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나쁜 행동을 배워올 때[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은수처럼 아이가 갑자기 안 하던 행동을 하면 걱정이 앞설 수 있지만 우선 아이한테 물어봐야 한다. 혼내지 말고 화내지 말고 편안한 일상에서 두런두런 얘기하듯이 물어본다. 어린이집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가 누구인지, 너는 왜 그 행동을 하는지를 물어본다. “어린이집에서 이렇게 하는 친구가 있어?”, “이렇게 하면 너는 뭐가 좋아?”, “넌 왜 이렇게 하는데?”…. 아이가 뭐라고 대답을 하면 그저 “그랬구나” 정도로만 대답해 준다. 아이에게 물어보는 이유는 문제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지침을 주고 싶더라도 일단은 자제한다.
어린이집 선생님께도 아이에 대해서 의논드려 본다. 이때 누구를 탓하기 위해서 묻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여 원인에 맞게 대응하기 위해서 의논드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안 하던 행동을 갑자기 할 때는 행동의 밑면을 보려고 애써야 한다. 아이가 갑자기 손가락을 빤다. 아이와 얘기를 나눠 보니 반 친구가 손을 빨았는데, 선생님이 자주 그 아이를 살피며 “빨지 마”라고 주의를 준다고 한다. 아이는 그것을 ‘관심’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래서 따라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아이의 다른 행동에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한다. 다른 원인이 파악될 수도 있다. 뭔가 무섭다거나 어떤 활동시간이 너무 긴장돼서일 수도 있다. 아이의 안 하던 행동에는 아이의 마음, 아이의 생활이 담겨 있다. 그저 ‘문제 행동’이 아니라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늘 겉으로 보이는 문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춰서 그 행동을 소거하는 데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를 이해해 보려고 하지 않고, 너무 빨리 판단을 내리면 아이를 제대로 도울 수 없다. 행동 밑면의 ‘진짜 이유’를 찾아보려고 해야 한다. 아무리 무섭게 “너 손가락 빨지 말라고 했지!”라고 혼을 내도 ‘관심’이 필요한 아이는 혼내는 것도 ‘부정적 관심’이라고 생각하여 계속 그 행동을 할 수 있다. 너무 무서워서 그 행동을 잠시 멈추더라도 관심받고 싶은 마음이 해결되지 않았으므로 다른 문제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혹은 다른 문제 행동을 일으키지는 않아도 아이 마음에 섭섭함이 남을 수도 있다.
아이가 나쁜 말이나 좋지 않은 유행어를 배워올 때도 있다. 그럴 때도 아이와 얘기부터 나눠봐야 한다. “너는 이 말을 할 때 기분이 어때?”, “어떨 때 많이 해?”, “무슨 말인 줄 아니?”, “어린이집에서 누가 제일 많이 써?”, “다른 친구들도 많이 따라 해?”…. 이런 대화를 하며 아이가 그 말을 언제, 왜 쓰는지를 파악해 봐야 한다.
놀이처럼 재미로 하는 거라면 “충분히 재미있었지? 이제는 그만. 좋지 않은 말이야.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이야”라고 얘기해 준다. 화가 나서 그 말을 쓴다고 한다면 “아이, 화나!”, “나 진짜 엄청 화났다고!”와 같이 부정적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말들을 가르쳐준다. 아이가 “다른 애들은 다 한단 말이야”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아직은 좀 어렵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해도 옳고 그름이 있는 거야. 많은 사람이 한다고 해서 늘 옳은 것은 아니란다. 이건 안 되는 거야”라고 설명해 준다.
집단생활을 시작한 아이는 종종 다른 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배워 온다. 그중 나쁜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행동을 소거시키는 것은 아이의 몫이다. 좋은 것을 제대로 배우는 것도 아이의 몫이다. 부모의 몫은 아이의 몫을 잘 지도해 주는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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