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최고 금리… 미국채 매수 9배로 급증

최형석 기자 2023. 8. 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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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기 국채금리 4.35%로 올라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화면에 나타나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연방준비제도)이 지금의 고(高)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연일 기록적 수준을 경신하자 국내 투자자들도 미국 국채 투자에 몰려들고 있다.

22일 본지가 국내 대형 증권사 5곳(미래·NH투자·한국투자·KB·신한투자) 고객들의 미국채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 규모를 집계해본 결과, 지난해 2045억원이었던 것이 올 들어 7월 말까지 1조8710억원으로 9배 넘게 급증했다. 특히 만기까지 남은 기간이 10년 이상인 장기채의 경우 133억원에서 5218억원으로 40배 가까이 투자가 폭증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잔존 만기 1년 이내는 미국이 망하지 않으면 연 5~6% 금리가 보장되고, 10년 이상인 경우는 가격이 많이 싸졌다는 점에서 인기”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현지 시각)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4.35%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7년 11월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가격이 싸진다는 뜻이다. 채권 투자자들은 만기까지 높은 금리로 이자를 따박따박 챙기든지, 중간에 값이 오르면 채권을 팔아 시세 차익을 노릴 수도 있다.

그래픽=이지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야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이에 따라 시장 채권 금리도 따라 하락할 텐데, 지금은 반대 상황이다. 사실상 완전 고용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경기가 좋은 데다 돈 쓸 곳 많은 미국 정부가 국채를 계획보다 더 찍어낼 예정이어서 금리가 연일 오르는 중이다.

국내 증권사에서 현재 판매하는 미국채 상품들은 잔존 만기별로 다르지만 연 5~6%대 금리를 주고 있다. 잔존 만기 26년 9개월인 미국채 30년물의 경우 세전 금리가 6.5%대, 잔존 만기 10개월짜리 1년물은 5.8%대다.

절세가 목표인 자산가들도 채권을 선호한다. 채권에 부과되는 세금은 발행 당시 채권 표면에 표시된 금리(표면금리)에 대해 매겨지는데, 저금리일 때 발행된 미국채는 표면 금리가 0%대에서 1% 초반에 형성돼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연 5.1%를 주는 내년 5월 만기 미국채도 세금은 발행 당시 표면 금리인 0.25%에 해당하는 수익에 부과된다”고 했다. 올해 잔존 만기별 투자 비율은 ‘1년 미만’이 63%로 가장 높았고, ‘10년 이상’(28%), ’1~10년’(9%) 순이었다.

다만 달러로 미국채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 환 손실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10년간 달러 대비 원화 환율 평균은 1158원이었는데, 최근 환율은 1340원대까지 올랐었다. 지금의 환율이 평균 수준으로만 회귀해도 앉아서 환차손(換差損)이 14%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에 상응할 만큼 채권 투자에서 수익이 난다면 문제없지만, 투자 기간에 따라 환율 하락으로 손실이 날 가능성도 있다.

서학 개미들은 고위험 미국채 상품에 몰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서학 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 ETF(상장지수펀드)’였다. 8억8292만달러(약 1조1800억원)어치가 팔렸다.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 국채의 하루 가격 변동 폭의 3배로 수익률이 결정 나는 고위험 상품이다. 혹시라도 모를 환차손 위험을 뛰어넘는 고수익을 노려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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