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떨어져 값올린다”던 시멘트, 영업익 153% 급증
올 하반기 추가 가격 인상을 예고한 시멘트 업체들이 상반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하반기 화물 연대 파업으로 지연된 시멘트 출하량이 올 상반기에 몰린 데다, 지난해 두 차례 시멘트 값을 올린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전기요금 등 생산원가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급감을 추가 가격 인상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 업종이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시멘트 업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건설·레미콘 업계와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최대 153% 증가… 건설업계 “추가 인상 명분 없어”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표시멘트는 상반기에 매출 4194억원, 영업이익 39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7.4%, 153.4% 증가했다. 한일시멘트 상반기 매출은 25.0% 늘어난 6333억원, 영업이익은 100.8% 급증한 909억원이었다. 성신양회도 영업이익이 287억원으로 72.6% 늘었고, 한일현대시멘트(62.4%), 아세아시멘트(39.5%)도 실적이 크게 늘었다. 업계 1위인 쌍용C&E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475억원으로 작년보다 9.3% 감소했다. 하지만 시멘트 부문 영업이익은 339억원으로 작년(8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해 두 차례 걸쳐 시멘트 값을 33% 올린 데 이어 작년 하반기 화물연대 파업으로 미뤄졌던 공사가 올 상반기에 몰리면서 시멘트 출하가 늘어난 덕분이다. 또 잇따른 건설 현장 사고로 콘크리트 강도 문제가 불거지며 레미콘 업계가 시멘트 사용량을 늘려 수요도 증가했다.
상반기 호실적에도 쌍용C&E와 성신양회는 7월 출하분부터 시멘트 가격을 t당 11만9600~12만원으로 14% 올렸다. 한일·한일현대시멘트도 9월 출하분부터 12.8% 인상한다. 2021년 7월 이후 네 번째 가격 인상이다. 아세아시멘트와 삼표시멘트 역시 조만간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할 예정이다.
상반기 실적을 놓고 보면 시멘트 업계의 추가 가격 인상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열린 시멘트 가격 관련 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시멘트 업계가 주장한 가격 인상 요인이 ‘실적 악화’였는데 오히려 상반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으니 가격 인상 명분이 없어졌다”며 “그러나 시멘트 업계는 여전히 친환경 설비 투자 등 비용 증가를 이유로 가격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평행선 달리는 가격 협상
시멘트 업계는 여전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수익성이 개선되긴 했지만 지난해 업황 부진에 따른 기저 효과가 반영된 것일 뿐”이라며 “탄소 중립 대응을 위한 설비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시멘트 가격 인상을 두고 건설·레미콘 업계와 시멘트 업계 갈등이 커지자 정부가 세 차례 간담회를 열면서 중재에 나섰다. 정부는 간담회에서 ‘시장 안정’ 노력을 당부했고, 지난달에는 주영준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이 직접 나서 “업계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원만한 가격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처럼 가격 협상 중재에 나선 것은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공사비가 상승할 경우 아파트 분양가도 연쇄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시멘트 가격이 10% 오르면 100억원 규모 주택 공사를 기준으로 공사비가 6800만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 결정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원만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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