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30대 명퇴 희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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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을 때 일이다.
신한은행이 이번 주까지 수리하는 명퇴 신청 대상에 39세인 1983년생까지 포함됐다.
IMF 사태가 터졌을 때 한국 사회를 강타한 단어가 '명퇴'였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음, '평생직장'이나 '정년' 개념이 사라진 세태가 30대 명퇴 희망자를 낳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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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을 때 일이다. 희망퇴직을 받는데 그해 1월부터 출근한 신입사원까지 대상에 넣는 바람에 논란이 됐다. “1년도 안돼 자를 거면서 뭐하러 뽑았나. 한치 앞도 못 내다본 무능경영이다.” 사회적 비난이 쏟아졌다. ‘사람이 먼저다’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운 기업이어서 배신감이 더 컸을 수 있다. 결국 박용만 회장 지시로 1~2년차는 제외했다. 그러나 3년 차 이상은 그대로 강행해 여진이 한동안 이어졌다.
명예퇴직 연령 하향 바람이 최근 은행권에서 다시 불었다. 하지만 추진 경위와 외부 반응은 두산 때와 사뭇 다르다. 신한은행이 이번 주까지 수리하는 명퇴 신청 대상에 39세인 1983년생까지 포함됐다. 은행권 명퇴로선 최저 연령인데 그렇게 된 과정이 더 놀랍다. 젊은 직원들도 명퇴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노조 측이 먼저 요청했다는 것이다. 임금피크 등에 걸려 떠밀리듯 퇴직하느니 역대급 수익을 바탕으로 조건이 좋을 때 인생 2막을 미리 준비하자는 분위기가 반영됐다. 고졸로 입행한 경우 30대 후반이라도 20여년 연차가 쌓여 기본퇴직금에 특별퇴직금까지 합하면 5억~6억 원은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노동시장이 비교적 유연한 서구에서는 직장을 옮길수록 임금이 많아지는 ‘임금 사다리 효과’가 존재한다. 그런데 인재 스카웃 경쟁이 치열한 IT업계가 아니라도 일반적인 국내 취업시장 역시 이런 현상이 관찰됐다. 지난해 한국은행과 인천대가 29세 이하 청년 3608명을 추적조사했더니 자발적 동기로 이직하는 경우 이전 직장에 비해 시간당 임금이 3.3~4% 높았다. 이직 후에도 연간 임금상승률이 0.1~0.8% 포인트 올라갔다. 다만 시기가 중요하다. 첫 직장에서 3년 내 이직할 땐 임금이 올랐지만 4년차부터는 줄었다. 이직 결단이 빠를수록 기회가 많다는 의미일 수 있다.
IMF 사태가 터졌을 때 한국 사회를 강타한 단어가 ‘명퇴’였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40대 후반, 50대 직장인에게 ‘명퇴’는 ‘새로운 시작’이기 보다 그저 ‘퇴출’이다. 인구 감소와 인력 부족을 강조하며 정년 65세 연장을 은근히 기대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20~30대는 생각이 완전히 다른 듯하다. 오히려 일찍 큰돈을 모은 뒤 은퇴해 인생을 즐기자는 ‘파이어족’을 선망한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음, ‘평생직장’이나 ‘정년’ 개념이 사라진 세태가 30대 명퇴 희망자를 낳았을 것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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