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잡고 기선 잡은 신진서…‘란커배 악몽’ 떨쳐라

윤은용 기자 2023. 8. 2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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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7집 반 주는 ‘백’이 유리한 대국
6월 역전패 떠올리며 ‘배수의 진’
23일 응씨배 2국 기세 이을지 주목
신진서 9단(사진 왼쪽)이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 창닝구 쑨커별장에서 중국의 셰커 9단과 제9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 제1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이제 란커배의 아픔은 더 이상 없다. ‘배수의 진’을 친 1국을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한 한국 바둑의 최강자 신진서 9단(23)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2국을 준비한다.

신진서는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9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 제1국에서 253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고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2국은 23일, 3국은 24일에 열린다.

신진서는 1국에서 평소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 백이 아닌 흑을 쥐고 1국에 나선 것이다. 1국에 앞서 돌가리기를 해 신진서가 우선권을 가졌음에도 흑을 선택한 것이었다. 바둑은 두 기사 간의 기량이 대등할 경우 흑을 쥐는 쪽이 무척 유리하다. 먼저 두는 흑이 포석을 주도하며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등한 승부가 가능하게 백에 ‘덤’을 준다. 한국기원은 6집 반을 주고, 중국기원과 응씨배는 7집 반을 부여한다.

덤으로 주는 집이 꽤 크다보니 흑도 적잖은 부담이 되는 데다, 인공지능(AI)의 등장 이후 어지간한 포석 연구는 다 끝나서 이제는 흑이 ‘선수’의 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제는 백을 쥐는 쪽이 더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신진서는 흑을 택했다. 이에 대해 1국이 끝난 후 신진서는 “비슷하다고 생각되나, 1국을 패했을 경우 2국을 좀 더 편하게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는 뒤집어 얘기하면 1국에서 배수의 진을 쳤다는 뜻도 된다. 응씨배는 2국까지 1승1패일 경우 3국을 앞두고 다시 돌가리기를 한다. 3국에서 흑과 백, 둘 중 어떤 돌을 가져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1국을 불리한 흑으로 이긴다면 2국은 한층 안정적으로 둘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란커배 결승에서의 쓰라린 역전패도 이번 선택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신진서는 백을 잡은 1국을 가져간 뒤 2국에서 흑을 잡고 패했고, 3국에서 다시 백을 잡았음에도 다 잡았던 대국을 역전패당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이 패배의 여파는 신진서에게 오랫동안 후유증으로 남았다. 그래서인지 불리한 1국을 승리했음에도 신진서는 “1국을 이기고 2·3국에서 져 결승을 패한 기억이 얼마 전이기 때문에 승리에 대한 다른 기분을 느끼면 안 될 것 같다”고 경계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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