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안달루시아서 꽃피운 ‘콘비벤시아’
스페인 남부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한 안달루시아. 7세기 아라비아반도의 메카에서 발흥한 이슬람은 창시자 무함마드 사후 4대 정통 칼리프 시대를 거쳐 우마이야왕조에 이르러 이슬람 역사상 최대의 영토 확장을 꾀했다.
711년 아랍이슬람 정복군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이베리아반도를 습격해 당시 스페인을 지배하던 서고트족을 물리치고 불과 3년 만에 코르도바, 세비야, 톨레도, 사라고사 등 스페인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을 점령했다. 그러나 우마이야제국 내부의 반란으로 750년 압바스왕조가 들어서자 이전 우마이야왕실에 대한 학살이 시작됐다. 이후 10대 칼리파의 손자이자 우마이야왕조의 마지막 왕자인 압드 알 라흐만은 베르베르족 출신이었던 모계혈족의 도움으로 안달루시아까지 입성해 세력을 구축, 756년 코르도바를 수도로 정하고 후우마이야왕조를 세웠다.
압드 알 라흐만1세는 자신이 정복한 안달루시아지역 주민들을 억압하기보다 관용으로 통치했다. 자신들이 소수 세력이란 현실적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종교, 민족,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대립하면 결국 발전할 수 없다는 공존의 철학이 ‘콘비벤시아(Convivencia)’로 발현됐다. 이슬람 세력권이 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는 무슬림과 유대인, 기독교도가 함께 조화롭게 살던 사회였다.
세 종교의 공존은 800년 가까이 지속됐다. 아랍인, 베르베르인, 토착 스페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이슬람으로 개종한 사람이나 유럽에서 이주한 외국인들까지 한데 어울려 살았다.
무슬림, 기독교도, 유대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안달루시아 아랍어와 뒷날 스페인어로 발전한 로망스어를 함께 사용했다. 아랍인은 고전 아랍어를, 기독교도는 라틴어를, 유대인은 히브리어와 아랍어를 함께 사용하면서 학문과 문학을 발전시켰다. 학자들은 현대 스페인어 단어 중 8%가 아랍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안달루시아 문화 특유의 공존 정신인 콘비벤시아 전통의 결과였다. 이런 융합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안달루시아는 주변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수준 높은 과학기술과 절충의 미가 빛을 발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꽃피웠다.
이슬람의 이베리아반도 통치는 동서 간의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동양의 문화, 과학 및 기술이 유럽과 그 밖의 지역까지 보급되도록 촉진시켰다. 아랍이슬람 왕조들은 그리스 철학과 과학 및 기술의 업적을 부지런히 흡수해 아랍어로 번역하고 보존해서 발전시켜 왔고 아랍세계에 전달된 인도와 중국 고대문명의 찬란한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
유럽 문명의 암흑기라 불리던 중세 시대에 안달루시아는 이슬람과 기독교가 직접 만날 수 있었던 문명의 경계선이었고 코르도바를 중심으로 발전시킨 이슬람 특유의 융합과 창조의 문화는 유럽 전체의 문예 부흥의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했다.
정치적 진영 간의 분열, 세대와 젠더 간의 갈등이 만연한 한국 사회를 관조하며 스페인 안달루시아지역의 공존과 관용의 콘비벤시아를 사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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