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무산시 한화그룹 '구원투수' 될까
팬오션 한진칼 지분 매입 의사 전달…기존사업과 항공업 시너지 주목
IB업계서 한화 인수설 제기…한화 "항공업 진출 관심 없다"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경쟁당국의 제재로 인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삼자 매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 한화그룹이 방산과 백화점·호텔 사업 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목표로 항공업 진출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항공업계에서는 이달 3일로 예정돼 있던 EU집행위원회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 승인이 자국 화물 부문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는 문제로 결정이 보류됐다. EU 집행위원회는 화물 부문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해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심사 종료 기한을 10월로 미뤘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지연되면서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합병 무산을 대비해 KDB산업은행이 '제삼자 매각'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합병이 무산될 것을 대비해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안정화 관련 컨설팅 용역을 발주하고 대한항공이 아닌 다른 주체에 매각한다는 내용이었다.
산업은행 측은 제삼자 매각에 대해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밝혔지만, IB업계는 과거 사례를 비추어봤을 때 제삼자 매각도 충분히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지난 2019년 당시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추진했지만, EU 경쟁국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합병을 불허하면서 지난 2022년 최종 무산됐다. 이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했을 때는 조선업종과 무관한 회사가 인수해 고부가가치 선박 독점 문제를 해결하면서 합병이 승인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화가 또다시 산업은행의 '구원투수'로 등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화그룹이 기존에 영위하는 사업인 방산과 호텔, 백화점 사업 등과 항공산업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방산 부문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활용하는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에어버스와 협력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항공기 엔진부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유지보수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사와 호텔, 백화점 쇼핑을 연계한 상품을 개발하고 패키지로 판매해 고객을 유치하는 등 종합 관광 패키지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한화그룹은 과거부터 항공산업 진출에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 2019년 아시아나항공이 최초에 매물로 나왔을 때, SK그룹 CJ그룹 등과 함께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실제 한화는 지난달 말 하림그룹 계열의 팬오션과 접촉, 팬오션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5.85%)을 매입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한진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19.79%, 호반건설 11.56%, 팬오션 5.86%, 국민연금 5%, 소액주주 30% 등이다. 특히, 조 회장의 우호세력인 델타항공(지분율 14.90%)과 산업은행(10.58%)의 지분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 회장이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팬오션 지분을 매입하고, 우호세력을 확보한다면 인수전에 뛰어들 수도 있다"면서 "
다만, 이미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조 단위 비용을 투입한 한화그룹이 또다시 수조 원대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대한항공은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 중 1조5000억 원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고, 3000억 원은 아시아나항공 영구채에 투입, 7000억 원은 추가 자금 소요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미 한화오션을 위해 2조 원대 유상증자를 단행한 한화그룹 입장에선 추가 자금 소요가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한화그룹은 항공산업 진출 의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항공산업 진출설은 사실무근이며, 항공사 인수할 의향도 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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