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미쓰비시 줄 사택

경기일보 2023. 8. 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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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동 산곡동 일대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노동력을 착취한 역사의 현장을 볼 수 있다. 미쓰비시 줄 사택, 영단주택, 육군조병창 등이다. 줄 사택은 천장 하나에 칸막이만 두고 여러 집이 연결돼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합숙시킨 유물로서 중요한 사료인데 이것을 철거해 공영주차장을 만들겠다는 안도 나오고 있어서 이를 바라보기가 매우 답답한 심정이다.

미쓰비시는 전범 기업으로서 대법원전원합의체는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책임을 확정한 바 있음에도 전범 기업의 재산 매각 등의 조치를 하기는커녕, 제3자 변제방식을 발표하여 한국 정부와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아무튼 이곳은 전쟁 군수용품을 만들던 조병창이 있었던 관계로 지하에 엄청난 동굴까지 있다고 한다. 미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한 지하 동굴마저도 수많은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만든 것이니 그들의 재산과 목숨까지 우리가 지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어찌 됐건 이 귀중한 치욕의 유물을 현재의 불편을 위해 영구히 버리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보단 일제의 만행을 알리는 증거물로서 잘 보존해 후대를 위한 산 교육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군산이나 목포의 적산가옥과 유적(군산세관, 동양척식주식회사 등)이 일제의 수탈행위에 대한 증거물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부수는 건 쉽지만 한번 파괴하면 원형을 다시 복원하기 어렵다. 벌써 계절이 가을로 기울고 있다. 가을은 잠시 쉬어갈 수 있을까. 불볕더위가 지나간 자리에 혹독한 겨울이 닥치는 사이의 미학, 새털구름 같은 가벼운 이상을 따라 올해도 나의 전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기대와 설렘으로 늘 인생이 채워지길, 가을을 위한 사소한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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