다. 190여 명이 넘는 한국 바이오제약 관계자와 연구자들이 행사에 참여해 활발한 질의응답이 오가는 열띤 자리였다. 오후에는 사전 신청과 검토를 통해 선정한 기업들과 파트너링 세션을 가졌는데 미팅 시간이 짧았지만 밀도가 매우 높았고 내용도 인상 깊었다.”
―MSD는 항암제 연구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MSD 연구개발의 최종 목표와 기준은 환자에게 가장 큰 치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약효는 물론 내약성과 안전성이 가장 우수한 치료제를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제약이나 한계를 전혀 두지 않는다. 기전부터 치료 방식 등 개발에 고려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다 열어 놓고 살펴보고 있다. 이것은 MSD의 큰 장점 중 하나다. 저분자 물질 프로그램, 항체 물질, 항체 약물 결합체, 혹은 T세포나 면역 세포 이용 방법, 종양 세포 사멸을 위한 접근, MSD가 모더나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개인 맞춤형 신항원 치료제나 세포 치료 등 항암제 개발에는 정말 많은 기전이 존재하는데 우리는 광범위하게 검토하고 있다.”
―항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후보 물질을 찾는 것부터 매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기업이 파트너십 모델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MSD는 내부 연구개발과 외부 협력을 통한 연구개발의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고 있는가.
“한 동료가 ‘세상은 넓고 MSD는 작다’라고 말했다. 환자를 위해 가장 최적의 치료제를 최대한 신속하게 찾기 위해서는 MSD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까지 폭넓게 살펴봐야 한다. MSD에서 나의 역할은 항암제 관련 후보 물질이 임상 연구 개발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까지의 개발 과정을 총괄하는 것이지만 업무 시간의 절반 정도는 연구실이 아니라 회사 외부에서 우수하거나 적절한 후보 물질을 찾는 일에 할애한다.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과 특허 사용 계약(BD&L)팀과 상당히 긴밀한 협업을 하고 있다. 후보 물질을 찾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힘들지만 시야를 넓히면 훌륭한 결과물을 찾아낼 수 있다. 실제 MSD에서 다른 바이오 기업과 미팅을 하면서 소름 돋게 흥미롭고 기뻤던 순간들이 많았다.”
―오늘 리서치 데이에서 MSD가 가장 기대하는 바는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물질의 장점, 이슈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파트너링 기업과 최대한 많이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추진 여부를 판단한다. 이를 위해 그 물질의 약동학적 데이터, 인비트로 활성, 인비보 활성, 제조, 개발팀 정보 등 관련된 자료와 아이디어, 플랫폼의 장점은 물론 물질의 애로사항도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이런 것들이 함께 활발히 논의돼야 한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파트너사의 물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애로사항이나 문제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이슈를 찾아냈다는 것은 상대 기업에서 우리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거나 이슈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는 파트너십을 맺기에 좋은 상황은 아니다. 파트너십의 신뢰 측면에서도 데이터는 상당히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 우리는 수개월간 상대 기업과 물질과 데이터에 관해 대화하면서 실험에 대한 방향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그 결과를 다시 분석하는 등의 단계를 거치면서 회사를 인수한 사례도 있다.”
―때로는 파트너링 검토 과정이 길어지기도 하는데 MSD가 위험을 줄이려는 방편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많은 한국 기업은 여러 이유로 성과를 빨리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MOU(업무협약)나 계약서를 체결하고 업무를 진행한다고 기업에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작년 말 MSD는 이마고 바이오 사이언스를 13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처음부터 계약서를 쓰고 논의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수년간 서로 여러 논의를 진행하다가 MSD가 최근에 인수한 것인데 만약 초기에 MSD에서 인수를 결정하거나 공식적인 관계를 맺고 진행했다면 MSD는 인수 비용을 매우 줄일 수도 있었다. 처음 논의를 시작할 때보다 인수 시점의 데이터가 더 탄탄하고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역으로 보면 MSD가 바이오벤처와 구속력이 있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 기업이 다른 기회를 모색할 기회를 제한하는 것일 수도 있다. 파트너링의 최종 목표는 MSD의 수익성 증대가 아니다. 상대 기업이 연구비 등 이슈가 있다면 우리도 당연히 그런 부분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MSD의 기업 철학, 사명에 적합한지도 자세히 검토한다. MSD는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 중심의 바이오 제약회사로서 환자를 위한 최상의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정된 자원이 어느 특정 계약에 묶여 더 좋은 치료제를 개발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면밀하고 자세한 데이터를 원하고 소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리서치 데이 현장에서 언급됐던 글로벌 기업과 현지 기업, 그리고 벤처펀드가 합작하는 프로젝트 기반 기업의 형태도 기업 간의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 MSD도 글로벌 헬스 혁신 펀드, MRL 벤처 펀드 등을 통해 다각적인 방식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항암 분야 연구를 이끄는 기업으로서 항암 치료의 트렌드에 대해서 공유해 달라.
“최근 항암제는 면역항암제라고 답할 수 있다. MSD의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는 미국에서는 48개의 적응증을, 한국에서도 16개 암종에 대한 24개의 적응증을 획득한 바 있다. 면역항암제는 전이성 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에게 1차 표준 치료 요법으로 자리를 잡음과 동시에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데이터가 발표되고 있다. 우리는 암 진행 후기 단계에서 면역항암제의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암의 치료 초기 단계에서도 면역항암제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현재 MSD가 진행 중인 25개 이상의 3상 임상 시험은 10개 이상 암종의 초기 단계에서 펨브롤리주맙 병용 요법의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다. 궁극적으로는 면역항암제 사용을 통해 환자의 완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환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바이오산업은 현재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조언해 줄 말이 있다면….
“한국 바이오산업은 매우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싶다. 한국은 바이오산업에서 강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퍼즐 조각을 갖고 있다. 우수한 연구기관과 학계가 있고, 정부 역시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탄탄한 인프라 아래 젊고 역동적인 기업에서 유망한 인재들이 차세대 신약 개발을 위한 신념을 갖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MSD에서 항암제 개발을 위해 여러 국가의 대형 병원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글로벌 상위 10개 병원 중 4개가 한국 병원이고 임상에 등록된 한국 환자만 약 5000명에 달한다. 바이오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수평적인 조직에서 나올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문화가 성장하길 기대한다. 위대한 발명은 수평적인 문화에서 탄생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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