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내근·간부 위주 경찰조직 수술 시급하다

2023. 8. 2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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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흉악 범죄에도 순찰 인력 부족
美의 두 배 수준인 계급 수 확 줄여야

최근 발생한 일련의 흉기 난동을 비롯한 강력사건으로 온 국민이 불안과 공포에 떨자, 급기야 경찰청장은 ‘특별 치안 활동’이라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대응책을 전 경찰에 주문하였다. 문제는 경찰청장의 주문대로 국민을 충분히 안심시킬 수 있을 만큼 일선 경찰이 움직일 수 있고 또 움직여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는 아우성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집중 순찰을 감당해야 할 경찰관이 부족해서란다. 인력의 부족은 피로의 누적과 소진, 그로 인한 각종 사고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런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주장은 타당할까.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하여 주요 국가의 경찰력 수준을 보자. 국제적으로 경찰력을 비교하는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경찰관 수를 활용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 일선 경찰관들의 주장은 틀리거나 과장된 것으로 들린다. 이웃 일본이 인구 10만명당 경찰관 수가 2017년 기준으로 235명, 미국은 2019년 기준으로 242명, 우리가 2017년 기준으로 226명에 이른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우리의 경찰인력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윤호 범죄학박사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는 일선 경찰 인력이 부족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순경 정원은 9535명인데 현원은 4626명에 불과하다. 왜 이런 기현상이 빚어졌을까. 물론 최소 승진 소요기간의 단축이나 자동승진 등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겠지만, 여기엔 몇 가지 숨겨진 비밀이 있다.

먼저 경찰 조직구조의 문제이다. 세계적으로 경찰조직은 준군대 조직으로서 일선 인력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평한 조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계급의 수도 많지 않아야 한다. 미국 경찰이 대부분 순경, 경장, 경사, 경위, 경감, 부서장(서장)이라는 대여섯 개의 계급이 있다는 것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11개의 계급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많다. 그 결과는 당연히 ‘첨탑’에 가까운 조직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경찰은 최근 경찰서장을 총경에서 경무관급으로 격상시키는 등 계급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겨서 이런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 경찰의 직제를 보면 일선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순경, 경장, 경사가 전체의 3분의 1이 조금 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아서 애초부터 도저히 ‘평평한 조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일선 인력을 확보하려면 당연히 계급구조를 개선해서 계급의 수를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한다.

일선 현장 인력을 부족하게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내근 인력의 과다이다. 일선 지구대, 경찰서 형·수사, 방범, 생활안전, 여·청 등 소위 일선 현장 인력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경찰관을 제외한 사무실 근무, 내근자가 너무 많다. 아마도 엄격하게 계산하면 내근 비율이 40%도 더 될 것으로 짐작된다. 일부 사이버범죄를 제외한 살인, 강도, 절도 등 대부분의 범죄는 사무실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경찰서나 경찰청 등 경찰관서의 규모가 웅장하다는 것이 내근 인력이 엄청 많다는 방증이지 않을까.

물론 이런 현상은 한편으로는 경찰 입직 창구와도 관련이 있다. 자고로 경찰은 경험을 통해서 훌륭한 경찰관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순경에서 시작하여 경장, 경사, 그리고 간부로 승진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 경찰은 경위, 경감, 경정 등 입직방식이 다양하고, 이들은 참 경찰 활동이라 할 수 있는 일선 현장 경찰을 전혀 경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모든 경찰관이 순경부터 시작하는 미국의 경우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우리 경찰조직은 너무나 분화가 심하다. 미국 미시간주 경찰조직을 보면 청장과 차장 밑에 지원국, 직업발전국, 운용국, 그리고 회계감사로만 이루어진 데 반해 우리는 본청과 지방청, 그리고 경찰서 조직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도 내근 인력을 많게 하는 반면 일선 현장 인력을 부족하게 하지는 않는지 따져 볼 일이다.

이윤호 범죄학박사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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