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영향력 커진 만큼 아껴야 할 K팝
K팝의 힘으로 위기 겨우 넘겨
팝 본고장서 완벽한 안착 위해
자율성 보장과 지원 뒤따라야
말 많고 탈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콘서트와 함께 끝났다. 그리고 열흘이 훌쩍 넘었지만 최근까지도 한국에 남아 배낭을 메고 관광을 즐기는 해외 스카우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반가우면서도 미안했다. 6년간이나 준비했다던 잼버리가 폭염과 태풍에 대한 대비가 없었을 뿐 아니라 화장실, 샤워장 등 기반 위생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실한 운영으로 4만명이 넘는 전 세계 대원들이 생고생을 했으니 말이다.
다만 K팝의 힘으로 위기를 모면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한편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들도 눈에 띈다.
우선 K팝을 비롯한 대중문화계에 대한 정치권의 뿌리 깊은 잘못된 인식이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K팝 콘서트를 앞두고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일부 멤버가 군인 신분인 방탄소년단(BTS)이 모두 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방부가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가 BTS 팬덤 ‘아미’로부터는 물론이요 일반 국민에게도 많은 비난을 들어야 했다. 잼버리 파행이라는 잘못은 정치권이 해놓고 뒷수습을 BTS에게 시키려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중이 이런 비판적 시각을 갖는 이유는 역사적인 기억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정권과 정치권이 필요에 따라 연예인들을 동원하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 자유당 시절 정치깡패 임화수가 그랬고, 군사정권 때 ‘국풍 81’ 등 정권 안정을 위한 여러 행사에 연예인들을 앞세웠던 일이 많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 정치권에서 필요할 때마다 ‘BTS 동원령’과 같은 사고가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한 언행이 반복되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일부 외신에서 이번 K팝 콘서트를 두고 “정부가 재앙이 된 행사를 수습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비상자금을 투입했지만, K팝 팬들부터 공공부문 직원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의 접근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는 기사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K팝에 대한 과신이다.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무적의 무기로 여기는 듯하다. K팝은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에서는 그래도 오랜 기간 기반을 다져왔고 이를 바탕으로 남미와 유럽으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다만 세계 팝시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과 미국에서는 이제 뿌리를 내리고 저변을 확대해 가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전략과 도전이 여전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팝의 본고장에서 K팝이 하나의 주류 문화로 완벽하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집중적인 관리와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성을 보장과 지원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잘 나가는 분야로 떠오르는 K팝에 대해 여기저기서 ‘간섭’과 ‘동원’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주체는 정권이나 정치권일 수도 있고, 때로는 거대자본이기도 하다. 해외 작곡가들이 말하는 K팝의 매력은 주류 팝 음악과 달리 창작자가 모든 제약과 한계를 허무는 곡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아직은 K팝을 아껴줘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송용준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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