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붉은귀거북 유감

허행윤 기자 2023. 8. 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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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기가 귀찮아서 그런다? 때로는 방생이라는 종교적인 허울을 앞세워 뭉개기도 한다.

반려동물 유기에 대한 궁색한 핑계들이다. 개나 고양이는 거둬 주는 기관이나 시설 등이라도 있다. 문제는 외국에서 애완용으로 들여온 동물들이다. 생명력도 강한 데다, 천적마저 없어 토종 생태계를 파괴한다.

붉은귀거북이 대표적이다. 몸의 길이는 15~30㎝이다.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수명은 20~30년 이지만 몇몇 개체는 40년 이상 산다. 최대 1.5m까지 성장한다. 먹이는 식물이나 작은 벌레 등이다. 눈 뒷부분에 빨간색 줄이 선명해 붙여진 명칭이 낯설다. 남생이 등 토종 거북들을 밀어내고 생태계를 엉망으로 만든다. 환경당국이 2001년 12월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급기야 2020년 3월 생태계 교란 생물로도 지정됐다.

이 녀석이 처음 이 땅을 밟은 건 1970년 후반이었다. 1990년대는 일부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버리거나 종교단체가 방생하면서다. 도심 공원이나 개울, 하천 등지로 서식지도 확대됐다. 수생 식물, 작은 물고기, 개구리 등 토종 생물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붉은귀거북이 도심 속 생태계까지 위협(경기일보 21일자 6면)하고 있다. 안산 화랑유원지와 호수공원 등지의 저수지에서 둥지 수십곳이 발견됐다. 둥지에선 적게는 10여개, 많게는 30여개의 알도 발견됐다. 수원특례시도 지난 2020년부터 매년 5~10월 만석공원 저수지에서 포획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20년 40마리, 2021년 63마리, 지난해 60마리 등을 포획했다. 올해는 지난 5월부터 잡은 개체수가 벌써 50마리다. 고양특례시도 지난달 호수공원 일원에서 10마리를 잡았다.

토종 생태계가 보존돼야 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그렇지 않고선 우리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어서다. 그 울림은 묵직하고, 거룩하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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