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극장은 객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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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극장은 객석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극장을 건축한 고대 그리스인들은 객석을 테아트론(theatron)이라고 불렀고 그것이 그대로 극장(theatre)이라는 단어가 됐다.
극장이 되려면 객석이 경사지든가 무대가 높든가 둘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현대의 극장건축에서는 흔히 오케스트라 위치에 승강무대를 설치하고 그것의 높이를 바꿔가며 무대로도, 악단석으로도, 객석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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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극장은 객석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극장을 건축한 고대 그리스인들은 객석을 테아트론(theatron)이라고 불렀고 그것이 그대로 극장(theatre)이라는 단어가 됐다. 테아트론은 '보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극장이 되려면 객석이 경사지든가 무대가 높든가 둘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그래야 다수의 관객이 공연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도시국가 근처의 우묵한 산기슭을 이용해 경사진 객석을 만들고 그 아래에 무대를 뒀다. 그리고 그 무대를 오케스트라(orchestra)라고 불렀다. 오케스트라의 뜻은 '춤추는 곳'이다. 문자 그대로 무대(舞臺)다.
무대라는 뜻의 오케스트라는 어쩌다 (관현)악단이 됐을까. 고대 그리스극장의 오케스트라는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에서 건축한 실내극장에서 부활했다. 그때도 오케스트라는 말굽형 객석이 3면을 둘러싼 가운데에, 즉 오늘날의 1층 객석에 해당하는 위치에 놓인 무대였다. 그러나 곧 르네상스식의 화려한 무대장치로 꾸민 단상무대(stage) 위로 주 연기공간이 옮겨가면서 오케스트라에는 관객을 위한 벤치가 놓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페라가 발명되면서 무대와 그 벤치 사이에 악단이 앉게 됐고 그 위치에서 유래한 오케스트라라는 명칭으로 그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가서 공연을 보려고 1층 좌석을 구입하면 입장권에 오케스트라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악단석에 가서 공연을 보라고? 아니다. 그들은 1층 객석을 여전히 르네상스 시대의 용어 그대로 오케스트라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오케스트라석은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현대의 극장건축에서는 흔히 오케스트라 위치에 승강무대를 설치하고 그것의 높이를 바꿔가며 무대로도, 악단석으로도, 객석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현대에 지어진 극장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는 그곳을 객석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 좌석을 오케스트라 피트석, 줄여서 오피석이라고 흔히 부른다. 한국식 극장용어다.
같은 영어권이지만 영국에서는 1층 객석을 스톨(stall), 혹은 피트(pit)라고 부른다.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공연 전통이 이탈리아로부터 건너온 것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발전해 셰익스피어 시대에 활짝 꽃피었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의 극장은 셰익스피어즈 글로브극장처럼 3개 층 객석이 둥글게 감싸는 가운데 마당의 한쪽에 단상무대가, 나머지 공간에 싸구려 관람공간이 있었다. 그 평평한 마당에는 의자를 놓지 않았고 누구나 1페니만 내면 거기에 서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모두가 서 있다'(stand all)는 뜻으로 스톨(stall)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둥근 건물 가운데 움푹 팬 곳에 해당하므로 구덩이라는 뜻의 피트(pit)로 부르기도 한다.
그 발생과정이 보여주듯 원래는 무대였다가 객석으로 변한 1층 객석은 좋은 자리가 아니었다. 현대에 와서는 가장 좋은 관람석으로 선호되지만 초기에는 신분이 낮은 관객들이 애용하는 싸구려 관람공간이었다. 유럽의 유서 깊은 극장들은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1층 객석을 가지고 있다. 초기에는 등받이 없는 벤치를 놓았다가 무도회 등의 행사를 위해 벤치를 치우고 댄스플로어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2023년 9월26일 베를린의 제독궁전극장(Admiralspalast Theater)에서 한독수교 140년을 기념해 무형문화재의 실제 작업과 현대무용을 결합해 만든 새로운 형태의 공연 '생각하는 손'을 올리는데 필자의 고민은 바로 그 1층 객석에 있다. 이 공연을 초연한 국립무형유산원 대공연장은 가파른 1층 객석을 가졌는데 베를린의 그것은 평면이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피트에 설치한 부용정 닮은 정자에서 공연할 사기장 김정옥 선생과 매듭장 김혜순 선생의 실제 작업, 그리고 그 뒤에서 이 작업의 의미를 풀어낼 무용을 모두 잘 보이게 하려면?
박동우 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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