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달짝지근해: 7510’의 유해진과 김희선

이원 기자 2023. 8.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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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첫 코믹 로맨스 도전, 순수한 옛사랑 떠올려
김희선 20년 만의 영화 복귀, 감독 편지에 출연 결심

- 천재적 제과연구원 치호 역할
- 어른들만의 설레는 사랑 그려
- “자동차 극장신이 웃음 포인트”

- 긍정 힘 뿜는 직진녀 일영 역할
- 캐릭터와 실제 모습 많이 닮아
- “유해진과 호흡? 누가 싫다하죠”

코믹한 모습은 많이 봤지만, 로맨스 연기는 흔치 않았던 유해진과 ‘원조 로코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희선이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이하 ‘달짝지근해’, 개봉 15일)으로 만났다. 부제 ‘7510’은 극 중 주인공 캐릭터인 치호(75)와 일영(10)에서 따온 것으로,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로코 특유의 설렘과 웃은 물론, ‘어른’ 로코만의 따뜻함을 준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증인’ 등 휴먼 드라마를 연출한 이한 감독의 ‘달짝지근해’는 과자밖에 모르는 제과 연구원 치호가 직진밖에 모르는 긍정 마인드의 일영을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의 맛을 알게 되는 로코 영화다. 유해진은 삼시세끼 과자만 생각하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 치호로 분해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새로운 얼굴과 연기로 돌아왔다.

김희선은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일영 역을 맡아 보는 사람마저 밝아지는 긍정 에너지를 보여준다. 정반대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을 ‘미녀와 야수’ 커플이라고도 하는데, 김희선은 “‘미녀와 야수’ 말고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해달라”며 “저도 ‘둘이 서 있는 것 자체만 봐도 웃음이 나왔다’ ‘희한하게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래서 더 기분이 좋고 영광이었다”고 두 배우의 달달한 케미를 기대케 했다.

‘달짝지근해’에서 제목 그대로 달짝지근하면서 순수한 연애 스토리를 보여준 유해진과 김희선을 만나 어른 로코의 매력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에서 과자만 아는 순수한 남자 치호를 연기한 유해진과 무한긍정의 외향적 성격을 지닌 일영 역을 맡은 김희선. 마인드마크·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첫 로코 연기, 유해진

‘달짝지근해’의 유해진 캐릭터 포스터를 보면 ‘유해진 첫 코믹 로맨스 도전?’이라는 카피가 눈에 쏘옥 들어온다. 그간 수많은 영화에 출연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본격적인 로맨스 영화에 출연하거나 정통 로맨스 연기를 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다만 영화 ‘럭키’에서 로맨스 연기가 있었고, 모 카드 CF에서 도시남자 로맨스 연기를 짧게 보여준 바 있다. 유해진은 “그래서 첫 로맨스 연기 도전은 말이 안 되지만, 첫 코믹 로맨스 도전은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유해진이 첫 코믹 로맨스 연기에 도전하게 만든 ‘달짝지근해’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다른 것보다 ‘되게 순수하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황순원 선생의 소설 ‘소나기’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의 사랑이 잘 그려질까가 궁금했다”고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던 느낌을 전했다. “사랑만 그리면 좀 그러니까 웃음 코드도 있어야 되는데, 염혜란 씨가 약사로 나오는 장면이나 자동차 극장 장면 등을 재밌게 읽었다”며 로코에서 빠질 수 없는 웃음 유발 장면도 짚었다.

웃음 코드는 유해진의 전매특허이니까 믿고 보는데, 그가 로맨스는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을까도 궁금했다. 대답은 ‘옛사랑’이었다. “저도 치호 연기를 하며 옛날의 말캉하고 순수했던 사랑을 떠올렸다”는 유해진은 “사실은 지금은 굳은살이 많이 박인 나이다. 감정도 딱딱해지고 콩닥거리는 것도 거의 없어지고 그렇다. 그런데 ‘그래 옛날엔 이랬지. 그래 헤어질 때 이렇게 아팠지’ 하는 감정이 떠오르더라”며 사랑으로 설��던 그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제가 ‘소나기’를 많이 얘기했는데, 손 한번 잡아보려고 할 때의 떨림, 헤어지기 싫어하는 그런 감정이 어른 버전으로 그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달짝지근해’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소년기 감성을 설명했다.

▮원조 로코퀸, 김희선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의 한 장면. 마인드마크 제공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부터 지금까지 지난 30년간 수많은 드라마에서 주연 자리를 놓지 않고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희선. 하지만 유난히 영화에서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달짝지근해’는 김희선이 2003년 ‘화성으로 간 사나이’ 이후 무려 20년 만에 출연한 한국 영화다. 너무 오래 스크린을 떠나 있었던 것에 대해 김희선은 “사실 제 잘못도 있다. 연기가 이렇다 저렇다 하는 말들과 더불어서 관객 수가 적으면 그게 곧 제 연기가 평가되는 것처럼 느껴져 많이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제안이 와도 선뜻하겠다는 말을 못 하겠더라”며 영화를 멀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런 김희선을 스크린으로 다시 발을 내딛게 한 것은 이한 감독이다. 망설이던 김희선에게 이 감독이 쓴 손편지는 용기를 내게 만들었다. 김희선은 “출연 제안을 받고 겁도 나서 시간을 달라고 몇 번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감독님이 A4 용지 두 장에 제가 일영 역을 맡아야 하는 이유를 손글씨로 적은 편지를 주셨다”며 “편지를 읽고 감동받았고, 이렇게 나를 원하는 감독님이 있는데 내가 뭐라고 감히 고민을 하나 싶었다. 또 유해진 오빠랑 같이 영화를 하는데 누가 싫어하겠는가”라고 스크린 복귀작으로 ‘달짝지근해’를 택한 사연을 전했다.

드라마 ‘미스터 Q’ ‘토마토’로 ‘원조 로코퀸’에 올랐던 김희선은 ‘달짝지근해’에서는 세월의 깊이감이 느껴지는 한층 더 성숙해진 ‘어른 로코’ 연기를 보여준다. 그녀는 “우리가 10대, 20대는 아니지만 치호의 순수한 모습 때문에 좀 풋풋해 보이는 것 같다”며 “치호의 순수함을 알아본 일영도 정말 순수한 친구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일영은 저랑 닮은 점도 많다”고 말했다. 솔직하고 긍정적이며 톡 쏘는 맛이 있는 일영이 자신과 싱크로율이 높아 연기하기에 부담이 적었다는 것이다.

▮유해진과 김희선이 만든 로코

두 사람은 입을 맞춘 듯 “‘일영이 희선 씨여서’ ‘치호가 유해진 오빠여서’ 연기하기 편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그렇기에 상대 배우가 엄청나게 중요한 작품이었다. 희선 씨가 성격이 좋다는 건 많이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편하게 해줄지 몰랐다. 사랑을 그려야 되는 작품이고, 제가 뭔가 제안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줘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그리고 전날 아무리 늦게 촬영을 마쳐도 다음날 일찍 헤어· 메이크업을 마치고 촬영장에 와서 힘든 내색 없이 밝은 모습을 보여 좋은 에너지를 모두에게 전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오랜만에 영화 촬영장에 온 김희선도 완벽하게 치호의 모습으로 분한 유해진의 덕을 많이 봤다. 그녀는 “첫날 촬영부터 치호 그 자체시더라. 치호의 모습을 한 해진 오빠 덕에 저도 더 쉽게 일영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김희선의 첫 촬영날 자기 촬영이 없었음에도 이틀 연속 응원하러 와준 유해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이 꼽은 달짝지근한 장면은 바로 치호와 일영의 키스 신이 있는 자동자 극장 장면이다. 자동차 극장으로 데이트 갔을 때 일영이 먼저 치호에게 적극적으로 키스한다. 이 장면에 대해 김희선은 “남자 배우가 리드하는 장면은 많이 해봤는데, 제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과격하게 스킨십을 해야 했다. 저는 고민이 많았는데 얼굴이 다가가기만 하면 해진 오빠가 웃음이 터져 NG가 많이 났다. 키스를 하는 와중에 해진 오빠가 ‘이러시면 안 돼요’라는 대사를 웅얼거려야 해서 너무 웃겨 정말 어금니를 꽉 깨물고 촬영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희선은 “어른들의 풋풋한 사랑, 그래서 어른들도 이렇게 설레고 몽글몽글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또 웃음도 있어서 시원한 극장에서 한바탕 웃으면서 스트레스도 날렸으면 좋겠다”, 유해진은 “사랑을 느낄 수 있고, 재미도 있는 영화다. 두 가지 모두 느끼고 싶은 분들이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관람 포인트를 전했다. 두 사람의 말처럼 남녀노소 모두가 즐겁게 보고, 행복한 설렘과 웃음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달짝지근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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