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승엽 신뢰에 “야구장에 오래 있다 갔거든요…” 양의지 센스 있는 화답[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벤치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두산 이승엽 감독), “야구장에 오래 있다가 갔거든요. 분위기 안 좋아지면 갔어요.”(양의지)
두산 간판스타이자 ‘대체 불가’ 포수 양의지(35)가 돌아왔다. 5일 KT전 이후 17일만에 다시 경기에 나왔다. 그동안 옆구리 통증으로 쉬어야 했고, 22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전격 1군에 등록됐다. 그동안 전혀 경기에 나서지 못해 22~24일 키움과의 원정 3연전은 대타로만 나가고, 25일 잠실 SSG전부터 포수로도 나갈 예정이다.
양의지는 1군에 없는 동안 선수들과 동행했다. 선수 신분이라, 1군에도 없는 선수여서 경기 도중 장승현 등 후배 포수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벤치에 있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라고 했다.
중심타선에서 김재환의 부진을 만회해준 특급타자이자, 안방에선 투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상대 타자들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영리한 포수다. 양의지의 가치를 단순히 수치화하긴 어렵지만, 두산은 양의지가 없는 동안 급격한 롤러코스터를 타며 그의 존재감을 실감했다.
그런 양의지는 5-0으로 앞선 8회초에 스윙 두 번으로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키움 윤석원의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중월 솔로아치를 그렸다. 이 한 방으로 10년 연속 10홈런에 성공했다. 경기흐름이 두산으로 완전히 넘어간 순간이었다. 왜 FA 재벌 1위인지 여실히 드러난 장면.
양의지는 “오랜만에 큰 응원을 들으며 타석에 들어갔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결과가 좋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했다. 이승엽 감독의 신뢰에 웃으며 “야구장에 거의 있다가 갔다. 분위기 안 좋을 때 (집에)갔다”라고 했다. 야구는 할 수 없었지만, 야구장엔 오래 있었다는, 이른바 농담으로 받아 치는 센스였다.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양의지는 “회복 거의 다 됐다. 경기를 안 하고 온 게 조심스러운 데 주말에 선발 복귀를 준비한다”라고 했다. 팀이 휘청거렸다고 하자 “나 있을 때도 왔다갔다 했다. 승부는 이제부터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했다.
두산은 처절한 5강 싸움 중이다. 현 시점에선 KIA, 롯데보다 유리한 위치지만, 아직도 시즌은 1개월 반 정도 남아있다. 양의지 복귀 효과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양의지 의존도가 약점이라고 하지만, 사실 팀에 득이 되는 게 훨씬 많으니 어쨌든 두산으로선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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