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헌 수술, 서건창 3개월째 2군…LG·키움 2021년 여름 ‘루즈 빅딜’, 그 슬픈 계산서[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정찬헌은 수술, 서건창은 3개월째 2군…
LG와 키움은 7월 말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올 시즌 가장 임팩트가 큰 빅딜을 체결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필요한 선발투수 최원태가 LG로 가면서, LG 최고 유망주 이주형이 키움으로 옮겼다. KBO리그에 보기 드문 메이저리그식 빅딜이었다.
LG의 통합우승 염원이 간절한 건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키움은 나머지 9개 구단과 확실히 돌아가는 결이 다르다. 이런 특수성이 맞물려 이 빅딜이 성사됐다. 여전히 KBO리그 정서에서 쉽게 나오긴 어려운 빅딜. 이 빅딜의 성패는 올 가을에 1차적으로 무조건 나온다. LG가 한국시리즈에 우승하면, 이 빅딜은 키움은 몰라도 LG는 무조건 대성공이다.
그런데 두 팀은 2년 전 이 시기에도 굵직한 딜을 성사했다. 전반기가 끝나고 브레이크 기간에 서건창(LG)과 정찬헌(키움)을 맞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에도 LG는 대권을 위해 취약한 2루를 보강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서건창은 키움에서 하락세를 타고 있었지만, 부활할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다.
반면 키움은 코로나19 술판파동으로 안우진과 한현희(롯데)가 동시에 징계를 받으면서 선발투수가 부족했다. 당시 빅딜은 이번처럼 메이저리그 식이 아닌, 철저한 이해관계에 의해 성사됐다. 두 빅딜의 공통점은 LG 차명석 단장이 먼저 움직였다는 점이다.
이 빅딜은 만 2년이 조금 넘었다. 이제 서서히 손익계산서를 뽑을 때도 됐다. 프로스포츠는 생물이라서 내년에 또 어떤 스토리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현 시점에선 결국 루즈-루즈 빅딜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서건창은 LG에서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2021년엔 144경기에 모두 나가 타율 0.253 6홈런 52타점 78득점했다. 당시엔 이것도 200안타 치던 시절의 모습이 아니라며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이후 2년을 돌아보면 2021년이 베스트였다. 2022시즌 77경기서 타율 0.224 2홈런 18타점, 2023시즌 31경기서 타율 0.207 12타점.
200안타 시절 그 사령탑, 염경엽 감독과 재회했다. 염 감독은 서건창이 좋았던 시절 모습을 짚어줬지만, 서건창은 돌아가지 못했다. 결국 돌고 돌아 LG 2루는 신민재가 차지했다. 서건창은 5월14일 삼성전을 끝으로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퓨처스리그 29경기서 타율 0.267 19타점에, 최근 10경기서 타율 0.306. 그러나 이런 현실자체가 LG와 서건창 모두 비극이다.
정찬헌은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서건창보다 비교 우위였다. 2021시즌을 9승5패 평균자책점 4.01로 마쳤으나 후반기 초반 주축 선발들 줄 부상 당시 실질적으로 선발진을 이끌었다. 작년에는 20경기서 5승6패 평균자책점 5.36. 포스트시즌에 거의 중용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2년 8억6000만원 FA 계약까지 맺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런데 결국 이 계약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게 화근이 됐다. 정찬헌은 올 시즌 14경기서 2승8패 평균자책점 4.75를 남기고 허리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지난 22일 허리 황색인대제거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2016년, 2019년 수술을 집도한 주치의의 소견이라 그대로 세 번째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허리 통증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키움이 리빌딩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
어쨌든 계약을 시범경기 기간에 했다.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하고 홀로 전국을 돌며 몸을 만들었다. 나름대로 관리를 잘 했다고 하지만, 팀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소화하는 것과 달랐다. 홍원기 감독은 22일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이 부분을 짚었다. 그래도 정찬헌이 고생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정찬헌이 빨리 수술대에 오르면 내년엔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특유의 입담으로 후배들을 하나로 묶는 등 마운드 밖에서 이미 인정 받은, 좋은 선배다. 내년 선발진에 반드시 필요한 전력이다. 비슷한 의미로 서건창도 갑자기 부활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 FA를 미뤄왔다는 게 부담이 되지 않을 리 없다. 정찬헌도 어쨌든 FA 계약 첫 시즌에 좋지 않은 행보를 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부담이 될 듯하다.
인간사가 항상 좋을 수 없다. 아직 명확한 손익계산서를 쓰기 어려운 최원태 빅딜은 LG와 키움 모두 윈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주형이 굉장히 빠르게 경험을 쌓고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객관적으로 올해 LG의 통합우승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2년 전 정찬헌-서건창 빅딜은 양 구단 모두 아픔으로 남아도 50% 성공이라고 위안할 수 있다. 그렇다고 2년 전 두 구단의 과감한 결정을 비판해선 안 된다. 결과를 두려워하면 절대 트레이드를 할 수 없다. 단지 정찬헌과 서건창이 고난의 길을 걷는 게 업계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어쨌든 현 시점에선 루즈-루즈 빅딜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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