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도쿄통신] 日여행 앞뒀다면 필독! 당분간 이 ‘교통카드’ 발급 안됩니다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일본 내면 풍경, 살림, 2014
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일본에서 살아보셨거나, 혹은 여행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이렇게 생긴 로고가 버스·지하철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보신 적 있을 겁니다. 도쿄·지바 등 일본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대중교통을 탈 때 사용되는 교통카드입니다.
각각 ‘스이카(スイカ·Suica)’와 ‘파스모(パスモ·PASMO)’라고 부릅니다. 한국 ‘티머니’와 같은 대표적인 교통카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기자가 도쿄에서 사용했던 파스모 교통카드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유학 시절, 유학생 신분으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신청하는 방법이 까다로워서 우체국 은행에서 입출금만 가능한 캐시카드를 발급받아 썼습니다. 그때 매번 현금을 들고 다니기가 번거로워 이 ‘파스모’ 카드에 1만~2만엔씩을 넣어놓고 식당이나 카페, 편의점 등에 갈 때마다 간편하게 쓰곤 했죠.
그런데 이 교통카드, 약 두 달 전부터 일본에서 신규 발급이 막혀 있습니다.
지난 8일 비즈니스인사이더재팬 등 외신 매체들은 일본 교통카드 스이카와 파스모의 신규 발급 중단 사태가 이례적으로 장기화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6월 8일 이용자가 특정되지 않는 대신 재발급이 불가능한 ‘무기명 카드’의 발급 중지가 발표된 데 이어, 이달 2일엔 재발급이 가능하지만 이름 등 개인정보를 적어야 하는 ‘기명 카드’ 발급까지 중단됐습니다.
스이카·파스모 발급을 담당하는 현지 철도회사 JR동일본과 다른 민영 철도들은 신규 발급 중단의 이유로 ‘카드를 만드는 데 필요한 IC칩 입수가 어려워졌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IC란 ‘집적 회로(integrated circuit)’란 뜻으로, 수많은 전자회로를 초소형으로 축소해 하나의 기판에 결합한 전자부품을 말합니다. 한국에서도 신용카드 등 대부분 카드가 IC칩 형태로 발급되고 있죠.
문제는 지난 코로나 팬데믹에서 불거진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른 전자제품들과 마찬가지로, IC칩을 만드는 데엔 반도체 부품이 필수적입니다.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의 경우 IC칩 보급이 코로나 이전에 충분히 이뤄진 상태였어서 이 같은 대란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민 대다수가 카드가 아닌 현금 사용을 고집하는 일본에선 IC칩 재고가 쌓여 있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최근 일본 정부가 국민들에게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하자는 ‘캐시리스(cashless)’ 정책을 펴면서 금융 기업들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제조량을 늘렸고, 이에 IC칩 수요가 과거보다 훨씬 늘어난 상태였죠.
여기에다 최근 코로나의 종식으로 내국인의 국내 여행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 유입까지 활성화되면서 교통카드를 찾는 이들이 급증했습니다. 이에 충분한 IC칩 재고를 확보해놓지 못한 철도회사들이 ‘스이카·파스모 신규 발급 중지’란 이례적인 조치를 내놓게 된 것입니다.
사실 첫 발표가 나온 6월에는 올 하반기쯤 반도체 공급난이 서서히 회복해 발급 중단 조치가 금방 해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엔저(低) 현상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수요 파악이 어려워진 현시점엔 2024년 이후에도 발급 정상화가 가능하지 확실치 않다고 합니다.
“정상화 시기를 구체화하는 데에도 수개월 정도가 더 필요하다”는 게 현재 제조업체들의 설명입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인사이더재팬에 “내년 봄쯤에는 판매 재개가 가능하도록 계속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죠.
불행 중 다행으로, 현재 발급 중지 사태의 대상은 도쿄 등 수도권에서 쓰이는 스이카·파스모에 한정돼 있습니다. 서일본 지역에서 사용하는 ‘이코카(イコカ·ICOCA)’ 등 타 지역 교통카드들보다 스이카·파스모의 누적 발급 매수가 3배 이상 많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같은 IC칩 부품이 쓰이니 반도체 공급난의 영향을 받는 건 마찬가지지만,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는 나리타, 하네다공항을 이용하기 때문에 수요는 스이카·파스모에 더욱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스이카·파스모 대신 정기권 혹은 일회용 표를 구입하거나, 애플페이 교통카드 기능과 스이카·파스모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상화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스마트폰 조작에 미숙한 내국인들의 불편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메루카리(メルカリ·Mercari)’ 등 중고물품 판매 플랫폼에선 무기명 스이카 카드가 1000~3000엔(약 9000원~2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당장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시라면, 단기 관광 목적으로 발급되는 ‘웰컴 스이카(발행 수수료 500엔, 지금은 일시 무료)’ 카드를 나리타·하네다공항 발매기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난 여파는 자동차, 냉장고 등 다른 전자제품 제조 시장에도 맞닿아 있어서 ‘웰컴 스이카’의 발급도 언제까지 가능할지 단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발매 매수도 1인 1장으로 제한돼 있다고 하니, 분실에 주의하셔야겠습니다.
8월 23일 ‘방구석 도쿄통신’은 일본 여행을 앞두셨다면 반드시 알아보셔야 할 ‘교통카드 신규 발급 중단 사태’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앞으로 더 일본에서 핫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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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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