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호그피시가 변신술의 귀재가 될 수 있었던 비결

이병철 기자 2023. 8. 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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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의 열대 바다에 사는 놀래기과의 물고기인 호그피시(hogfish)는 수심에 따라 다양한 몸통색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슈바이커트 교수는 "호그피시의 역동적인 색 변화는 이들의 서식지 환경에 맞춰 진화했을 것"이라며 "이들이 어떻게 붉은 색을 잘 구분하는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광수용체가 주변의 빛을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되는 색소포가 더 바깥쪽에 있는 것도 호그피시가 자신의 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결과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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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환경 따라 몸통 색 바꾸는 호그피쉬
색소포에 있는 색소 자유자재로 움직여
주변 환경 파악은 광수용체에 흡수된 빛 덕분
색소의 색에 따라 분산 되는 빛 달라져
대서양 열대 바다에 사는 호그피쉬는 문어처럼 주변 환경에 맞춰 몸통의 색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이런 호그피쉬의 능력은 자신의 몸통 색과 주변 환경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덕이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브랜돈 콘

대서양의 열대 바다에 사는 놀래기과의 물고기인 호그피시(hogfish)는 수심에 따라 다양한 몸통색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얕은 수심에서는 파란색을,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면 빨간색을 띤다. 호그피시의 변신술은 수심뿐 아니라 주변 환경에 자신의 몸을 숨길 때도 쓴다. 마치 문어가 그렇듯 몸에 있는 색소를 조절해 주변 물체와 비슷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로리안 슈바이커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해양생물학과 교수는 23일 “호그피시가 특정 빛에 민감한 광수용체 세포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몸통의 색소를 자극해 위장술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동물은 저마다 포식자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생존 전략을 갖도록 진화했다. 가장 흔한 방식은 빠르게 도망가는 것이지만, 신체 능력이 더 뛰어난 포식자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포식자가 두려워하는 다른 동물로 위장하거나 독을 품고 살아가는 동물도 있다. 이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생태계에 맞춰 진화한 결과다.

위장술의 대가인 호그피시는 몸통의 색을 바꿔 주변 환경에 숨어드는 방식을 택했다. 바위에 붙어 사는 문어가 돌처럼 모습을 바꾸는 것처럼 호그피시도 자신의 서식처인 산호초와 비슷한 색으로 순식간에 변신한다. 호그피시는 색소가 가득 들어 있는 색소포를 갖고 있다. 색소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피부 아래 조직이 가진 흰색을 드러내거나 붉은 색을 내는 방식이다. 그런데 호그피시가 어떻게 외부 환경을 감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광학현미경을 이용해 호그피시의 피부 아래에 있는 색소포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색소포가 붉은 빛을 내는 짧은 파장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붉은 빛을 띠는 산호초에 사는 호그피시는 뛰어난 위장술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슈바이커트 교수는 “호그피시의 역동적인 색 변화는 이들의 서식지 환경에 맞춰 진화했을 것”이라며 “이들이 어떻게 붉은 색을 잘 구분하는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호그피쉬는 색소포에 있는 색소를 이동시켜 몸통의 색을 바꾼다. 붉은 색의 산호초 주변에 사는 만큼 붉은 빛과 흰 빛을 오가며 포식자에게서 몸을 숨긴다./로리안 슈바이커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연구진은 호그피시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방법도 알아냈다. 그 비결은 색소포 아래에 연결돼 있는 광수용체에 있었다. 광수용체는 빛을 흡수해 그에 따른 생체 반응을 일으키는 기관이다.

연구진은 색소포에 의해 외부의 빛이 분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색소포에 있는 색소는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기도 하지만 여러 파장으로 나눠지도록 분산시키기도 한다. 파장별로 분산된 빛은 그 아래에 있는 광수용체를 자극한다. 호그피시는 붉은 빛을 내는 짧은 파장에 민감하게 자극해 주변에 산호초가 있는지를 쉽게 파악한다는 것이다.

슈바이커트 교수는 “호그피시의 이런 전략은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색소포에 의한 빛의 분산을 활용하면 주변에 어떤 색의 물체가 있는지 아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현재 몸통 색이 위장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빛의 분산과 흡수는 색소의 색깔과 밀접한 연관되기 때문이다. 광수용체가 주변의 빛을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되는 색소포가 더 바깥쪽에 있는 것도 호그피시가 자신의 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결과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슈바이커트 교수는 “문어, 거미불가사리처럼 피부의 색을 바꿀 수 있는 다른 동물들도 호그피시와 같은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다른 동물의 광수용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3-40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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