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붉은귀거북 유감
키우기가 귀찮아서 그런다? 때로는 방생이라는 종교적인 허울을 앞세워 뭉개기도 한다.
반려동물 유기에 대한 궁색한 핑계들이다. 개나 고양이는 거둬 주는 기관이나 시설 등이라도 있다. 문제는 외국에서 애완용으로 들여온 동물들이다. 생명력도 강한 데다, 천적마저 없어 토종 생태계를 파괴한다.
붉은귀거북이 대표적이다. 몸의 길이는 15~30㎝이다.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수명은 20~30년 이지만 몇몇 개체는 40년 이상 산다. 최대 1.5m까지 성장한다. 먹이는 식물이나 작은 벌레 등이다. 눈 뒷부분에 빨간색 줄이 선명해 붙여진 명칭이 낯설다. 남생이 등 토종 거북들을 밀어내고 생태계를 엉망으로 만든다. 환경당국이 2001년 12월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급기야 2020년 3월 생태계 교란 생물로도 지정됐다.
이 녀석이 처음 이 땅을 밟은 건 1970년 후반이었다. 1990년대는 일부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버리거나 종교단체가 방생하면서다. 도심 공원이나 개울, 하천 등지로 서식지도 확대됐다. 수생 식물, 작은 물고기, 개구리 등 토종 생물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붉은귀거북이 도심 속 생태계까지 위협(경기일보 21일자 6면)하고 있다. 안산 화랑유원지와 호수공원 등지의 저수지에서 둥지 수십곳이 발견됐다. 둥지에선 적게는 10여개, 많게는 30여개의 알도 발견됐다. 수원특례시도 지난 2020년부터 매년 5~10월 만석공원 저수지에서 포획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20년 40마리, 2021년 63마리, 지난해 60마리 등을 포획했다. 올해는 지난 5월부터 잡은 개체수가 벌써 50마리다. 고양특례시도 지난달 호수공원 일원에서 10마리를 잡았다.
토종 생태계가 보존돼야 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그렇지 않고선 우리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어서다. 그 울림은 묵직하고, 거룩하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상] “온 어린이가 행복하길”…경기일보‧초록우산, 제10회 경기나눔천사페스티벌 ‘산타원
- 어린이들에게 사랑 나눠요, 제10회 나눔천사 페스티벌 산타원정대 [포토뉴스]
- 이재명 “혜경아 사랑한다” vs 한동훈 “이 대표도 범행 부인”
- “수고했어 우리 아들, 딸”…“수능 끝, 이제 놀거예요!” [2025 수능]
- 지난해보다 쉬웠던 수능…최상위권 변별력 확보는 ‘끄덕’ [2025 수능]
- 평택 미군기지 내 불법 취업한 외국인 10명 적발
- ‘낀 경기도’ 김동연호 핵심 국비 확보 걸림돌…道 살림에도 직격탄 예고
- 직장 내 괴롭힘에 고작 ‘감봉 1개월’...경기아트센터, 솜방망이 처벌 논란
- [시정단상] 지방재정 안정화 정책 시급하다
- [빛나는 문화유산] 분청사기 상감 ‘정통4년명’ 김명리 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